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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리바게트는 어쩌다가 노동부한테 싸대기를 맞았는가 - 下편

 

어제 올렸던 上편에 이어서 써봅니다.
上편 링크 : https://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710020009385849&select=&query=&user=&site=&reply=&source=&sig=h6jcSYtYhhXRKfX@hcaXHl-Yihlq




담장 걸리면서 댓글도 많이 달리고 질문도 여러가지 해주시고 했는데,
제가 대댓글로 계속 답 드리는 것보다 한번에 몰아서 말씀드리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이 글 말미에 따로 목차를 잡을까 합니다.

질문 중에 오늘 쓰려고 했던 내용을 물으시는 댓글이 몇 있었던 점도 영향을 줬구요.




여튼 오늘은 어제 다 쓰지 못했던 내용들에 대해 마저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上편에서는 일단 노동법의 의의와, 파리바게트 사건의 정리, 그리고 시정명령이 내려진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4개의 주체가 복잡하게 엮인 관계 속에서,
본사와 '협력업체', 제빵사 3개의 축만을 놓고 법리를 검토했던 것이죠.
오늘은 어제 이야기에 끼지 못했던 가맹점주라는 한 축을 이 스토리로 초대하려고 합니다.
최근 이 사건에 관해서 매경, 한경 같은 경제지들과 경총 등이 언플하는 내용은,
가맹점주가 포함된 상태에서 법리를 검토해봐야 그 실상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쪽 논리는 바른정당의 하태경이나 경제지, 김대호와 주진형 등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게 얼마나 노동법을 무시하고 있는 소리인지를 살펴봅시다.
따라서 이 글은 대강 이런 구조를 가지게 될 듯 합니다.
(上편에서 이야기한 3,4번을 조금 더 세분화해 본 것입니다)
3. 노동부가 내린 시정명령을 따를 경우 법률적으로 깨끗한 상태가 되는가를 보고,
4. 그러면 파리바게트와 가맹점주는 어떤 식으로 적법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를 살핀 뒤,
5. 파견법이 만들어진 당시를 되짚어보면서 상황이 이렇게 꼬여버린 이유를 확인해보겠습니다.
+ 직접고용 시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 문제 정도도 이야기해 볼 만 하겠네요.
3/ 본사가 제빵사를 직접 채용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먼저 매경에서 내놓은 이 기사 내용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죠.
(https://news.mk.co.kr/newsRead.php?no=650911&year=2017)
매경이 지난달 28일에 내놓은 이 기사에서는 국회에서 열린 긴급토론회 내용을 살피고 있습니다.
첫번째 파트는 정의당 측에서 연 토론회에서 제빵사들과 민주노총 측 변호사가 밝힌 의견을 소개했고,
기사의 두번째 파트에서는 가맹점주 측 의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이 중에서 가맹점주 측 의견에 집중해서 한번 상황을 검토해보려고 합니다.
자 가정을 한번 해봅시다.
파리바게트가 결국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이고 제빵사들을 직접고용하게 됐습니다.
이제 제빵사들은 본사 소속 직원으로서 각 가맹점에 '파견'되어 빵을 굽게 됩니다.
제빵사들은 본사에 적이 있고 임금도 본사를 통해서 받긴 합니다만,
결국 각 가맹점에 전속되어 출근하고 업장에서는 가맹점주에게 지휘감독을 받습니다.
그러면 뭔가 이상하게 일이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죠.
애초에 이 사건에서 '불법파견'이 문제가 된 것은, 제빵업이 파견근로 금지업종임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 직원인 제빵사들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는 본사가 업무 상 지휘감독을 행한 데서 시작했습니다.
파견이 금지된 업종에서 파견근로를 시킨 셈이 되어서 문제가 됐던 거죠.
그래서 파리바게트 본사에게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게 됐다는 게 노동부의 입장이구요.
그 상황이 가맹점주가 끼어들면서 다시 발생하게 된 겁니다. 

