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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마녀사냥 지옥 같았다.. 밥 한끼 못먹고 잠 한숨 못자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 생각까지 들더군요.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람 인생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망가질 수 있는 건지….”

240번 시내버스 운전사 김모 씨(60)는 14일 서울 중랑구 한 공터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이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핏발이 서있었고 피부는 거칠었다. 지난 사흘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을 때, 부르튼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김 씨는 11일 오후 6시 반경 서울 광진구에서 “아이 혼자 내렸으니 세워 달라”는 엄마 A 씨의 요청을 무시하고 다음 정류장까지 버스를 몰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한 서울시는 13일 ‘당시 김 씨가 아이 혼자 버스에서 내린 사실을 알 수 없었고 A 씨 안전을 고려해 바로 정차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김 씨는 A 씨를 내려준 뒤 1시간쯤 뒤인 11일 오후 7시 반경 동료 운전사들에게서 “인터넷에 240번 기사를 비판하는 글이 떠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사건을 처음 인터넷에 올린 누리꾼은 ‘미친 기사 양반’ 등 험악한 표현으로 김 씨를 비난했다. 김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오후 9시 반경 인터넷을 직접 확인한 김 씨는 자신에 대한 악의에 찬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옥이 시작됐다. 그는 “입에 담지 못할 욕들이 너무 많아 떠올리기도 싫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밥 한 끼 먹을 수도, 잠 한숨 잘 수도 없었어요. ‘운전사를 강력히 처벌하라’는 댓글을 보면 화가 치밀면서도 앞으로 몰아칠 고통이 두려웠습니다.”

충격을 받은 김 씨의 손발은 가끔씩 마비된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김 씨는 “사흘간 가족과 정말 많이 울었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12일 오후 2시경 두 딸은 김 씨가 보는 앞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김 씨는 “딸애가 울면서 키보드를 쳤다”면서 또 눈시울을 붉혔다. 두 딸은 혹여나 김 씨에게 더 큰 비난이 쏟아지지 않을까 더 조심했다고 한다.

김 씨는 13일 오후 서울시가 ‘김 씨의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안정을 되찾아 갔다. “오늘(14일) 아침 인터넷에 들어가서 저를 옹호해 주는 글들을 보니 긴장이 풀려 순간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족들도 그제야 웃음을 보였다. 딸들은 “아빠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김 씨는 아이 엄마 A 씨에게 욕을 했다는 오해를 가장 억울해했다. “기사 경력 33년 동안 단 한 번도 승객에게 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이 엄마가 ‘아저씨’ ‘아저씨’ 하는 소리만 들렸어요. 아이 엄마가 큰소리로 부르지 않았다면 그마저도 듣지 못했을 겁니다.”

처음 ‘왜곡된’ 글을 올린 누리꾼이 공개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김 씨의 고통은 끝나지 않은 듯했다. 이 누리꾼은 “기사에게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사과는 받지 못했다. “인터넷을 볼 때마다 나를 비난하는 글만 눈에 들어와요. 이번 일이 죽을 때까지 나를 괴롭힐까 두렵습니다. 내가 망가진 것보다 회사 이미지에 먹칠하고 동료들이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만들어 더 가슴 아프기도 하고요.”

33년째 버스를 운전하는 그는 회사의 ‘이달의 친절상’을 4차례, ‘무사고 운전포상’을 2차례 수상했다. 7월 정년을 맞았지만 회사가 요청해 1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다음 주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댓글
  • 살맛나는세상 2017/09/15 09:04


    사과하러 간다던 그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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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로편돌이 2017/09/15 09:10

    기사님은 무슨 봉변인지... 의도적으로 엿되어봐라 했으면 모를까 당시 상황을 아무것도 모르고 자극적인 부분만 보고 다들 화살을 날려댔으니... 가족들은 또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그리고 저 밑의 캡처본을 보니... 나와 생각이 다른게 아니라 틀리다라...
    그건 보통 자기가 정답이라고 생각 할 때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싶네요... 사과하러 간다는 사람이 나는 틀리지 않았다고 하면 도대체 뭘 사과하려고 하는걸까요...
    인터넷에 글 써서 미안해요 라고 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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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Bo 2017/09/15 09:59

    감정이입 좀 그만했으면...
    왜 한 쪽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자신이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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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요트중곰♡ 2017/09/15 11:33

    진짜 이런일 있으면 조용히 있고 명확히 확인 될때까지 조용히 있는게 최고인듯 합니다.
    그 최초글에 오유도 싸이코패스니 뭐니 욕 엄청 올렸죠. 거기에 좀더 지켜보자고 해봤어봐요 비공 엄청 박히며 밑에 댓글 줄줄이 달리며 첨에는 뭘 지켜보죠? 아이를 두고 출발한건 사실 아닌가요? 로 부드럽게 시작해 나중에는 각종 욕설이니 머리가 비었다느니 가족이 당해봐야 한다느니 ... 그냥 기사님꼐 심한욕 한사람 모조리 잡아다가 무릎꿇고 한참을 사과하게 만들어씅ㅁ 좋겠음.. 거기서 한소리 막하고 몇줄로 딸랑 "저도 거기서 욕했는데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이러기나 하겠죠... 욕할떈 사람 가슴을 찢어놨으면서 사과는 죄송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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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nicStation 2017/09/15 11:41

