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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광수 교수님을 기억하며..

 * 말머리 고민하는 제 모습도 참.. 국문학 교수님이셨으니 문화로 하겠습니다.



지금 너무 큰 충격을 받았네요.


가장 존경하는 분 중에 한 분인데, 더구나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추정된다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저는 연세대 학부시절에 교양과목인 '연극의 이해'를 듣고는 

이 분의 생각에 깊이 매료되어 거의 모든 책을 다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당연히 제 가치관에도 큰 영향을 주셨구요.


워낙 큰 필화사건, 즉 '즐거운 사라' 라는 외설(?)적인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 및 형집행'까지 받는 초유의 사건의 당사자인지라


피상적으로 접하시는 분들은 그냥 '색마, 색광'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자주 하셨던 말임)


제가 느낀 바로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주의자' 셨습니다.



이 분이 항상 주장하신 것은 문학, 예술 분야의 '권위주의'와 '엄숙주의'의 타파였으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예술가는 모든 동물의 본성, 즉 야(野)한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셨습니다.


물론 '지식인'으로서의 본분, 즉 위정자 및 권력자에 대한 비판도 해야 하지만

이는 '에세이'를 통해서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작가는 '소설'에서, 감독은 '영화'에서, 작곡가는 '노래'에서

인간의 본성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마광수 교수님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은 '사랑 또는 성(性)' 즉 '에로스'였고


그래서 '플라토닉 러브'니 '아가페적 사랑'이니 하는 것은 다 기만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하셨죠.


"만지다보니 사랑하게 되는 거지 사랑하니까 만지고 싶은게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말도 하셨죠.


이런 충격적인 생각은 사실 소위 '엄숙하신 분'들은 당연히 불편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참 웃기는게 '책'을 맘에 안 들게 썼다고

구속시키고 형까지 살게 하는게 말이 됩니까?

'사상의 자유', '생각의 자유' 가 없는 나라라는 것을 공언한 꼴이지요.


완전히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에 '표창원 의원'이나 '탁현민 행정관'을 두고 여성(저는 이분들이 진짜 여성주의자라고는 전혀 생각 안 하지만)들이 더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며


적어도 우리 사회가 아직은 이런 부분에서는 여전히 '즐거운 사라'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기억나는 것은 항상 제자들에게 '젠틀'하셨다는 것입니다.


지나가다 교정에서 뵙게 되어 반갑게 인사드리면 항상 90도로 함께 인사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자유주의자'

겉으로는 점잖은 척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호박씨 까는 위선자들을 냉소하시던 교수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부디 저 세상에서는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댓글
  • 김상옥 2017/09/05 17:01

    진짜 자유주의자라는 단어가 어울리는분이시네요. 특히 우리나라같은 유교원리주의가 판치는 나라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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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치로 2017/09/05 17:02

    교수님~
    가식과 편견 없는 그곳에서 마음껏 글씨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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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라투 2017/09/05 17:03

    지금 생각해봐도 소설가에게 글쓴거 가지고 법으로 다스린다는게 웃기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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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uejaysee 2017/09/05 17:03

    저도 연극의 이해...
    기억나는거라곤 강의 내내 줄담배 피우시던거랑
    치마 입은 여학생들은 맨 앞줄에 앉으라시던...
    아 그리고 블랙테트라 지도교수할 때 고양이 시체..
    아무튼 머리도 굉장히 좋고 또 그만큼 예민하셨던건 기억나네요
    그래서 더 힘드셨을까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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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ajra 2017/09/05 17:03

    진짜 자유주의자가 어울리는 분이었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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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lesD에이브이is 2017/09/05 17:07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교수님의 명복을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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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am7 2017/09/05 17:08

    자유주의자였고 그것이 개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앞서간 분이라 고난을 겪을 수 밖에 없었죠, 제취행에는 맞지 않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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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베라 2017/09/05 17:13

    쉬는시간 짬짬이 종합관이나 위당관 앞에서 맞담배피던 시절이 생각납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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