 

 


 

 


어제 설명한 부분(검은 사각형)에서는 협력업체의 근로자를 본사에 불법파견시킨 형태가 됐다면,
오늘 이야기하는 부분(빨간 사각형)에서는 본사의 근로자를 가맹점에 불법파견하는 모양이 되어버리는 거죠.
다시 한번 위 인터뷰 내용을 보시게 되면, 파리바게트의 12년차 가맹점주는 내가 지금까지 제빵사에게 업무 지시를 내려왔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러한 구조가 앞으로도 유지되길 바란다는 건데...
그거 그냥 불법파견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위에 쓴 것들이 바른정당 하태경이나 한경, 주진형, 김대호 등이 이야기하는 이번 시정명령의 문제점입니다.
'시정명령을 그대로 이행할 경우에도 불법인데 뭘 어쩌라는 거냐!'하고 나름으로 일침을 날리는 거죠.
근데 이건 사실 노동부의 시정명령이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노동부는 파견법의 문언적 해석과 대법원 판례에 기초해서 현 상황을 판단했고,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고치라고 행정적 명령을 내렸을 뿐이죠.
시정명령을 이행해도 불법 요소가 남아 있는 이 괴악한 구조는 애초에 이런 식으로 이중의 불법 구조를 구축한 파리바게트의 문제이지,
이중 불법 구조 중 하나에 대해서만 일단 시정명령을 내린 노동부의 잘못이라 볼 수 없을 겁니다.
이건 도둑A가 훔쳐온 물건을 도둑B가 다시 훔친 사건에서 일단 B가 절도죄 판결 나왔으니까 B 감방가라 했더니,
'아아니! A도 물건 훔치지 않았냐! 이 판결은 문제가 있다!'소리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시정명령을 그대로 따를 경우 불법이 추가로 발생할 소지가 있어 보이면,

그 부분에 대해 노동부와 상의한 뒤 개선 방향을 결정하면 될 겁니다.

 

노동부 역시도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그게 불법적 요소가 없다면 받아들일 거라 밝히고 있구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노동부가 이런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제빵기사들이 만든 노조가 민주노총과 협업해, 본사의 사용자성을 판단해 달라고 한 데에서 일이 시작되었고,
노동부는 그러한 판단 과정에서 본사가 불법파견을 하고 있으니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한 것이죠.
위에서 저는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관계가 불법파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썼습니다만,
이는 지금 시점에서 현실화된 문제가 아닐 뿐더러 개별점포의 운영실태를 점검해야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노동부로서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실을 예단해서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불법파견에 의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해석됩니다.
까놓고 말해서 이런 부분에서 법률 검토를 하고 합법의 범위 내에서 세팅하라고 있는 게 기업 인사팀과 법률팀이겠지요.
지금 파리바게트와 경총 등이 쓰리쿠션으로 '시정명령 수행해도 불법이네!' 하는 건 노동부에게 자기 회사 노무 구도 컨설팅해달라고 하는 꼴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건 자기들이 알아서 법무법인과 노무법인에 의뢰해서 처리해야 할 일이죠.

 

 

 

사실은 애초에 제빵사 한명에게 3개나 되는 주체가 달라 붙어서 너도나도 업무 명령권을 행사하려고 드는 구조가 문제의 시발점이긴 합니다.

