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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하니 상대는 공포였을지도..

몇년전이더라


내가 대구에 있었을때니까

8년전이네

2009년?

난 당시 서울 사람이지만

대구에 오피스텔 촌에 원룸 하나를 잡고

친구들과 같이 살았다

그냥 아무런 생각없이 종일 피시방서 게임하다가

피시 정지 시켜놓고 집가서 밥시켜먹고 다시 겜방가서 게임하고

하루종일 그러고 지냈는데

항상 아침에 나가서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새벽이었다.

늦은 새벽은 아니고

하루는

오전에 나가서 게임 실컷하다가 초새벽에(1시?) 너무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야겠더라

피시방이랑 집이랑 거리가 한 5분남짓인데

나와서 걸으려니 왠 여자분이 앞서 걷드라고

그냥 얼굴은 못봤는데

뒷모습이 아주머니야 젊은 아주머니

난 아무 생각 없이

그날의 게임평가를 혼자 독백으로 중얼 거리며

길을 걷는데

계속 같은 방향이더라구?

근데 내 외모가 강도외모도 아니고 산적외모도 아니라

아무 생각없었는데

앞서가던 여자분이 걸음이 빨라지더라구

근데 키가 작으셔서 그런지

걸음을 빨리한다고 하는게

나한테 따라잡힐뻔한거 나랑 속도를 맞추게 된거뿐이였어

난 그때까지도 아무 생각없이 그날의 게임정리를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우리 오피스텔이 보이는쪽으로 가는데

그 아줌니도 그쪽으로 가더라구

현관문엔 도어락이 없었는데

아줌마가 빠르게 밀고 들어가던데

원래 그런 습관있잖아 추운날

누가 문 밀고 들어가면 슉 뒤 따라 손 안대고 들어가는거

응 추웠어

아줌마 들어가고 난 슉 따라 들어갔는데 아줌마가 되게 급하게 올라가시는데

혹시 오해라도 살까해서 천천히 올라가찌


내 집은 3층인데

2층 올라가니 아줌마가 아직 키를 찾고 있더라구

2층 올라가기전 1층 반계단쯤?

올라가면서 보니 날 쳐다보는데

뭐 귀신 본것처럼

가방을 막 뒤지면서 나랑 아이컨텍을 하는데

"올라오지마!"라고 하는것 같았어

근데 어떡해 나는 한층 더 올라가야 되는데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아줌니는 거의 .. 아니 거의가 아니고 입가에 하얀 거품침 있잖아.?

우씨우씨 뭐라하는데 잘 못들었어

아 위험한 아줌마다 싶어서 눈 피하고 나머지 반계단 올라가는데

마침 키를 찾았나봐

키를 막 쑤시더니 결국 열더라고

이때까지는 난 그냥 이아줌마가 화가 났나 내가 싫나 이랬는데

문따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키가 안빠지는지 몸만 들어가고 팔은 낑겨서 막 돌려대더라고

어떻게 설명하지

몸은 현관이고 손은 문밖에 키 돌리고 있고

표정은 "야이 살인마야 저리꺼져!!!!!"

그냥 왜그럴까 하는 표정으로 3층으로 올라갔고 

울면서 족발에 소주두병 시켜먹고 잤어...


댓글
  • 싼타스틱4 2017/08/11 04:19

    난 좀 삐리리 약골에 글로벌 호구 처럼 생겨서 그런지 저런 상황에서 보통 여자들이 나랑 눈 마주치면
    살짝 안심 하는 듯 하더라구.. 휴~ 저정도는 내가 제압 가능 할 거 같아라는 듯한 느낌?
    왜 그 도를 아십니까도 멀리서 나만 보면 우사인 볼트마냥 달려와.. 아 정말 싫어.... 노숙자들도 돈 달라고 따라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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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순팬티 2017/08/11 10:55

    밤길 무서운 피해자들의 입장도 이해가지만...
    항상.. 늘 가해자로 오해받는 사람의 입장도 좀 생각해주세여...
    이건 뭐 위험해서 밤길 못다니는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겁먹거나 신고할까봐 좀 그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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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손의지배자 2017/08/11 11:31

