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통무협이라고는 신조협려 밖에 읽어본 적 없고, 그나마도 중간에 몇 권 빼먹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이 책은 무협지로도 꽤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주인공이 무공에 대해 이해를 이뤄가는 순간만큼은 장르소설로서 무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찰하게 된다.
작품 속에서 武의 완성은 인간의 완성이다. 자신이 칼을 잡은 이유를 고찰하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 자신의 과거와 아픔을 이해하고 이를 넘어서는 과정. 이 과정은 인간의 완성, 아이로의 회귀와 닮아 있다. 다만 이를 무공으로 나타냈을 뿐이다. 작중에서 주인공이 처음으로 경지를 넘어서는 순간 그것이 절실히 느껴졌다.
1.캐릭터
주인공은 단순한데다가 멍청하고 뻔뻔한 모습이 계속 부각되지만, 동시에 게임에 빙의된 현실이 사실인지 번뇌하고 선에 대해 고민하며 주변의 정을 갈구하는 모습도 지속적으로 보인다. 이 이중적인 모습이 캐릭터를 평면적인 모습에서 복합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
단순하고 생각없는게 아니라, 자신이 처한 현실이 고통스럽기에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형태로. 그 모습이 주인공을 단순한 멍청이에서 삶에서 투쟁하며 몸부림치는 하나의 존재로 격상시킨다.
작품에 등장한 인물을 나누자. 주연을 주요한 인물, 조연을 단역에 가깝지만 연속해서 등장할 수 있는 인물, 기타 단역으로.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주역은 모두 상당히 많은 축에 속한다.
일단 주연으로 손꼽을 수 있는 사람만 스승 둘에 사저 하나, 친구가 대여섯, 그리고 친구는 아니고 좀.. 음...하여튼 주인공과 얽힌 것이 서넛. 대략적으로 열하고도 대여섯이 있다. 하지만 작품의 특성상 주역이라 해도 스토리의 한 가지에서만 굵직하고 다른 스토리 가지로 뻣어나가면 존재감이 희박해진다. 때문에 이들을 주연으로 보아야할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각 주연은 나름의 캐릭터성이 있다. 자신에게 컴플렉스를 가지거나 혹은 집착이나 약점을 가지거나, 그것도 아니면 주인공과의 관계를 설정해서 각 주연들은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게 되고, 그로써 독자들에게 인지도를 가지게 된다. 독자들은 캐릭터성에 따라 각 주연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열댓명의 캐릭터에 대한 애호나 혐오의 방향을 잡는다. 그렇게 각 캐릭터는 확실한 매력과 캐릭터로써 자리잡게 된다.
조연과 단역까지 가면 더욱 심해진다. 이름이 밝혀진 것만 대략 200명 이상의 조연과 단역이 스쳐지나간다. 그런데 그 단역과 조연에 설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에 따라 단역에게 세세한 스토리가 붙기도 하며, 죽어가며 주마등을 보기도 한다. 이 무수한 등장인물과 그 배경에 대해 생각하면 작가의 캐릭터 작성 능력에 대해서 감탄하게 된다.
물론 이는 클리셰에 따라 부과한 역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중 50만 조연이라고 하더라도 50이 되는 조연에게 일일이 역할을 부여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거기에 100이 넘는 단역을 등장시키는 것 또한 ―물론 이는 작가가 주인공을 지속적으로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시켜야하는 스토리 구조에 기인하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정신을 소모시키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거의 일에 1.76회 주로 따지면 12회씩 연재하는 속도를 감안해보면 이는 캐릭터에 관해 높은 이해도를 가졌거나, 혹은 독자가 캐릭터에 거슬리지 않으며 읽도록 스토리를 전개하는 능력이 특출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2. 스토리
게임 빙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주인공의 이해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등장인물의 이해라든가, 스토리를 알고 있어 미리 대비한다던가, 게임 빙의물의 주인공이 흔히 하는 '기연 뺏어먹기'등은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기연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인공이 스승을 구하는 과정이나, 왕부의 마인에게 비급을 얻는 과정은 정통적인 무협의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러 세가의 후기지수와 연을 맺는 것은 전형적인 소설의 양식과 마교에서 활약하는 과정역시도 어찌보면 기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의 기본적으로 중구난방하다. 여러 캐릭터가 쉴새없이 등장하고 교체된다. 주조연의 경우 지속적으로 등장하기는 하나, 기타 등장인물의 경우는 가차없이 계속 변경된다. 따라서 스토리도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는 지속적으로 스토리가 새롭다고 느껴지는 환기가 되기도 해, 작품을 읽으며 빌드업 과정에서 느껴지는 지루함을 줄여준다.
거대한 줄기에서의 빌드업의 감각보다는 각 챕터의 내용에 집중해서 읽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메인스토리의 뼈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시말해 주인공의 분명한 목표가 불분명하다. 이점은 장기 독자에게 있어서는 스토리의 매너리즘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저 주변을 떠돌며 사건해결의 반복일 뿐, 스토리의 종결로 다가가는 길이 한없이 느려보일 수 있는 것이다.
3. 배경 및 설정
당연히 게임소설이다 보니 상태창이 있다. 한데 특이하게도 주인공은 상태창을 혐오하는 모습을 보인다. 첫째로는 계속해서 자신이 게임 속에 있는 것을 자각시키고, 현실에 대해 의심하게 만드는 역할이기 떄문이다.