이건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분산시키면서, 각자가 제빵사를 부릴 권한은 맘껏 누리겠다는 데에서 나온 기형적인 구조거든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고달파 죽겠다는 제빵사들의 불만은 이런 식의 잘못된 조직구조에서 시작됩니다.
파리바게트 입장에서는 이 시정명령을 그대로 따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와 같은 불법파견 문제가 아예 생기지 않는 방향으로 조직 구조를 개편하면 될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두 가지 정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데,
SPC가 이 정도 법률 검토가 안 되는 허접한 법무팀을 굴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러니 이건 고작해봐야 언플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이 이중으로 엮여 있는 불법구조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겠죠.
근데 그 전에 하나만 더 추가로 이야기해 봅시다.
가맹사업법을 가지고 실드를 치려고 하는 경제지들과 경총의 논리가 법적으로 합당한가 하는 겁니다.
3-1/ 가맹사업법은 파리바게트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가맹사업법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줄여 부르는 명칭입니다.
이 법은 2002년 즈음에 프랜차이즈 업계가 점차 몸집을 불리고,
그 와중에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등 각종 문제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자 마련된 보호법률입니다.
가맹점주가 소속 근로자들에게는 갑인 '사용자'여서 근로기준법 상의 책임을 지지만,
동시에 이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게 을이기 때문에 그 보호를 위해 이런 법률을 만들어놓은 거죠.
노동법이 민법만으로는 보호가 안되는 실제의 권력격차를 메우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는데,
이 역시도 그런 측면에서는 일맥상통합니다.
가맹사업법은 본사와 가맹점 양쪽에게 지켜야 할 선을 알려줍니다.
예컨데 본사에게는 가맹점주가 제대로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품질 관리와 상품 공급 등을 유지하고,
일정 거리 이내에 똑같은 가맹점포를 허가내줘서는 안되고 하는 의무들이 주어집니다.
반대로 가맹점주는 본사가 요구하는 표준화를 유지하면서 외관 등을 통일되게 해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며,
재고관리나 상품진열, 상품 구입과 관련된 사안 등에서 본사의 지침을 따를 의무가 생기죠.
뭐 명목 상으로는 양쪽 모두에게 의무를 지게 하지만,
법이 가맹점주에게 지키라고 하는 건 실제 현장에서 본사가 이미 요구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본사가 지키라고 만들어놓은 법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한경이나 경총 등은 이 법 조항을 이번 사건에서 방패막이로 쓰려고 시도 중이고,
그런 식의 언론 표출에는 파리바게트 본사가 뒤로 개입하고 있다 보는 게 합당할 겁니다.
본사가 직접 매스컴 전면에 나서기에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일 테니까요.
심지어 경총은 이 문제가 '상법'의 영역일 뿐 '노동법'의 영역이 아니라서,
이번 노동부의 시정명령이 잘못되었다는 주장까지 하더군요.
여튼 간에 실드로 제시한 조문은 가맹사업법 5조 4호와 6조 4호입니다.
가맹사업 본사가 가맹점사업자와 그 직원에 대한 교육ㆍ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무조항과,
가맹점이 본사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본사가 제공하는 상품과 용역을 써야한다는 의무 조항을 들먹이는 거죠.
파리바게트는 가맹점주들을 위해서 제빵사를 교육 훈련시키는 일을 대신 맡을 수도 있고,
가맹점이 제대로 제빵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테니 제빵사를 용역으로 쓰게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근데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지금 파리바게트와 제빵사 간에 법률 상 관계가 성립되어 있던가요?
이전에 살펴봤다시피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제빵사들이 가맹점주에게 고용된 가맹점 직원들이었던가요?
그것 역시 아니죠.
결과적으로 파리바게트가 제빵사들을 부리는 건 어떤 측면에서 봐도 그 법률 상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거기다가 파리바게트는 제빵사의 교육훈련 뿐만 아니라 근태 관리와 업무 지시에도 관여했고,
각 가맹점의 담당 제빵사가 결근해야 할 경우 자체 고용한 제빵사를 임시 투입해주기도 했으니 빠져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또한, 6조 4호에 의해서 가맹점주가 본사가 제공한 용역을 써야할 의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협력업체'는 본사가 아닐 뿐더러 그 용역을 가맹점주가 맘대로 부릴 권리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본사가 그 용역에 대한 업무 지휘명령을 하는 한도 내에서 가맹점주가 비용을 지불하는,
'도급 계약'의 형태를 띄어야 하는 것이지 '불법 파견'을 정당화해주는 내용이 될 수 없습니다.
'가맹사업법'이라는 상법 상 특별법이 적용된다고 해서 노동법 적용의 예외를 규정한 조항도 없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법 상의 문제를 그냥 씹고 넘어갈 수 있다는 주장은 궤변에 불과할 겁니다.
기사들을 보니 파리바게트가 '협력업체', 가맹점주들이 전부 참여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거기에 제빵사를 고용해서 지금처럼 굴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소리도 있는 모양이더군요.
그 합작회사는 노동법 적용이 배제되는 치외법권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법리 상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건데 말이죠.
4/ 그럼 어떻게 고용해야 하는가
어제 올린 글에 달린 댓글 중 한 걸음 앞서 행간을 읽으신 분들이 주신 질문이 있었습니다.
'글 내용대로면 본사가 직접 고용을 해도 불법파견이 성립하는데, 그땐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거죠.
전 기본적으로 현업에 종사하고 있지도 않고, 제빵업계가 돌아가는 사정을 안에서 겪은 적이 없기에
해당 업종에서 어떤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판단할 능력은 없습니다.
때문에 제가 이 챕터에서 쓸 내용은 기초적인 노동법 지식에 근거해서,
실정법과 현재 통용되는 대법원 판례에 어긋나지 않는 사업 모델을 이론적으로 구성해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을 감안하고 일종의 예시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기로는 두 가지 방안 정도가 떠오르더군요.
1. 제빵사들을 본사가 고용한 뒤 가맹점주가 이들에게 지휘명령할 수 없도록 차단하거나,
2. 가맹점이 제빵사들을 고용하고, 본사에서 이들에 대한 교육훈련을 맡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엔 고용 관계가 정말 깔끔해집니다.
본사와 가맹점은 가맹계약을 맺고, 가맹점과 제빵사가 근로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본사는 품질 관리를 위해 레시피를 제공하고 제빵사들에 대해 재교육을 할 수 있습니다.
가맹점주는 자유롭게 제빵사에게 지휘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규격화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원래 가맹사업법이 본사와 가맹점, 각자의 의무로 명시하는 조문들을 해석해보면 이런 방식의 일처리를 권장합니다.
혹은 이와 비슷하게 아예 제빵사 본인이 가맹점을 차리거나, 창업자가 제빵기술을 배우는 방식도 가능하겠죠.
사실 지금도 칼국수나 치킨, 돈까스, 피자 등 다양한 가맹사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애초에 제빵이라는 비교적 전문성이 필요한 업종을 무리하게 가맹사업화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무리한 구조가 발생한 것 아닌가 합니다.
본사가 제빵사를 고용하는 전자의 경우에는 운영이 이보다 좀 까다로울 듯 합니다.
실질적으로 제빵사들이 각 가맹점에 배치되어서 일을 하게 된다고 하면,
가맹점주가 지휘명령을 하지 않으면서 운영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할 테니까요.
그리고 가맹점주가 업무에 대해 지휘감독하는 게 일상화되는 순간 불법파견이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는 걸 막으려면 아예 지역별로 허브를 구성하는 등의 처리를 통해,