    이해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이렇게까지 우연이 겹치는 공포는 전 겪어본적은 없지만 오해받는분들도 일상이 불편하고 힘들겠죠.
    덩치 조금 큰 남자후배녀석과 지하철을 탔더니 팔을 감싸안더라구요. 생긴것도 이렇고 덩치도 커서 이러고있는게 맘편하다며. 언제부터 이렇게 세상이 험해지고 서로 의심하고 짜증내게 된건지 가끔은 숨막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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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천은1초 2017/08/11 11:33

    얼굴몰라도 같은 통로면 인사정도는 하고삽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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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북고수 2017/08/11 12:18

    한줄요약 : 작성자 무섭게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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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옳지그래옳지 2017/08/11 13:00

    의심해서 죄송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목숨이 달린 일처럼 느껴져요.. 저도 아빠가 계시고 남동생도 있는데 단순히 따라온다고해서 범죄자 취급하고 싶진않아요..
    고딩때 제가 뛰어서 서둘러 집으로 들어가니까 같이 골목들어온 남자분이 그런 제 모습이 우스웠는지 막 웃더라구요. 상대방은 어이없어서 그랬겠지만 그 웃음소리조차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소수의 범죄자 때문에 의심해서 죄송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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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yess 2017/08/11 13:24

    인적없는 거리에서 누군가 같은 방향으로 계속 뒤따라오면 남자인 저도 뒷통수가 간질거리고 옆구리가 시큰거리는 느낌들고 그래서 그림자나 쇼윈도로 뒷사람 위치를 흘끔흘끔 파악하면서 걸어요. 요새 묻지마 살인이나 또라이들 많잖아요.
    본문에서
    현관 손안대고 따라들어갔다면 거의 코앞까지 따라갔다는 얘긴데.. 저 상황에서 감사하단 인사정도만 했어도 아주머니가 좀 안심하셨을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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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썩썩 2017/08/11 21:14

    저는 남잔데요 겁많아서 심지어
    인적없는 밤 새벽에는 여자분을 마주쳐도 무서움
    나도 좋고 상대도 좋고 그냥 내가 기다렸다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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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징가잭슨 2017/08/11 21:17

    2009년이 8년전이라는게 더 공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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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좋네요 2017/08/11 21:22

    남자도 새벽에 누가 조용히 따라오면
    무사워요..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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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톤이스탁흐 2017/08/11 21:34

    남자라서 공포의 대상이 됐네요ㅠㅠ 이 사회에 만연한 남성혐오증은 언제나 없으질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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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딩학생 2017/08/11 22:01

    솔직히 밤에 누가 따라오면 남자든 여자든간에 다 무서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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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왓더헬?! 2017/08/11 22:04

    전 무섭지는 않은데, 원래 두리번 거리면서 걷는 습관 있어서 쳐다보면 남자분이 계시더라구요. 그때부터 그 남자분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막 앞질러가세요. 음.. 그럴 땐 저도 되게 민망해요 남자라서 쳐다본 거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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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려군 2017/08/11 22:16

    범죄자 마주치면 도망치라고 하고, 밤길 조심하라고 하고, 스스로의 신변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라고 말하면서,
    고작 뒷사람의 신상을 확인할 수 없으니 무서워서 빨리 걷는 것만으로 기분 나빠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가장 합리적이고 능동적이고 주변에 피해 안 가는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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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브 2017/08/11 22:16

    저는 20대 중반쯤 친구가 자취하는 복도식원룸을 찾아갔는데 불꺼진방에 티비불빛이 보이는 여긴가보다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잠겨있지 않더군요
    친구는 깔깔이를 입고 티비가 현관문 옆에 있고 1인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다가 제가 들어가니 흠칫놀라더군요
    어두워서 안보였는데 그 친구가 맞나..긴가민가해서
    자세히 보려고 다가갔는데 그 친구도 조금씩 일어나는겁니다
    그렇게 2,3초쯤 대치하다...제 친구가 아니더군요..
    죄송합니다 하고 나가서 전화해보니 바로 옆집..
    그당시 그분은 얼마나 놀랐을까 죄송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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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마당o 2017/08/11 22:17

    어쩌다 저런일 있으면 폰 꺼내서 오유 눈팅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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