    쫄리면 글 지우고 죄송합니다 한마디로 끝내니까 계속 이런 일이 반복 되는거죠
    쌍코에 원 글 작성자랑 오유를 포함해서 여기저기 퍼나른 사람들 만이라도 민사 소송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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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나미나짱 2017/09/15 11:58

    아주 그냥 누구 하나 걸려봐라 하고 세상 무슨 판사된 것 마냥 악다구니 쓰더니 진상 밝혀지고 다 어디로 사라진건지.. 숲속 친구들 되고싶지 않으면 조심하세요 제발.. 그리고 애엄마는 사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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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tari 2017/09/15 12:09

    오유도 똑같았죠. 그 때 까던 분들은 다 어디서 뭐하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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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레이스톤 2017/09/15 12:17

    그냥 기사님 너무 가엾고, 기사님 가족분들도 넘 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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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no 2017/09/15 12:18

    아..진짜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기사님 힘내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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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na_Oxton 2017/09/15 12:18

    오유에서도
    기사 미친거 아니냐, 지능문제다, 악마가 아닌가 하는 미친 댓글들 많았죠.
    어찌 사람들이 그리 배우는 게 없을까.
    여전히 숲속친구들. 반성 좀 하세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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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리오 2017/09/15 12:18

    악플단 사람도 반성해야겠지만
    진상아지매와 사실 확인도 없이 글을 싸지른 기자한테도 책임이 있죠
    어느 한쪽이 조심했어도 이런식의 마녀사냥은 애초에 벌어지지도 않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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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넌이미죽었다 2017/09/15 12:22

    제가 썻던 댓글봐보세요. 버스기사탓할땐 언제고 죄송하단 한마디써논 댓글에 머라했더니 비공 개 박혔네요. 사람하나 궁지로 몰아놓고 죄송하단말한마디면 단가요?
    이렇게 생각하는사람도 있겠죠. 난 한마디밖에 안했어~ ㅡㅡ 이런사람들이 모여서 사람하나죽이는걸 모르네 역지사지를 생각해본적이 있어야지 ㅋㅋ
    무튼 제댓에 비공박은사람들은 버스기사 궁비로 몰앗던 사람들로 기억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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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훈남보면핥음 2017/09/15 12:23

    숲속친구들 나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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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님의인품 2017/09/15 12:27

    아저씨글을읽으니 눈물이나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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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GS 2017/09/15 12:30

    박제링크에 나온 숲속친구들이 단체로 사과하는 게시물 좀 있어야 후련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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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다면서 2017/09/15 12:32

    오유에 올라온 첫 글 제목이 너무 공포스러웠습니다. 이정도면 싸이코패스 아닌가요? 랑 비슷한 제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뿐만 아니라 댓글에는 의도적으로 승객들을 괴롭히는 버스기사들이 있다며 막 갈긴 듯한 댓글도 있었고... 이 기사님이 부디 잘 회복하셔서 본래의 자리를 찾으시면 좋겠습니다. 내 가족이 이런 일을 당한다면 저는 하루하루가 괴롭고 슬플 거 같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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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니러브 2017/09/15 12:32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애가 실종되어서 미아가 됬으면 그깟 규정이 뭐가 중요하냐 그러면서 사람들 다들 몰려가서 욕하고 있었을것 같습니다.
    이거는 기사는 1도 잘못없고 아이랑 엄마는 100%책임있고 그런거는 아니라고 봅니다.
    결과에 따라서 여론은 바뀌는거니까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 따라서는 어떻게 행동하는게 100% 옳다고 할수 없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에서 나오는 기찻길에 있는 사람이야기를 보면 알수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황과 결과에 따라서 계속 바뀌는것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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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냔 2017/09/15 12:33

    오유도 반성하실분들 많이 계시는걸로 압니다 반성들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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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esthome 2017/09/15 12:34

    여기 악플 단 사람들 다 자기한테 백프로 돌아옴~ 오늘 하루도 재수없는 날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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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혼 2017/09/15 12:35

    그렇게 많은 사건들을 겪었음에도 사람들이 항상 같은 반응이 나오는게.. 여론에 쉽게 휩쓸리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모든 걸 다 확인하고 나중에 비난해도 늦지 않은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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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케라 2017/09/15 12:44

    어차피 둘중 누구 하나 죽는다고 악플러 개개인이 욕먹는것도 아니고 받는 피해가 미미하니까 이런 악순환이 끝없이 돌고 도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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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welve 2017/09/15 12:44

    저도 친구들이랑 운전기사분 욕 했었어요...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승객 경험담만 보고 판단했었던거죠ㅠㅠㅠㅠㅠ
    ㅠㅠ진짜 부끄럽고 너무 멍청하고ㅠㅠㅠ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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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술한잔 2017/09/15 12:56

    오유분들포함 악플단사람들 고소미먹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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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속35 2017/09/15 12:59

    공감은 커뮤니케이션의 제1조건이지만
    병신이 되는 가장 빠른길이기도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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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워서녹음 2017/09/15 13:04

    역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본게 신의 한수였다. 그리고 큰 사건이 여러번 나타나서 소수가 매번 기다려보자고 말해도 다수가 달려들어 왕왕 으르렁 컹컹컹! 하는 사람들 오유에 꽤나 있는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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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빗물 2017/09/15 13:11

    기사 뒤통수 후려갈길거라고. 그러면 기사가 차 세우지 않겠냐고 욕 섞어서 쓴 댓글에 추천 121개 박힌거 보고 진짜 어이가 없더라고요. 진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운행중인 기사에게 위해를 가해서 차를 세우겠다는 발상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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