제빵사들이 그 지역 내에서 필요한 빵을 일괄적으로 생산해 각 가맹점으로 납품하는 방식 등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구성할 경우엔, 제빵사들은 본사 직원으로 직접 고용되고 가맹점주는 빵을 납품 받아 판매하는 중계상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다만 빵이나 케익이라는 상품이 가지는 특수성과, '오븐 없는 빵집'이라는 이미지가 치명적일 수 있겠죠.
이동 시간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가격경쟁력과 품질도 떨어지게 될 것이고, 봉지빵과 뭐가 다르냐는 소리도 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전 기본적으로 제빵업계가 돌아가는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제과제빵 업계에서 후자와 같은 방식의 운영이 가능한지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다만 노동법 상 불법파견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예시적인 모델이니 그 부분 감안해주셨으면 합니다.
5/ 파견법을 어찌해야 할까
위에서 살펴본 문제들은 기본적으로 근기법 9조가 '중간 착취'를 금지하고 있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파견법을 만들어 근기법 9조의 예외를 만들어낸 데에서 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제 파견법에 대해 쓰면서 앞서 언급하지 않은 게 하나 있습니다.
파견법은 줄임말이고, 해당 법률의 정식 명칭은 원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조금 덜 줄여서 이야기 하자면 '파견보호법' 정도로도 부를 수 있겠죠.
아이러니한 명칭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파견법이 없으면 이 법이 보호할 파견근로자는 합법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거든요.
이 법이 존재함으로서 발생하는 '2등 근로자'를, 이 법이 보호한다고 하는 형국이죠.
우선은 파견법이 어떤 연유로 생겨났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파견법은 1998년 2월 20일에 제정되어서 1998년 7월 1일에 효력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실 한국의 모든 사회 구조와 고용 구조가 지금의 형태로 뒤틀려버리기 시작한 거대한 폭풍 즈음의 일입니다.
IMF라는 폭풍요.
이 다음에 쓰려고 계획 중인 비정규직 문제 등이 전부 시작된 때이기도 합니다만,
이건 조금 결이 다른 얘기이니 일단은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은 1996년 12월에 OECD를 가입하게 되는데, 이때 OECD는 우선 가입을 승인하되 사후적으로 조건을 겁니다.
교원과 공무원이 노조를 조직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문제에 대해 정기 보고서를 내고, 감독을 받기로 한 겁니다.
OECD 가입 승인 검토 중에 신한국당이 노동법 날치기를 시도한 것도 이러한 처리에 혁혁한 공을 세웠지요.
또한 복수노조를 허용하지 않아 어용노조 알박기가 수월하고, 노조전임자에 대한 처리 역시 수준미달이며,
합법적인 파업의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잡으면서도 불법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부분 등도 지적받습니다.
지금도 한국은 노동 분야에서 꽤나 많은 주요협정을 비준하지 않았고,
국제노동기구(ILO)가 자주 국제기준 미달을 이유로 비판하는 국가입니다.
여튼 간에 OECD 가입 후 한국은 IMF 체제에 돌입했고, 노동 유연성 확보가 무슨 지상과제인 양 나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노사정위원회는 실업대책재원의 확충과, 노조의 정치활동 보장, 교원노조 허용 등을 조건으로,
1993년부터 계속 통과되지 않고 있었던 파견법을 그 반대급부로 통과시키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IMF라는 특수한 환경과 다른 노동계의 숙원 해소를 위해,
파견법이라는 재계의 숙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딜이 이루어진 거죠.
그 이후 어떻게 굴러 갔는지는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이전 정부에서 노동법 4대 개혁 혹은 개악을 시도하다가 결국 실패했는데,
파견법 관련해서는 '철도종사자, 선원 등에 대해 파견 허용', '금형 용접 등 주요 제조업에 대한 파견 허용',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에는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 파견 허용' 같은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그 중 하나가 파견법의 파견-도급 구분 기준을 아예 법제화하자는 거였습니다.
대법원이 판례로 제시한 법리를 법문에 박아서 고정시켜버리자는 거였죠.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어차피 대법원 가면 거기에 기준을 두고 판결할 건데 법에 박든 말든 큰 차이 없지 않나 싶은 거죠.
하지만 명문 규정으로 기준이 명시되어 버리면 이후가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은 사회상의 변화와 국민의 법적 공감대에 따라서 그 판단 기준인 판례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법원 판례를 완전히 뒤집으려면 전원합의체 같은 특수한 결정이 필요하지만, 여튼 가능합니다.
그러나 법문에 박아버리면 그걸 뒤집는 데에는 또 다시 국회의 개정 절차를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기준을 바꾸는 것이 훨씬 힘들어진다는 뜻이죠.
上편에서도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파리바게트가 너무 무르게 대응했던 것이지
최근 대개의 사업체들은 거의 불법파견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판례에 맞게 세팅을 해놨습니다.
예전에는 본사 직원과 파견업체 직원들이 자유롭게 왕래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왕래를 금지시키고 대화도 나누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겪으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게 판례 기준에 맞춰서 노무 구조를 세팅한 겁니다.
일처리 과정에서 약간의 변화를 주고 판례가 제시한 기준에 표면적으로 맞춤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전과 업무 내용에 차이가 생기지 않으면서도 합법적인, 외관을 만들어낸 거죠.
기업은 언제나 법률의 틈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는 법이고,
임금은 기업 입장에서는 '고정비용'으로서 늘 껄끄럽게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필요가 줄어들었을 때 직원 수를 맘대로 조정하고 싶은 건 그게 '비용'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겁니다.
문제는 그 '비용'이 각 가정의 입장에서는 '생계비'가 된다는 점이겠죠.
'노동 유연성'이 강화되고 생계가 불안정해지면,
근로자이자 소비자인 이들은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하지 않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을 꺼리게 됩니다.
우리가 요 몇년 간 체감하는 그대로의 상황이 오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구절벽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비정규직 얘기를 하면서 나중에 더 자세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5-1/ 프랜차이즈 제빵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
어제 글을 시작하면서도 그렇고, 오늘 글을 시작할 때도 그렇고 가맹점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인터뷰를 봤습니다.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건 '제빵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프랜차이즈 빵집을 연다' 라는 점입니다.
사실 거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랜차이즈가 활성화되어 있는 다른 외식 업종들을 생각해봅시다.
치킨, 카페, 피자, 햄버거, 순대국밥,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요.
이런 메뉴들은 기본적으로 조리가 표준화되어 있고 쉽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아예 그냥 사온 걸 퍼서 서빙하기만 하면 됩니다.
햄버거 같은 경우에는 단기 알바들도 몇시간 만에 배워서 조리가 가능하고,
순대국밥이나 치킨 같은 것들은 완제품에 가까운 물건을 납품 받아 '조리'만 하면 되죠.
카페 역시 그냥 먹을만한 수준을 만들어내는 거라면 알바 수준에서도 접근 가능합니다.
근데 제빵은 그렇지가 않아요.
 

