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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차 연애중, 2탄. 결별과 오랜 연애의 비결

베스트에 오른 오래 사귀는 커플의 이유를 보고 나니 뜨끔했다.
글쓴님의 답변은 여자가 착해서라는데,
사실 나는 무지하게 나쁜 여자친구고, 내가 만난 그 남자가 참 착했다.
하루에도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듯 예민보스인 나의 까탈스러움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1년쯤 지나 처음으로 크게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헤어지는게 나을 것 같다던 나의 말에
진짜 헤어질 생각이 아니라면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넌지시 알려주던 그였다.
 사귄 지 3년차, 각자 바쁜 업무로 헤어질 위기가 왔었다.
완전 롱디는 아니지만, 주말마다 보던 우리의 만남이
2주에 한번, 3주에 한 번...
점점 그 기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나 또한, 연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연애보다는 업무에 매진하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여 헤어짐을 고했다.
이 때는 정말 헤어질 생각으로 이별을 고했는데,
그도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했는지 한숨에 달려왔다.
아프다고 할 때도, 보고 싶다고 할 때도 온 적이 없던 그였다.
바쁜 시간을 쪼개 내게 와선
무슨 일인지 마음을 돌릴 수는 없는건지 물었고,
그간 나는 그에게 하지 못했던,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내가 완전한 헤어짐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우리는 그럴 계기가 없었다.
그는 다른 일로 바빠 가끔 나를 외롭게 느껴지게 할지언정,
여자, 술, 담배 등으로 나를 힘들게 한 적이 없었다.
일이 바빠 오지 못했을 뿐, 바쁜 시간을 쪼개 나에게 매진하고 있는게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투정을 부렸을 뿐이었다
그 후, 헤어짐을 이야기 한 적이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헤어짐을 고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묘사할 때 '착하다'가 아닌 '착했다'를 사용했다.
그 이유는,
6년간 나를 만나며,
그는 나의 악랄함을,
나는 그의 순함을 전해받았다.
그는, 이제 더이상 모든 것을 다 이해해주는
보살같이 착한 남자는 아니다.
전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 않다.
대신 나도 많이 변해,
더이상 나만 아는 이기적인 여자가 아니게 되었다.
착하지는 않지만, 그의 그런 행동에 투정을 부리리기보다
이해할 줄 알고, 별 문제 아니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6년의 연애동안,
나는 내 감정을 추스르는 법을 배웠고,
그는 무조건 참는 것이 답이 아님을 배웠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다툼은 너무 사소했고, 큰 일이 아니었다.
농담처럼 4년은 더 만나야 결혼한다던 우리가
미래를 그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별 다른 일이 없다면, 머지않아 그렇게 될 듯 하다.
"헤어질 계기를 만들지 않는다"가 내가 생각하는,
오래 만나는 커플의 비결이 아닌가싶다. 

댓글
  • 프링글스마요 2017/10/03 00:02

    잘 읽고 가요. 좋은 경험이 담긴 글이네요.
    예쁜 사랑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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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윈시대 2017/10/04 03:37

    잘 읽었습니다. 글에서 글쓴이님의 시야가 넓어지신게 느껴져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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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모군 2017/10/04 04:17

    좋은 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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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찮은곰탱이 2017/10/04 05:25

    모쏠이 이거봐서 뭐하지. 난 왜 클릭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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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nred 2017/10/04 06:03

    저랑 비슷한데가 많네요 ㅋㅋㅋ 제 여친이 저를 초반엔
    이보살로 부르다 요즘은 안부르고
    올 11월이 만 6년 1주년쯤 헤어질뻔 한거말곤 그 후엔 헤어질 위기는 없다는게 조금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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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째연애중 2017/10/04 07:19

    10년 사귀고 결혼했어요 ㅠ 조언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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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라리야주부 2017/10/04 07:36

    그는 나의 악랄함을,
    나는 그의 순함을 전해받았다는 말이 엄청 공감됩니다.
    오랜시간을 공유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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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러빗 2017/10/04 09:07

    ㅎㅎ나쁜결말일줄알고 조마조마했네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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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에눕자 2017/10/04 10:49

    완전 공감합니다...! 저도 4년째 연애중인데 정말 헤어질 기회나 계기가 없어요. 제가 예민하고 투정부리거나 남친이 좀 답답하고 표현이 적을지언정 서로 용인되지 않을 행동(연락없음, 다른이성만나기,욕이나 폭력, 비상식적인 말과 행동 등)을 하지 않거든요. 뭔가 이제는 헤어지고 다른 남친을 만나야 할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헤어질 계기가 없돠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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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란드 2017/10/04 11:42

    결론읽고보니 정말 그러네요.
    저희도 8년동안 한번도 헤어질 계기를 서로 만들지 않았어요.
    초장거리 연애인데, 한 순간도 서로를 믿지 않은 순간이 없었고, 못믿을 행동도 한 적이 없음.
    언제나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죠.
    저도 원래 까칠하고 제멋대로인 면이 좀 있었는데, 둥글둥글 온화하고 다정한 남자친구 덕에 많이 둥글어졌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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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적인변태 2017/10/04 11:52

    맞아요 저도 남자친구가 넘 착하고 잘해줘서 저도 그 기운을 받는 것 같아요 ㅜㅜ
    헤어질 계기가 없다는 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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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부터시작하 2017/10/04 12:01

    에구 ..  님도 결혼하면 고생길 보이네요
    저도 4년 연애.   술 여자 문제 없고
    회사 일이 많아서  시간이 없었죠
    크게 문제 안된다고 생각해서 결혼
    여전히 일 많고 나 혼자 독박육아
    매일 24시간 노가다 뛰는기분임
    매일 야근에 주말에 지쳐 하루종일 자는 신랑에
    나는 애들이랑 씨름하고...
    그래 딱 술 여자 좋아하진않지만
    시간이 항상 없죠
    그냥 미혼모라 생각하고 살아야되요
    일중독 남자랑 결혼할려면요
    그때부터 고생시작...
    돈 조금 벌어도  시간 여유있고 주말에 가족이랑 같이 보내는 사람이 어찌나 부럽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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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개봉 2017/10/04 12:20

    공감이 가사 몇글자 적어요
    작성자님 말대로 서로 닮아가는거 같애요
    저희는 10년 연예끝에 결혼해서 애기 7개월 됐어요
    결혼하니 연애 할때보다 훨좋더라고요
    느낌을 표현하자면 이제 인생이 시작되는 느낌??
    앞으로 올 고난과 행복이 기대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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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머해영 2017/10/04 12:28

    오랜 연애는 결정적으로 남자가 착해야하지만 둘이 잘 맞아야 가능. 연애한 기간은 중요치 않다지만 오래사귄 전애인 있다하면 불쾌해하는 이유가 바로 잘맞는 사람이었을 거란 유추때문. 조심할것은 연애오래하면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상태에 빠지는데 이때 서로 여행도 많이 다니고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야함 ㅠ 정말 이유가 없어 못헤어지는거지 헤어질 이유만 생기면 바로 헤어질 수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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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베아로숑 2017/10/04 13:09

    연애 8년+결혼 12년
    연애할때랑 결혼해서 사는거랑 각각 다름
    사랑이라는게 둘이 똑같이한다고 착각들하지만
    흔히하는말대로 누군가 더 희생적으로 사랑해주고 있는거임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 지치기도하고 관계가 바뀌기도하는거처럼 생각이 들때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서’
    인것이지 근본적으론 누군가는 더 주고있는것은 변하지 않는것 같음. 주기만해도 행복할거 같지만 더 받는사람도 염치를 알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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