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경제와 경영 그리고 기업

마음으로 읽는 경제와 경영 그리고 기업
사실 경제와 경영에 대한 개념은 사전에 잘 정의되어 있다. 따라서 그 정의를 굳이 다시 언급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기업에 대한 정의 또한 잘 정립되어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지나치게 영리, 즉 이윤 추구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다.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따로 배운 적도 없고 그와 관련된 책도 거의 읽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그런 정의가 한편으로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아니 미흡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경제, 경영 및 기업 등 그 모든 활동의 주체는 사람이고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사회라는 구조가 필수적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그 많은 사람 모두가 동의하고 모두에게 유익할 때, 아니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때, 그와 같은 활동이 정당하고 바람직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활동에 “정당성”이나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가요? 그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라면 분명 양심도 따듯한 심장도 없는 로봇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어떤 친구가 읽고 있다는 티나 실리그(Tina Seelig)가 지은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What I wish I knew when I was 20)’’라는 책에서 명문 스탠포드대 경영 관련 수업 조별 과제를 예로 들며 작가가 말하고 있는 엄청난 수익률이 실은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과인데 그 점이 간과되었다는 데 충격을 받아서이다. 범죄나 마찬가지인 활동을 통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무리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고 한들 그 활동과 결과는 법적 책임을 수반해야 마땅하나 그에 대한 어떤 말도 없다.
그 한 가지 예가 학생들에게 5달라가 든 봉투를 주고 2시간 만에 최대한의 수익을 올리라는 과제이다. 누구나 생각하듯이 로또를 산다든가 하는 방법은 물론 실패이다. 반면 다른 사람이 잘 생각하지 못하는 깊은 통찰력이 필요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극찬한 사례를 보면 유명 맛집의 예약을 선점한 후 그 예약권을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손님들에게 비싸게 파는 방법이었다. 더군다나 여학생이 손님들에게 접근할 때 더 성과가 좋다는 점을 파악해 남학생은 예약 선점에 집중하고 여학생은 예약권을 파는 데 집중한다는 아이디어도 극찬하고 있다. 사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고 극찬하는 이 사례는 누구나 예상하듯이 암표나 마찬가지이다. 다음은 우리나라 경범죄 처벌법의 일부이다. 암표(illegal ticket)라는 용어 자체가 의미하듯 그 행위는 불법이다. 아마도 서양권이나 일부 국가에서는 암표가 불법 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비록 경범죄라고는 하나 정당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왜 경제나 경영 또는 기업 활동이 범죄를 수반하는 게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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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범죄처벌법 제3조 (경범죄의 종류)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
4. (암표매매)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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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사례는 학교 내에서 자전거 튜브 공기 주입 가판을 설치해 공기 상태를 무료로 점검해주는 대신 공기가 적을 경우 소액의 수수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의 문제는 경제와 경영 및 기업 활동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사항들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그 책에서도 썼듯이 분명 실물 경제에서 자전거 튜브 공기 주입 서비스를 하는 상점이 존재한다. 그게 무료든 유료든 그 상점들은 그런 활동을 하기 위해 허가를 받았을 것이고 또한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학생들은 무허가로 세금도 내지 않고 경제 활동을 하면서 수익을 올렸다. 이는 무허가 노점상이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작가는 그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엄청난 수익률만 강조했다. 그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어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될 만큼 영향력을 지닌 것 같기에 더욱 걱정스럽다.
이제 모두가 동의하고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는 경제, 경영 및 기업 활동이 필요한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활동의 과정과 결과는 합법적이고 사회 전체의 경제 활동 흐름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더 나아가 그런 활동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재분배되어 또 다시 사회 전체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다면 더 없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사항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경제, 경영 및 기업 활동에는 그에 따른 엄중한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활동은 수익만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사유재산권 보장과 시장 자율 또한 소중한 가치이고 자유 민주주의 경제 체제 또한 이미 검증된 효율적인 시스템이지만 모든 권리와 자유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모든 경제, 경영 및 기업 활동은 합법적이고 공정해야 하며 그 책임 즉, 납세와 재투자를 통한 분배 책임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창의성과 혁신성 및 대박 수익률은 그런 책임을 다한 후에 비로서 꺼내야 하는 겸손함이 필요한 용어이다. 그래야 따듯한 마음을 가진 모든 사람들의 박수를 받을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