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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는 고양이가 바퀴벌레 때문에 우울해 졌어요.

 요 며칠간 키우는 고양이가 틈만 나면 다용도실에 앉아 있었는데,
바퀴벌레 때문이었거든요.

 집에 원래 벌레가 없는데 며칠전 갑자기 바퀴벌레가 보였죠.
미국 바퀴라서 원래 아파트와는 서식환경이 맞지 않은 녀석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하수구 타고 한마리만 들어온 줄 알았는데
며칠 후에도 여러마리가 보이길래 비로소 번식했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원인은 다용도실 문 아랫부분의 합판이 물에 자주 닿으면서 썩었고
덕분에 서식환경에 부합하는 조건이 되었고, 
근처 장식용 나무구조물을 놀이동산 삼아 번식하고 있던 상황.

 이틀 전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비로소 이해하고,
다용도실에 있던 화분을 다 바깥으로 빼버리고,
장식용 나무 구조물들도 분리수거하는 날 밖에 내놨습니다. (누가 다 가져갔더군요. 바퀴벌레는 안 가져갔길)
그리고 오늘은 다용도실 문의 모든 틈새를 실리콘으로 마감했습니다.
문 하단의 썩은 나무합판도 뜯어내고, 아크릴판을 부착한 뒤 모든 틈을 실리콘으로 꼼꼼하게 막아버렸죠.

 근데 뜬금없이 오늘 낮잠 실컷 자고 잠에서 깬 고양이가
갑자기 힘이 없어지고 표정도 우울해 졌네요.
마치 삶이 총천연색 모노드라마에서, 회색빛 흑백의 삶으로 되돌아간 듯한 그런 상실감이 느껴지던.

 아무래도 근 며칠간 제 고양이가 바퀴벌레와 자주 조우를 하며 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함께 숨바꼭질 하던 놀이 상대로 생각했던 것인지...
그러고보면 제가 바퀴벌레를 보이는 족족 휴지로 눌러 죽여버릴 때도,
어쩐지 죽이는 모습을 보길 꺼려하며 안 보이는 곳으로 가더라니....

최근 자주 가던 다용도실이었건만, 
오늘은 한차례 슬픈 발걸음을 한 뒤로는 눈길조차 두지 않네요.

 근데 전 그 맘도 몰라주고, 
바퀴벌레의 은신처였던 다용도실 문 아래에 맥XXX 셀XX겔을 밀어 넣고 실리콘으로 밀봉해 버렸죠.
집에 바퀴벌레를 키워보신 적이 있으신 분은 저 약이 무슨 약인지 잘 아실 겁니다.
'그동안 고마웠고 다신 보지 말자'의 의미죠.

 여튼 아래와 같이 벌레들과 교우를 나누던 제 고양이의 일상은,
IMG_0807.JPG

 산산히 파괴되었네요. 
KakaoTalk_20170919_010721244.jpg

  바퀴벌레와 정을 뗄 때까지....
산책을 자주 데리고 나가야 겠어요.
댓글
  • 블루베리나잇 2017/09/19 01:24


    움직이는 벌레칭쿠칭쿠를 좋아한다면 새친구를 만들어 주시는건 어떨까요..?
    저희애들은 쫄보들이라 얘네들 움직이는거 보고 식겁해 도망갔지만
    바퀴를 좋아하는 냥이라면 잘 놀지 않을까요?
    건전지 넣어두면 지가 자동으로 방 돌아다녀요

    (uodszb)

  • 양념고양이 2017/09/19 07:42

    카페트 옆에서 앵앵거려서 보니 거미가 지나가서..
    얼릉 휴지로 잡아서 창밖으로 내보냈어요..
    고양이가 2시간을 카펫을 헤매고 다니더라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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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개라인 2017/09/19 07:51

    간만에 나타난 사냥감에 사냥본능이 부활해서 '냥냥냐라랑~'하던 중이었을텐데 ㅎㅎㅎㅎ
    그리고 사냥 후 먹는 바퀴맛도 개꿀맛!! 이었을텐데..
    못된 주인이 그걸 후다닥 다 가져가버리니..
    그야말로 나라잃은 백성꼴이되었겠네요 ㅠㅠㅠㅠㅠㅠㅠ
    저기서 죽치면서 바퀴벌레(a.k.a.사냥감,간식)이 나타나길 얼마나 설레며 기다렸을까요 ㅠ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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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lmarket 2017/09/19 07:56

    펫샵에서 파충류 먹이로 파는 밀웜(살아있는 것)을 사주는건 어떨까요?
    집에서 직접 번식 및 사육할수도 있어서 급여하기도 좋고, 고양이 사냥본능 및 습식에도 좋고, 깨끗.. 하긴한데 시체는 좀 굴러다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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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 2017/09/19 08:24

    에구구 냥무룩...
    망국의 한을 읊은 시 한편 나올 짜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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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coriko 2017/09/19 08:29

    뭔가 한편의 동화를 보는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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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포뇽포뇽 2017/09/19 08:54

    우리 냥이는 잠자리를 자꾸 물고 와서 혼냈더니 침대 아래 깊숙히 숨겨놨더라구요.
    청소하다 기절한 잠자리 깨우는 바람에 저도 깜놀 잠자리도 깜놀 ㅋ 냥이만 신남 ㅋㅋ
    이번 여름엔 매미 물고 침실로 들어왔어요..
    자는데 매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길래 깨서 보니
    냥이 입안에...
    미친듯 소리 지르니 거실에 놔주더라구요..
    문열고 날려줬어요..
    매미 불쌍해 죽는줄 알았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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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롤랑세아크 2017/09/19 09:31

    단백질 보급원이 파괴 되었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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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리오올리O 2017/09/19 10:47

    산책 나가도 바퀴벌레 가지고 놀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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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레옹 2017/09/19 10:59

    바퀴벌레... 세균덩어리인데 그걸 먹으면 문제생기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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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퀼라 2017/09/19 11:55

    바퀴벌레는 한마리만 보여도 배후에 50~100마리가 있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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