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년차 시내버스기사다.
내가 일반 자가용 운전자였을때, 버스기사들의 운전 스타일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상등은 항상 켜놓고, 아무데서나 막 차선물고 세우고, 급차선 변경에 직진차로에서 좌회전하질않나.
그런 버스들을 볼때마다 속으로 '이런 버스기사 ㅅㄲ들 운전 ㅈ같이 하네' 라고 욕을 했다.
지금 나는 그런 버스기사 ㅅㄲ가 되었다.
저번에 글을 쓰면서 버스기사들의 운전행태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걸 알았고
이것을 해명 혹은 변명 내지는 양해를 구하고 사과할 부분은 버스기사를 대표해서 사과드리고 싶었다.
그래도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최소한 왜 그렇게 운전해야 하는지 시민들이 알아줘도 만족할것 같다.
그럼 왜 그렇게 운전을 ㅈ같이 하는가?
1.차선물고 아무데서나 세워서 손님태우기.
버스는 정류장에 정차하여 승객을 태운다. 그러나 일반운전자들은 정류소가 어디있는지 모르고 버스가 어디서
정차할지 모른다. 그래서 악착같이 버스를 제끼고 가고싶은데 차선을 물고 서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
버스기사들도 최대한 정류장쪽에 붙여세워서 뒤차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게 잘 안된다.
왜냐? 달려드는 승객들 때문이다. 버스가 정류소에 진입하려할때 뒤로 한발짝 물러서는 사람은 열명중 한명 될까말까다.
대부분이 드라군을 만난 저글링처럼 달려든다. 나는 그 몇초의 순간 양자택일을 해야한다. 뒤차들에게 방해가 되지않게
사람들을 밀어버리고 정류장에 바짝 대거나, 어쩔수 없이 차선을 물고 정차하거나. 당연히 나는 덜 위험한 방법을 선택한다.
경적을 울리며 손짓으로 비키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달려드는데 방법이 없다. 비상등을 켜고 차선을 물고 서야한다.
뒤차들이 욕하는게 들린다. 괜찮다. 국회의원도 욕먹고 검사도 욕먹고 대통령도 욕먹는데 나도 욕좀 먹을수 있지.
자기위안을 하며 승객들이 최대한 빨리 타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럴때는 꼭 지팡이를 짚으신 어르신. 자기 몸만한
배추꾸러미를 들고 타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내가 욕먹는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
또다른 이유는 불법 주정차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버스는 가장자리 차선으로 달린다. 서울은 중앙차로가 있어서 논외로 한다.
그런데 가장자리 차선은 불법주정차가 많다. 손님기다리는 택시, 작업중인 화물차, 떡볶이 사러간 김여사, 편의점에 담배사러간
김사장님 등등. 그들은 잠시 댔다가 뺄거라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그사이 버스는 몇대가 지나가고 그 버스들은 모두 차선을
물고 서야한다. 도로교통법 제32조에 나와있다. 버스여객자동차의 정류를 표시하는 기둥이나 판 또는 선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10미터 이내의 곳에는 주차,정차 금지다. 이를 위반시 과태료를 물게 된다. 물론 예외가 인정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
범죄의 예방, 응급환자 수송, 재해의 구난작업, 장애인의 하차 등. 아마 이 경우에 해당하는 차량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세번째 이유는, 양보의식의 부재 때문이다. 무슨말이냐면 이런경우다.
운좋게 달려드는 승객도 없고 불법 주정차도 없어서 정류소에
바짝 진입해 승객을 태웠다. 그러나 전방 50미터에 또 불법주정차를 발견했고 나는 왼쪽차선으로 합류해야 한다.
때마침 뒤에서 직진신호가 터져 차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온다. 그들은 슈마허다. 튜닝된 흰색 k5 와 택시가 선두그룹으로
달려온다. 그들은 나를 절대 끼워주지 않을것이고 내가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머리를 집어넣을수록 더 속도를 올릴것이
분명하다. 나는 때를 기다린다.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머리를 넣어본다. 달려오는 차가 쌍라이트를 켠다. 실패.
마침 분홍색 마티즈가 보인다. 느리다. 이것은 찬스다. 운명의 데스티니. 재빨리 끼어들어 비상등을 켠다. 나름 미안하고
고맙다는 표시다. 난 그 운전자의 반사신경을 믿었고. 끼어들기라는 막중한 과제를 성공리에 마쳤다.
버스가 끼어들면 싫을것이다. 나도 승용차 운전하는데 앞에 버스 끼어들면 싫다. 그러나 양보한다. 양보하기 싫다.
이러한 이유로 버스기사들은 차선을 물고 선다. 그리고 급하게 끼어든다. 일반운전자들은 버스 앞의 상황이 보이지 않으니
욕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일부 몰상식한 버스기사들도 있다는것은 인정한다. 자기 편하려고 충분히 방해하지 않고
태울수 있는데도 막 서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앞의 신호를 받기위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들은 그러한
행위가 민폐라는 것을 알고있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2.비상등 켜고 급차선 변경
당연히 버스는 노선을 따라 운행한다. 그러나 말도 안되는 노선이 있다. 4차선 도로에 버스정류장은 4차선에 있고.
200미터 후에 좌회전을 해야한다. 한가한 도로라면 상관없겠지만 이상하게도 버스는 한가한 도로는 잘 안간다.
출퇴근 시간이라면 말할것도 없다. 나는 반드시 좌회전을 해야한다. 무슨일이 있어도 다음 정류장에 가야한다.
무모한 운전이다. 내가 승용차를 운전하고 있었다면 절대 시도하지 않았을 행동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긴 버스로 그 일을 해내야한다. 비상등을 키고 창문으로 손을 내밀며 슬슬 핸들을 돌려본다.
옆차선의 차는 경적을 울리며 앞차와의 간격을 더욱 좁힌다. 마린의 입구방어처럼 빈틈이 없다. 나는 한마리의
울트라리스크가 되어 이 방어막을 헤치고 나아가야한다. 그래야만 다음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만날것이다.
왼쪽사이드 미러를 주시하며 틈이 생기길 기다린다. 찬스가 생겼다. 뒷차 운전자가 잠시 휴대폰을 보는사이 재빨리
끼어든다. 버스가 재빨리라고 해봐야 다른 운전자들 눈에는 아주 굼뜨겠지만 내가 할수 있는한 최대로 빨리 끼어든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좌회전 차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 두개의 차선이 더 남았다. 뒷차들의 욕을 속으로 삼키며
제발 사고가 나지 않고 무사히 이 강을 건널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버스기사들은 무리하게 끼어든다. 그런 정류장들을 없애달라고 건의하면 되지 않냐고 하실 분도 있지만
버스기사의 건의와 시민들의 민원중 어떤 것이 시청입장에서 더 무거울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 글을 보시고 그럼 버스기사 하지마라, 핑계 적당히대라 그냥 편하니까 그딴식으로 운전하는거 아니냐 하시는 분들 분명히 있을것이다.
인정한다. 그동안 버스기사들의 운전행태는 같은 버스기사가 봐도 심할때가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고 싶다. 나부터 바뀌어야겠다는 반성도 했다.
이 글을 통해서 일반시민 분들도 버스기사의 입장을 조금 이해해 주시길 바라고,
고생하시는 버스기사님들도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운행하면 지금보다는 나은 도로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하는
작은 바램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