 


제빵은 반죽 과정에서부터 연습과 노하우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취급하는 빵의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업장을 스스로 유지하는 게 힘들어집니다.
케익 같은 수준으로 넘어가면 말할 것도 없을 테구요.
그런 탓에 원래 빵집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제빵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가맹점 내서 괜히 본사 배불려줄 필요가 없고,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배워서 창업하는 건 자격증 따는 데에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제빵사를 본사가 '배정해주는' 식은 불법파견이 됩니다.
이런 가맹점 사업은 본사의 위험 회피와 가맹점주의 현실적 필요에 의해 탄생합니다.
본사는 직영점을 냈다가 폐업했을 경우에 입게 될 손해를 피하고,
인테리어 비용과 로열티라는 꿀만 쏙쏙 빼먹고자 하기 마련입니다.
이걸 '위험부담의 외주화' 라고 부르곤 합니다.
가맹점주는 퇴직 등으로 인해 생긴 목돈을 밑천 삼아 정기적 수입을 얻고 싶은데,
자기가 가진 기술은 없고 다른 취직 자리도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가맹사업은 창업비용으로 딱 회사원 20년 근속자의 퇴직금 정도를 요구하곤 합니다.
전 일이 수십년에 걸쳐서 이렇게까지 커진 건 팔할이 SPC 같은 가맹사업 본사의 탐욕 탓이라 봅니다.
직영점 운영을 해야 정상적으로 굴러갈 업종에까지 무리하게 가맹사업을 시도한 결과,
이중의 불법 구조를 통해서나 사업을 유지시킬 수 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겸사겸사 동네 빵집들은 모조리 초토화를 시켰죠.
물론 그 와중에 인테리어니 간판이니 뜯어고치며 가맹점주들 뜯어먹은 건 덤입니다. 