주인공은 졸리고, 아프고, 배고픈 모든 욕구와 고통을 느끼며 게임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상태창은 지속적으로 이곳이 현실을 아님을 상기시킨다. 그 괴리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한낱 허깨비는 아닐지, 자신이 무의미한 고생을 하고 있는지 두려워하고, 자신의 행동과 그 감정을 무가치하게 만들 수 있는 불안요소인 것이다.
둘째는 때때로 상태창은 임무를 내린다. 하지만 그 임무는 인간성이 없다. 양민이 아무리 죽어나가든 메인 스토리가 없으면 관심이 없으며, 그 선택지도 언제나 성업과 악업, 몰살이 골고루 나오며 자신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그 무기질적인 압박에 주인공은 선택지와 상태창을 오히려 혐오하는 특이성을 보인다.
게임이라는 설정 상 주인공은 가지고 있는 무공과 플레이어의 특성인 상태창을 통해 무공을 익히는 과정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인공은 천하의 기재로 묘사되기도 하고, 수많은 마공을 익힌 마인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세계관의 충돌해 의외의 결과를 만든다. 무공의 경우 서로 상충되는 무공이 있을 경우, 가령 마공과 정종의 내공심법을 동시에 배우면 서로 충돌해서, 기존의 것이 새로운 것을 흡수하거나 혹은 기존의 것을 흩어내고 새로운 것을 채워넣는다. 이는 주인공의 전개에 편의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은 마공을 익혔지만 이를 빌미로 억지를 부리면 다른 인물들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즉 마공이 숨겨야만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걸리지만 않으면 마음껏 써도 상관없는 무언가가 된다.
이 설정은 주인공의 '뻔뻔함'이라는 캐릭터성을 부각시켜주며, 동시에 주인공의 무력을 증폭시키거나 스토리 전개에 도움을 준다. 가령 주인공이 스승에게 마공을 익혔다고 혼나는 장면을 반복하거나, 무공을 익히거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삽입할 수 있는 것이다.
배경은 게임이기는 하지만 중국 명나라 치세, 개중 명-청교체기의 시점이다. 작품내에서는 여진의 발흥이 막혔는지 청나라가 발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진과 왜구가 지속적으로 명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오차 때문인지 때때로 시기의 오차가 있기는 하지만 중국의 역사와 자삭에 대한 상세한 작가의 지식을 옅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무수한 지명과 음식, 의복을 포함한 문화사, 역사와 사회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썰'을 나레이션으로 풀어낸다. 이 상세한 지식은 때로는 작품에 독이 되지만, 후술한 작가의 필력 덕분에 오히려 작가의 지식에 대한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4. 필력
나레이션과 캐릭터 모두의 입담이 좋다. 일반적이라면 당연할 발언을 꼬투리를 잡는다고 할까, 약점을 틀어쥐어서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두들겨패는데 그게 캐릭터의 뻔뻔함과 결부되어 개그파트에서 좋은 필력을 보인다.
나레이션은 주인공의 멍청함을 쉴새없이 디스한다. 이 디스는 개그 파트의 워밍업이자 앞서 말한 작가의 뛰어난 배경지식을 보여준다. 배경지식에 대해 쉴새없이 늘어놓으면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디스함으로써 지루함을 지워내는 판단은 설명이 지루해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틀어막는다. 설정을 밝히고 싶은 욕망과 스토리의 지루함을 막야하는 의무 모두를 크게 충족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작가의 필력에 맞춰 다양한 배경을 따라가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된다. 작가는 무수한 요리와 건물, 양식, 지명 등을 상세하게 전개한다. 따라서 독자는 그러한 요소들을 상상하고, 자신이 아는 지식을 뒤지고, 혹은 검색해가며 감탄할 수 있다. 설령 이러한 배경지식에 무관심하더라도 풍부한 배경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배경이 아닌 무협소설로의 필력 역시도 뛰어나다. 감상에도 말했듯이 이 작품에서 武는 한 인간의 완성이다. 작가는 무의 대핸 고찰을 담아냈다. 이는 절검벽에서 나오는 무천대제의 말이 가장 잘 드러낼 것이다.
인간의 완성, 천성에 대한 극복, 자기 긍정. 이를 다시 주인공의 성장에 결부시켜 생각한다면, 주인공의 길은 자신의 완성, 자신의 긍정, 자신의 극복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헛소리와 농담, 어처구니 없음으로 독자를 웃기게 하지만서도 주인공의 성장만큼은 진지하게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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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벨피아에 쓴 리뷴데 한번 여기도 올려 봄
무친년 재밌어요. 많이많이 봐주세요
근데 유게에선 제목이 검열되서 검색이 힘들더라
눈떠보니혁명
2024/05/27 21:47
그래서 꼴리게 잼있슴?
slowness
2024/05/27 21:48
넹. 애가 말싸움을 잘해
눈떠보니혁명
2024/05/27 22:07
아쉽네 네이버나 카카오 페이지면 볼까했는데 노피꺼네
ㅌㅀ
2024/05/27 21:48
재밌는데 고증 TMI가 너무 많아서 좀 중간중간 몰입이 떨어져
ㅌㅀ
2024/05/27 21:48
그래서인지 어느정도 보다가 몰입감 뚝 떨어져서 어느샌가 안 보고 있음. 완결나면 볼듯
민트파인애플토핑짬뽕
2024/05/27 21:54
우리 뭉탱이 재밌지 ㅇㅇ
아무고토 몰라요
2024/05/27 21:55
기본적으로 작가의 내공이 굉장히 깊은 게 눈에 띄는 작품이었음.
무협에 대한 지식, 중세 중국에 대한 지식, 각종 잡지식 등등 아는 것을 적재적소에 풀어서 잘 써먹는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