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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 - 수동으로 여행 가기(feat.잡다한 장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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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올해 초부터 16-35GM2가 나오면 GM2 홀리트리니티로 여행 가야지- 라고 계속 계획했지만 처음 기대했던 봄엔 나오지 않아서 허탕쳤고,
이번 9월에 가는 여행도 발표날 직후라서 출시도 안 된 시점이라 어쩔 수 없이 16-35GM2와의 인연은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 대신 평소에 안 하던 걸 해보자고, 올 수동 구성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여행 때 들르는 후쿠오카, 나가사키, 유후인 중 나가사키를 빼면
이전에 가봤던 곳이라서 구석구석 둘러볼 필요도 없고 원래 유유자적 하면서 먹거리나 즐기고 산책할 생각이었던지라 수동이 가능한 선택이었습니다.
GM2 홀리트리니티를 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저는 렌즈를 동일 시리즈로 세트로 쓰길 좋아하는데, 수동렌즈도 몇가지 세트가 있으나
화각 범위가 표준줌 영역을 고르게 커버하는 자이스 록시아 시리즈로 정했습니다. 보이그랜더랑 자이스 클래식에 쓰느라 관심 안 준 게 미안하기도 해서…
다만 5개를 교환하면서 쓰려니 무조건 숄더백이어야 신속성이 나왔고 작은 렌즈들이긴 해도 금속덩어리라 무게는 적잖이 나갑니다.
다 합쳐서 2Kg이 넘으니까 따지고 보면 GM2 삼총사와 비교해도 부피가 작은데 비해선 약간 밖에 가볍지 않은 셈이죠;; 화각은 비교할 것도 없고.
가방은 평소엔 돔케 F-2를 쓰는데, 그건 국내에서 경량 출사 갈 때만 쓰고(각이 안 잡히는 스타일 상 주머니가 있어도 이것저것 넣기 그렇습니다)
이번엔 픽디자인 메신저백을 썼습니다. 다만 지금 파는 V2가 아니라 V1인데, 다른 픽디자인 제품을 다 V2로 바꾼 지금도 이녀석만 V1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 외부의 사이드포켓 유무인데, 여기다가 물통이나 보조배터리를 넣으면 상당히 좋거든요.
그 외엔 끈이든 뭐든 V2가 확실히 나은데 땀이 많은 체질에 아직 30도를 웃도는 날씨에서 이 포켓의 유무가 정말 중요했습니다.
그거 말고도 V2는 가방 신축이 조금 덜 되는 느낌이라 생각보다 덜 들어가는데 V1은 정말 많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용하는 최대치는 16-35GM(곧 2가 되겠죠), 24-70GM2, 70-200GM2(!), 50.4ZA+바디를 넣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렇게 넣으면 어께가 박살날 지경이라 자가용 이용하는 근거리 출사에만 씁니다. V2에는 70-200GM2에 후드 장착하고는 저렇게 못 넣을 겁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귀국 전날로 여행 끝을 앞두고 있습니다만, 고생스럽긴 해도 재미있는 경험이기는 했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역시 화각인 듯 하네요. 5개나 들고가도 21~85 영역 밖에 안 되고 가차없이 말하자면 20-70G보다 약간 넓은 정도입니다.
뭣보다 렌즈 갯수가 이렇게 많고 단렌즈인데 최대광각이 21mm인 게 제일 컸네요. 21과 25는 너무 가깝고, 바티스처럼 18로 나왔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망원 화각도 아쉽긴 한데 그래도 85 쯤 되면 얼추 망원 느낌이 나기 시작하는 지점이라서 광각보단 덜 아쉬웠습니다.
요즘 폰카 초광각에도 한참 못 미치는 범위인지라 16-35GM2가 타이밍이 맞았다면 좋겠단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네요.
조리개는 그렇게까지 불만은 없었습니다. 록시아가 워낙 소구경이라 f2.8 줌렌즈 상대로 조리개가 유리하다고 할 정도로 밝은 렌즈들은 또 아니지요.
f1.8을 거의 단렌즈 최소기준으로 취급하는 마니아들 기준으론 그걸 충족하는 렌즈가 하나도 없는 게 록시아 시리즈입니다. 가장 밝은 게 f2, 어두운 건 f2.8이죠.
f1.2~1.4 단렌즈로 비슷한 범위를 커버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긴 한데, 밝은 보이그랜더도 35~50mm 영역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화각영역 구성이 안 나오죠.
개인적으로 꿈의 구성이라면 라이카 APO 라인업을 본따서 보이그랜더에서 APO를 28-35-50-85 정도로 만들어주길 바란 건데 어째 35/50 이후 소식이 없네요.
사실 E마운트용 보이그랜더 자체가 35 APO 이후로 수년째 소식이 없는 상황입니다. 캐논, 니콘, 후지로 열심히 나오던데 바빠서 그런지 원…
그래도 조리개 자체는 배경 날리기를 그렇게 즐기지도 않고 수동에선 초점 맞추기 부담이 커지는 것도 있어서 이정도면 그냥저냥 감수하면서 쓸만했습니다.
화각 다음으로 불편은 역시 렌즈교환을 엄청 자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아직 원하는 촬영과 렌즈 화각이 눈대중으로 다 때려 맞출 만큼 익숙해지진 않아서
50 끼우고 있다가 35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해보니 아 이것도 좁네 결국 25 써야하네 뭐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죠. 85를 써야할 때는 맞추기 쉽습니다만…
렌즈교환이 잦다 보니 먼지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 합니다. 소니 먼지떨이가 a7s3 이후 기종에서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아직 올림파나엔 한참 못 미치네요.
이정도로 자주 갈아끼면 블로워는 필수로 휴대해야 하고, 숙소에 와서 센서 청소도 간간히 해줘야 얼룩덜룩한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있겠죠.
방심했는데 생각외로 접안렌즈 쪽도 먼지가 잘 꼬이더군요. 분리하고 캡을 순식간에 끼워서 센서보단 덜할 줄 알았지만…
비스고 임프 블로워는 팁을 포함해 전체가 고무라 긁힐 염려도 없고 작아서 가방에 잘 들어가서 다행이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사진을 빨리빨리 찍을 필요가 없는 여행이기에 가능한 일회성 시도라서 앞으로 몇년 정도는 같은 짓을 할 일이 없을 거 같긴 합니다.
내년에 부모님 은퇴 가족여행을 예정 중인데 그때는 확실하게 GM2 시리즈로 가져갈 생각이고요. 가족여행에 수동으로 찍고 있을 여유는 없지요;;
그래도 카메라와 사진에 매너리즘에 빠질 즈음에 이상한 짓을 일부러 해보는 것도 조금은 분위기 전환이 되는 거 같습니다.
이제 귀국함과 동시에 16-35GM2를 언제쯤 살지도 좀 살펴봐야겠고, AF의 편리함을 다시금 고마워하게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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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kPjs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