 

 





 

 

 

 

그러니 김대호는 페북에서 하늘색당 간담회 참여 후기랍시고 올리면서,

캡쳐와 같은 소리를 해놨던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저딴 헛소리를 '읽을 가치가 있다'고 쓴 주진형과, 저 글을 공유한 손혜원도 수치를 알아야 합니다.
노동관련 행정부처들이 제대로 일을 안하고 소경 흉내내고 있던 시절에,
불법을 몇겹으로 쌓고 쌓아 만들어진 시장을 '다들 동의했고', '성공한 비즈 모델이니' 인정해야 한다구요?
그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못한다'라는 흰소리와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관행화된 불법은 처벌할 수 없으니 군납비리는 '꽌시'로서 존중하고,
관행으로 굳어진 언론사 떡값을 금지하는 김영란법은 악법 그 자체겠군요.
법은 법치주의 국가의 주권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 그 권한을 위임한 국회에서 만들어낸 권능의 총합이고,
그걸 적용할지 말지를 정하는 건 거래 당사자나 경제학 논리가 아닙니다.








뭐 사실 이 건에서 최고봉은 파견법 적용 업종에 제빵업을 넣는 걸로 쿨하게 쇼부보자는 하태경이긴 합니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파견법 개정안을 밀어부쳤던 당 소속이니, 사실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겠죠.
 

 


+/ 비용의 문제
기사들을 살피던 중 재밌다 생각이 들었던 건, 가맹점주도 인건비가 추가 부담될 거라 하고 본사도 추가 인건비를 걱정한다는 겁니다.
정작 시정명령을 따를 경우 중간에 수수료 먹는 용역업체는 사라지게 되는데,
오히려 양쪽에서 인건비 올라간다고 곡소리를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살펴보니 양쪽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제 : 현재는 제빵사 임금을 본사의 지원금과 가맹점주의 도급비로 충당하고 있다.
(물론 용역업체는 이 과정에서 별다른 수고 없이도 상당 금액을 수수료로 챙겨 먹습니다.)
파리바게트 본사 : 우리가 직접 고용하면 그간의 (제빵사 임금 - 본사지원금 지출)로 계산해서 한 사람 당 연간 천만원을 더 줘야 한다.
결과적으로 5천명의 제빵사에 대해 연간 500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한다.
가맹점주 : 본사가 제빵사 직접 고용하면 본사지원이 없어져서 그간의 (제빵사 임금 - 가맹점의 도급비 지출)만큼 추가 지출해야 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본사가 직접 고용하게 되면 가맹점이 용역업체에 도급비 주던 걸 본사가 추가 로열티로 받아가겠죠.
그러면 본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도급비 + 본사지원금으로 제빵사 임금 주면 되고,
가맹점은 기존에 도급비로 나가던 걸 본사에의 로열티로 이름만 바꿔서 내면 됩니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용역회사가 하는 일도 없이 받아먹던 수수료가 사라지니,
결과적으로 양측이 제빵사 임금으로 지출하는 비용 총액은 이전보다 줄어들 수도 있겠군요.
처음에는 파리바게트에서 곧장 500억 추가 비용을 이야기하길래,
본사에서 레시피 연구하거나 임시 대타 뛰어주는 제빵사들 임금과
지금 불법파견하고 있는 제빵사들 임금을 맞춰줘야 해서 그런 게산이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기사들을 이리저리 살피다 보니 그게 아닌 거 같더군요.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수준의 하급 언플인데, 이걸 지적하는 언론사가 없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발 일 좀 하세요 기자님들.
 

