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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거의 뮤직 사이코패스였던 시절.

윤종신 8집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jpg

▲ 윤종신 8집 (2000.3.24)

(마치 범행을 저지른 뒤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사건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처럼 보이네요)


아무튼 이 앨범은 말이 지침서이지,

일단 그 불쌍한 헤어진 사람들을 위로는 못해줄 망정 처음부터 반 죽여놓고 시작함.

절정은 5번째 트랙 '잘했어요'

듣고 있으면 내 이별은 그렇게까지 슬픈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마같은 가사와 튀어나온 입에서 나오는 그 정확한 발음으로 교묘히 속삭여,

마치 내 이별이 그렇게 슬픈 이별이었던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심장을 후벼팜.

게다가 그의 음악 노예 하림은 자기가 노예라 그런지 작곡한 멜로디에 '한'이 묻어남.

그래서, 나는 이별한지 얼마 안됐는데 마치 10년은 줄창 괴로워한 것처럼 슬픔을 '한'으로 바꿔버림.


요새야 듣기좋고 부르기 좋은 곡들을 매달 내놓는 윤종신이지만,

진짜 예전엔 사이코패스급의 감성 학대자였음.

요즘 '좋니'로 예전의 악마성에 살짝 물타서 인기 끄는거 보고,

내 청춘을 슬픔으로 물들인 윤종신의 악마성을 고발하고자 이 글을 올림.

얼마전 주아돌에 나와서 노래 한소절 하니까 정형돈 오열하면서 방송 중단 됐던거 보셨죠?

형돈이도 저랑 또래라 윤종신한테 그만큼 시달렸던 기억이 되살아났던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8집의 완성도가 어느정도냐면,

그렇게 사람 오열하게 만들어놓고 후반부 가면 슬슬 치료를 해줌.

눈물을 멈추게 해주다가 잊을 수 있게 해주고, 웃을 수 있게 해주다가 설렐 수 있게 해줌.

이제 결혼하고 세아이의 아빠가 된데다가 기획사 대표까지 하시다보니,

더이상 그런 악마적 감성은 사라진 듯 해서 다행인듯 다행아닌 다행같은 상황.


결론 : 어쨌든 그는 좋은 뮤직 사이코패스였습니다.



-잘했어요-


그대 잘 산다고 소식 들었죠 그 때의 그 사람과
그토록 원망했던 그대 선택 잘 했어요
나 역시 좋아요 그대 덕분에 나를 알았죠
너무나 쉽게 무너져 버리는 나를 알게 해 주었고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까 날 잊긴 힘들 거야
그대의 잘못된 선택이길 비는 비겁한 날 알았죠
떠올리지 마요 그대 옛 사랑은 너무나 못난 사람이죠
추억이라 하면서 가끔이라도 내 생각은 정말 안 돼요
이제 만들어가요 그대들의 추억을 내 탓에 늦게 만났지만
나도 잘 살 거예요 또 아파하기엔 내 가슴에게 너무 미안해
건강해요
댓글
  • 모모링♡ 2017/08/30 15:58

    예전에 우연히 헤어진 여자친구와 한자리에 나가게 되던 일이 있었는데... 조금은 미련이 남은 시절이었고....
    그 사람이 내가 지금 가는 자리에 나온다는걸 알고있는 상태에서 듣던 "너에게 간다"는 정말...
    음악을 들으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터질듯한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일듯하네요...
    윤종신 음악 좋아해서 늘 운전하면서 들었는데 하필이면 그런날에 딱 그곳으로 가는 길에 그 음악이 흘러나올건 뭐람...ㅎㅎㅎ
    가사가 참... 몰입되더군요...
    월간 윤종신 2013년 5월호 "너에게 간다"
    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
    빠르게 뛰는 이유만은 아냐
    너를 보게 되기에 그리움 끝나기에
    나의 많은 약속들 가운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들었고
    며칠 밤이 길었던 약속같지 않은 기적
    너와 헤어짐에 자신했던 세월이란 믿음은
    나에게만은 거꾸로 흘러
    너를 가장 사랑했던 그 때로 나를 데려가서
    멈춰있는 추억속을 맴돌게 했지
    단 한번 그냥 무심한 인사였어도 좋아
    수화기 너의 목소리 그 하나 만으로도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
    흐르는 땀 숨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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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서라 2017/08/30 16:06

