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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그리고 시작
[01. 마지막 부조 The Ongoing]
처음은 늘 거칠고, 눈보다는 손이 더 바쁩니다.
정확한 눈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만들어 나가는 습관이 안들었습니다.
저는 부정확하게 좀 더 감정적으로 흙을 붙이는 걸 더 좋아합니다.
7월의 마지막 날, 마지막 부조를 시작합니다.
[02. 시간을 쌓다]
흙은 제 손에서 말랐다가 젖었다가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 곳에 아주 조금씩 시간과 함께 쌓여갑니다.
조금 어눌해도, 혹은 조금 틀려도 괜찮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03. 짙어지는 공간]
2022년 5월 초에 이 작업장으로 짐을 싸들고 이사를 온 이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조각도 만들고, 워크샵도 하고, 사람들과 한잔 하며 속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친구도 생겼어요. 어려울 때 기꺼이 절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04. 마지막 부조 Dangerous]
8월 22일 밤엔 또 하나의 부조를 끝냈습니다.
제목은 "Dangerous"이고, 크기는 40 x 50 cm 입니다.
고칠 부분들이 눈에 자꾸 걸려서 오늘 아침까지 손 좀 봤구요.
이제 열흘동안 그늘에서 말린 다음에 가마에 넣고 초벌구이를 할 생각입니다.
[05. 우리들의 할머니]
제가 이 부조를 만든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사실 카셀엔 진짜 "평화의 소녀상"이 있었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그런데 올해 3월 말에 감쪽같이 사라졌지요. 아마도 일본측의 압력이 있었나봅니다.
카셀미대 학생들 몇몇이 뭉쳐서 소녀상을 찾기위해 작은 전시회를 엽니다.
이 여성은 불안한 죽마를 신고있고, 그녀의 머리는 계속 부풉니다.
식민지시절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할머니들입니다.
이 부조와 함께 짧은 비디오작업도 하나 선보입니다.
[06. 끝, 그리고 시작]
안타깝게도 정든 이 작업장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올해 말에 문을 닫습니다.
그래도 12월까지는 머무르고 싶었는데, 어쩌면 좀 빨리 이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예술인집단에 스튜디오를 신청했는데, 운좋게 멤버로 받아주더라구요.
더 좁고 살짝 더 멀긴 하지만, 그래도 개인 스튜디오이긴 합니다.
이 부조를 끝으로, 또다시 이사를 갑니다. 유목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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