 

 

 

 


++/ 질문과 답변


댓글로 질문들을 많이 달아주셨는데 일일히 답글 달면 영 복잡해질 거 같아서 몰아서 답변드리고자 합니다.


1. 뭐하는 놈인가 : 노무사 2차 발표 기다리는 놈팽이입니다. 다음주 수요일이 발표라 도키도키하네요. 내공 부족한 글 보고 현업 뛰시는 분이 태클 거시진 않을까 그것도 도키도키합니다.


2. 지금 시점에서 제빵 공부해도 되는가 : 파리바게트 쪽에서는 '가맹점주들이 직접 제빵 배워서 하겠다고 해서 결과적으로 제빵사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어쩌고 하더군요. 실질적으로 빵집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 이상 제빵사에 대한 수요는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지 않을까 싶은데, 가맹점주들이 정말 제빵 배우겠다고 달려들 것인가 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영역을 벗어난 듯 합니다.


3. C모 사이트에서 같은 아이디 쓰고 있는 것 맞습니다.


4. 파리바게트가 직접 고용해서 가맹점에 뿌리는 것도 불법 아닌가 : 본문에 쓴 것처럼 불법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걸음 앞서서 생각해주셨습니다.


5. 대형마트에 대해서도 써달라 : 대형마트 건 같은 경우엔 제가 그 분야에 대한 제반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노무사 합격하고 나면 읽으려고 '송곳'을 아껴놨는데, 혹시 거기서 써볼만한 소재가 있으면 작성해볼까 하고 있긴 합니다.


6. 직영점으로 가면 자영업자들 손해보는 것 아닌가, 대책은? : 개인적으로 가맹점주를 유치하는 게 아니라 직영점을 만들어서 매니저를 고용하는 방식이 훨씬 건강한(?) 방식의 기업 활동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의 프랜차이즈 업계는 내가 손해 날 것 없이 한탕 해먹고 뜨는 시장에 가까워보입니다.


7. KTX 건에서는 왜 이와 상반된 결과가 나왔나 : KTX 여승무원 사건 역시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가 누구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上편에서 다룬 내용과 똑같은 논리입니다. 다만 대법원이 그와 같은 기준 하에서 철도유통이 근기법 상 사용자로서 실체가 있다-_- 라고 판결해서 1,2심이 다 깨져버리는 상황이 되었죠. 재판장 자체가 쌍용차 때 무리하게 사측 편 들어주는 판결했던 양반이고, 판결이 나온 2015년이 503 집권기이자 양승태의 리즈시절이었던 영향이 컸지 싶습니다.


8. MBC 라디오에서 노동부 까던데 뭐가 맞나 : 라디오에서 들으셨다는 내용은 오늘 글로 어느정도 궁금증이 해소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선 이번 파리바게트 관련 글은 이 정도로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되도록이면 쉽고 자세하게 쓰려고 했는데 중간중간에 답안지 쓰던 습관이 나온다든지,

'이 표현은 꼭 판례대로 쓸 거야!'와 '쉽게 풀어서 쓰는 게 나아!'가 내면에서 대결해서 고민스러운 지점들이 있었네요.

下편은 쓰면서 영 목차가 이쁘게 안 잡힌 것 같기도 하고..... 

 

연휴 중에 글빨이 받으면-_-; 말씀드린 것처럼 비정규직 관련 글을 하나 써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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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tjV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