    윤종신의 대표곡 가사는
    교복을 벗고..
    이미...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죠....
    20여년전 중고딩때 부터 참 좋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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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03.10 2017/08/30 16:14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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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고프군집사 2017/08/30 17:38

    이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노래가 있는데...
    애니... 근데 이 노래도 8집이었군요 ㄷㄷㄷㄷㄷ
    예전에 이 노래 후렴부 듣는데 숨이 턱 막히던 기억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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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venstarts 2017/08/30 18:33

    저는 부디랑 검은리본속의 너 그리고 교복을 벗고를 좋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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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ngSora 2017/08/30 19:00

    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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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쎄봉 2017/08/30 19:02

    중2때 LG 아하프리로 윤종신의 8집을 정말 많이 들었네요...
    넘흐넘으 추억젖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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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무브 2017/08/30 19:03

    저는 윤종신 노래 중에 내일 할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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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묵월 2017/08/30 19:05


    아닌데요!
    개그맨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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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키고싶지않아 2017/08/30 19:24

    바다이야기, 수목원에서, 동네 한 바퀴 등을 참 좋아합니다.
    이별한 경험은 없는데 가사들은 참 시큰하게 와 닿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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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ing 2017/08/30 19:46

    배웅. 어릴땐 가사가 너무 찌질하다고 싫어했었거든요. 잘살면 되지 뭐 ㅋㅋㅋ 하면서 말이에요. 진짜 어렸죠. 철없고 개념없고,
    그러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랑 헤어지고 하루하루 멍하게 살던때였어요. 헤어진걸 실감도 못하고 이게 실연의 아픔인지 아님 나란 놈은 감정도 없는 사이코패스인지... 남들은 이별하면 죽을것처럼 아프다던데 왜 난 아무렇지도 않은걸까? 난 정말 이상한 놈일까? 보고싶긴 한걸까? 사랑하긴 했던걸까? 할때였어요.
    근데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나왔고 흥얼흥얼 따라부르다가 그때서야 실감이 나더라구요.
    나 헤어진거 맞구나. 나 아픈거 맞구나. 나 지금 되게 힘든건데 실감을 못하는거였구나. 진짜 나 병신 찌지리 찐따새끼 맞구나.
    이 노랠 듣고 한참을 혼자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힘들어했었어요.
    머나먼 길 떠나는 사람처럼 마치 배웅 나온 것처럼
    다시 돌아 올 것 같은 그대 사라질 때까지 보네
    한번만 더 안아보고 싶었지 내가슴이 익숙한 그대
    안녕이라 하지 않은 이유 그댄 알고 있나요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어요 모든 것을 지금 그대로
    갑자기 그대 돌아온대도 전혀 낯설지 않도록
    언제 어디라도 내겐 좋아요 혹시 나를 찾아준다면
    내가 지쳐 변하지 않기를 내 자신에게 부탁해
    이렇게해야 견딜 수 있을거야 영영 떠나갔다 믿으면
    내가 포기해야 하는 남은 날들이 너무 막막해
    아무도 날 말리지 않을 거에요 잊지 못할 걸 알기에
    그냥 기다리며 살아가도록 내내 꿈꾸듯 살도록
    그대 혹시 다른 사람 만나면 내가 알 수 없게해주길
    그대 행복 빌어주는 나의 처량한 모습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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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야쏘지마 2017/08/30 20:10

    유희열이 감성변태라면 윤종신은 감성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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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터맛김치 2017/08/30 20:40

    군대에서 앨범사서많이들었던음반인데..불놀이도 엄청나죠...바닷가에서 지포라이터켜고 옛애인 사진이며 흔적을 태운다는 가사인데 신기하게 영화같이 상황이펼쳐집니다ㅎㅎ 이음반에버릴곡이없지만 그중가장 아끼는노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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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0nSense 2017/08/30 20:52

