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332775

아이가 싫어진 계기였을 것 같은 경험담

 
 
어른들이 흔히 결혼 적령기라고 하는 20대 후반의 여성이지만 저는 아이를 매우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남들처럼 개념없이 구는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과는 달리, 예쁘고 얌전하게 있는 아이에게도 손끝 하나 스치기 싫어하고 멀리 떨어져야만 안심이 됩니다.
 
흔히들 '너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면 달라질 것이다' 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결혼생각도 없어놔서..
 
 
 
 제 나이 5살 때, 유치원에서 있던 일입니다.
 
선생님은 어딘가로 자리를 비웠고, 반에서 아이들이 서로 놀고 있는 와중에 어떤 계기로 시작된 일인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한 아이가 제 스카프로 제 목을 조르니 제가 숨막혀하고 우는 것을 보고 다른 아이들도 와서 절 눕히고 스카프 양쪽을 잡아당기고 입과 코를 힘껏 막았습니다.
 
한명은 제 누운 머리위에서 코를 막고 한명은 그 옆에서 입을 막고, 두명은 스카프를 양옆으로 당기고.
 
그 아이들은 그게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르는 나이니까, 당연히 재미있게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숨을 쉬려고 있는 힘껏 저항하고 울었지만 그 웃는 얼굴들은 재미있는 행위를 멈출 생각은 없었습니다.  제가 팔을 버둥거리니까 양 팔도 누군가에 의해 잡혀졌습니다.
 
목이 뜨겁고 목에서 심장이 뛰듯 두근두근거리는 느낌과 함께, 눈을 분명히 뜨고 있었음에도 시야가 까만 얼룩으로 점점 뒤덮여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을 기억합니다.
 
 
 
마침 그때 선생님이 들어와서 아이들을 떼어놓고, 까만 얼룩이 걷어지며 앞이 보임과 동시에 저는 숨을 몰아쉬며 마구 울었지만
 
아이들은 코를 꼬집힌 벌로 끝났습니다.
 
고작 코를 한번 꼬집힌 정도였는데 저보다도 더 서럽게 울어대는 아이들을 보며 '니들이 왜 울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사과같은 건 물론 아무에게도 듣지 못했죠.
 
나중에 그 일로 엄마가 선생님에게 전화했으나 아무 일 없이 흐지부지하게 지나가고, 저도 성장하며 잊어갔었습니다.
 
하지만 간혹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정말 운좋게 살았네' 하고 웃습니다.
 
 
 
 
목에 뭘 못 하게 되는 트라우마같은 건 생기지 않았지만, 역시 이날 이때까지도 아이를 보면 혐오를 넘어선 거부감이 드는 것은
 
그 날 있었던 순수한 아이들에 대한 경험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댓글
  • 문지기-마님 2017/08/12 23:40

    순수한 잔인함..진심으로 무섭네요.

    (sqC3NG)

  • 꼬마범 2017/08/13 00:35

    저도 유치원생일때 옆집 언니에게 목졸려 죽을 뻔 한 적 있어요. 한두살 차이나는 언니.
    목졸려서 눈 뒤집히고 의식 멀어지는데
    그 언니도 놀라서 놓아줘가지구 살아남음...
    목욕탕에서 잠수놀이하던 친구가
    자기가 자꾸 지니까 약오른다고 제 머릴 눌러서
    기절한 채로 구해진적도 있고.
    어릴땐 죽음이라던지 하는걸 모르니까요.

    (sqC3NG)

  • 햄치토스트 2017/08/13 00:50

    소년범죄 연령을 더 낮춰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sqC3NG)

  • 베리윰 2017/08/13 00:54

    성악설을 믿는 이유..
    한글도 못때는 꼬맹이 애들이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다른 애들 괴롭히고 왕따시키고 하는거 보면 전 성악설이 옳다고 믿음

    (sqC3NG)

  • ▶◀검은날개 2017/08/13 04:24

    아, 생각해보니 저도 있었네.
    초3으로 기억함.
    뭔 상황인지 기억 안나는데
    당시에 남자애 하나랑 여자애 하나가
    저를 중앙에 두고 서로 뭘 같이 하자고 암튼 싸웠던 걸로 기억함
    그러다가 한 놈은 제 오른손
    안 년은 제 왼손
    그렇게 잡고 마구 흔들고 그랬음.
    하지말라고 전 소리쳤고 두 것들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제 몸을 줄다리기 하듯 잡아 당겼음.
    근데 그걸 본 반 애들이 갑자기 우르르 나오더니
    남자, 여자 편을 먹고 저를 능지처참하기 시작했음.
    머리 위로 열댓명, 다리 아래로 열댓명이 내 몸을 잡고 줄다리기를 했음.
    그 때, 미친 사람처럼 소리질러댔음.
    왜냐면 농담 아니라 몸이 곧 찢어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임
    사타구니랑 겨드랑이가 엄청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었음
    그러다가 쉬는 시간이 끝났었나?
    암튼 선생님한테 두 놈년들 혼난 걸로 기억함.
    그 일 있고 난 뒤로 약 1시간 정도 연필 들 힘도 없었음.

    (sqC3NG)

  • 벌나비 2017/08/13 06:57

    어릴 적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거네요.
    모르고 저지른 행동으로 인해서 지금까지 상처로 남아있다니 꼭 치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경우 가해자는 기억도 못하는 게 대부분이죠.
    성악설을 얘기하기 전에 모르는 이는 가르쳐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의 자세가 바로 잡혀야 할 거 같아요. 이쁘다고 무조건 봐주는 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타인을 괴롭히는 것은 나쁜 짓이라는 것.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치면 아무리 아이들이라도 이런 일은 없을 겁니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요.
    글 쓰신 이는 이런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쪽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sqC3NG)

  • 울토끼만세 2017/08/13 07:32

    이 글 쓰기가 많이 두렵고 무섭고 그렇지만
    용기내어 적어봅니다...
    제 어릴적 경험으로보면 다른 아이에게 가학적
    이거나 폭력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은 가정폭력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혹은 옆에서 봤다거나...자기가 직접 당하거나
    엄마가 아빠에게 그렇게 당한걸 직접 보았거나..
    저역시도 주변환경이 정상적이지못해 예방접종
    하는날 의사가 온몸이 굳은피(멍)가 배겨
    주사를 못놓는다 얘기 할 정도로 많이 맞고
    자랐습니다... 원래 왼팔에 놔야하는데 멍땜에
    오른팔에 맞자 하고봤더니 오른팔도 멍...
    그냥 부분적으로 멍이 아니라 온몸이...전
    예방접종을 다리에도 놓을수 있단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안됨... 같이왔던
    간호사누나?가 기겁을 하더라구요...
    거의 그땐 일상이었어요 두들겨 맞고 감금당하고
    가혹행위 당하고... 작은아버지나 아버지나
    할머니나 지금 생각하면 가장 놀랍고 공포스러운
    생각은 가장 가깝고 같이 맞았던 누나가
    제일 큰 가해자였다는거... 지금도 치를 떱니다
    19살때 버스에서 호흡이 너무 가쁘고 심장을
    쥐어짜는 통증과 살짝 어지럼증에 구역질...
    젤 고통스런건 밀폐공간에서 시도때도 없이
    다가오는 호흡곤란... 전 이게 공황장애라는걸
    서른넘어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폭력과 가학의 피해자였던 제가
    어린 유년시절ㅓ동급생에게도 폭력을 행사한적
    있었어요.. 다들ㅓ그렇게 사는줄알았고 죄책감도
    없었죠... 그런데 친한친구집에서 그 부모님을
    뵙고 그 친구가 자라는 환경을보고 충격을
    받았었어요 "내가 이상한거구나..." 그 뒤로
    제 스스로를 엄청 꾸짖었어요... 애들에게 보였던
    폭력은 당연히 사라졌고 싸움도 안하게되었고..
    하지만 가정내 저에게 행해지는 폭행은 계속
    되다가 사춘기 지나고 체격이 커지며 스스로를
    방어할수 있게 되며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어린시절ㅓ당했던 그 경험이 의식저변에 있어
    누군가 무방비상태로 일방적으로 맞거나
    당하는걸보면 다른사람이 느끼는 감정보다
    너무큰 분노를 느끼게되더군요... 장난으로
    툭툭치는것도 못견뎌하고... 공황장애 증상은
    20대 후반까지도 저를ㅓ괴롭혔었습니다...
    성악설 성선설 이론적인 부분에 대하여서는
    저역시도 뭐가맞다 틀리다 말씀을 못드리겠는데
    최소 이거 하나는 맞는거 같아요
    폭력에 노출된ㅓ피해 아동이 나중에 가해자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는거...

    (sqC3NG)

  • M.I.R.O 2017/08/13 08:24


    안 그래도 저 역시 어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야간개장이 막바지에 다다른 시잠에서 동물원 측에서 사막여우에게 살아있는 생쥐를 배했는데
    어른들은 그 광경을 보고는 징그럽다 쥐가 불쌍하다라고하는것과 대조적으로 아이들은 신기하다 재미있다 빨리 가려는 어른들에게 조금만 더 보고가자고 조르기까지 하더군요 이런걸 보면 성선설보다 성악설이 맞는것 같습니다

    (sqC3NG)

  • 보리맛풍선껌 2017/08/13 08:32

    순수한 호기심으로 동물을 죽이는것도 다반사죠

    (sqC3NG)

  • まゆP 2017/08/13 09:19

    원래 싫어하는 것에 개인 경험을 붙혀서 명불허전~ 식으로 말 하는듯
    싫은 건 자유지만 그 싫어하는 것에 눈살 찌푸리는 것도 자유

    (sqC3NG)

  • 리즈엘린 2017/08/13 09:22

    앗 어쩌다 이게 여기까지.. 추천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sqC3NG)

  • 차푸서푸 2017/08/13 09:38

    저도 어릴때 이불에 갇혔던 기억이 있어요
    애들이 나를 두꺼운 이불에 가둬놓고 이불위에 앉아있었죠.
    울고 소리지르고 해도 꼼짝달싹을 못하고 숨막혀 죽을 것 같고 답답해서 미칠것만 같았는데
    나중에 풀려나서 화를 했더니 장난인데 왜 그러냐고...
    그런 아이들이 친척아이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게 그때부터인 것 같기도..

    (sqC3NG)

  • 라미야 2017/08/13 10:17

    성악설, 성선설이라... 아이들을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아이였고 사회화를 통해 사리분별 가능한 어른이 된거에요. 아이가 무지하여 나쁜짓인 줄 몰랐다면 올바르게 가르치고 교육하면 될 것입니다. 한때 아이였던 다 큰 우리 어른들이요.

    (sqC3NG)

(sqC3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