    가사를 씹고 뜯고 즐기게 해주시는 아티스트...
    몸 건강히 오래 작품활동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ㅎㅎ
    ps <좋니> 처럼 계속 희석해서 주세요 체할거같아요 울컥울컥하잖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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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중낭만 2017/08/30 21:25


    혹시 이 댓글 작성자님이 쓰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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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좋은김말이 2017/08/30 21:33

    이별 노래는 아니지만 결혼식에서 들었던 노래중에 임팩트 쩔어줬던 윤종신 노래는 "you're so beautiful" 입니다 결혼식 축가로 혹시 아직 고민중인 분들은 꼭 들어보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이거 듣다가 섹소폰 소리나는데서 기뻐서 오열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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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난꾸러미 2017/08/30 21:36

    이거 쓰고 싶어서 간만에 로그인합니다 ㅎㅎ
    윤종신 나이 들어보세요
    결혼하고 나이먹고나니 가사하나하나가 너무너무 공감돼요
    꼭 들어보세요!!!!!
    듣고 검사맡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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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해요냉 2017/08/30 21:39

    윤종신 최애곡 오래전 그날ㅠ 노래방 가면 꼭 부르는 18번이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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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언피스트 2017/08/30 21:44

    윤종심씨가 아니라 걍 갓종신이에요.....
    윤종신 노래 추천받습니다 추천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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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accato 2017/08/30 21:46

    전 오 마이 베이비
    내손가락 움켜쥐던게  니가 내게 했던 인사였던것 같아
    힘든 하루 엄마가 된 너의 엄마와 난 그득히 고인 눈물이 첫인사......
    아이가 생기니 이노래 첨 들었을때 폭풍 눈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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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ri 2017/08/30 21:51

    본문과 같은 앨범에 있는 애니(Annie) 완전 강추합니다.
    그 당시 서로 짝사랑한다는 것도 모르고 각자 가슴 아파하던 여자친구와의 추억이 있는 노래입니다!
    지금은 뭐하고 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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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personic 2017/08/30 21:52


    한양대에선 민폐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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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ckman 2017/08/30 21:57

    윗분도 쓰셨지만 저도 Annie.
    가사가 너무 좋아서.
    고백하지 못하고 흘러간 인연이 있어서
    더더욱 마음에 남는 곡이예요.
    Annie 혹시나 알고있나요
    내가 사랑한다는 걸
    안다면 그대는 나빠요
    얼마나 애태웠는지
    Annie 이 노랠 듣고 있나요
    그대가 바로 Annie예요
    말하지 못했던 내 마음
    이제는 털어 놓을 깨요
    야--- 이 바보야 난
    널 사랑하고 있어
    얼마나 내게 위안이 됐는지
    긴 아픔 멈춘 게 다시
    웃게 만든 게 너야
    느끼고 싶어 니가 내게 주는
    사랑 바라기만 하는
    내 모습이 이해해 주길 바래
    내게로 올 수 있다면 아주
    긴 시간 동안 보답할게
    Annie 조금은 후련하네요
    정말 외치고 싶었는데
    내 앞에 Annie는 없지만
    고백한 것 같아 좋아요
    Annie 그래도 모르겠나요
    그대가 바로 Annie란 걸
    그래요 모를 수도 있죠
    아니면 모른 척 하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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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처럼... 2017/08/30 22:08

    종신이형, 진짜 감수성도 대단하고 천재라고 느낀 게 같은 멜로디를 이용해서 '넌 완성이었어'와 '치과에서'라는 서로 다른 두 곡을 만들어낸 걸 봤을 때였죠.
    '치과에서'라는 노래만 그냥 들으면 '아, 그런가보다.. 뭔가 치통과 이별을 살짝 비유한 거 같네...'라고만 느껴지는데 먼저 '넌 완성이었어'를 듣고 '치과에서'를 들으면 그 가사의 절절함이 장난 아닙니다.
    아래에 링크 올려놓을테니 순서대로 한 번씩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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