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에 동종 공익을 하신분의 글이 있길래 저도 있었던 일 몇가지를 남겨봅니다.
저는 정말로 운이 좋은 그런 자리였어요.
공단에 있는 센터였는데
출근이 1시간~1시간 20분 씩 걸리는 곳이고
주위에 구멍가게는 거녕 자판기 하나도 찾기 어려운 개발상황인... 그런 곳이었거든요.
근데
출동이 정말 없었어요.
2주, 3주 동안 주간 월~금 사이에 출동이 없던 때도 있고
시내에서 하루에 주간에만 10~15건 뛸때
저는 1달에 10건을 갈까말까한 그런 빈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던게
공단은 한번 터지면 크더라고요.
그럼에도 사망사고는 확실한걸로만 2건밖에 안 겪었습니다.
천운이죠...
자, 그러면 제가 있었던 기간 동안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제 첫번째 사망사고는 지금도 그 모든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딱 아침에 8시 20분 쯤 출근을 막해서 짐을 놓고 센터의 주변에 할일이 없나 둘러보고 있었고
반장님들도 교대점검을 준비하던 찰나였습니다. 한 8시 30분쯤 되었을거에요.
출동벨이 울리면서 지령서가 나옵니다.
교통사고...
바로 구급차에 올라타서 c칼라와 구급백을 준비하면서 구급차와 구조차가 출동을 했습니다.
공단의 어느 사거리에서
대형 트레일러의 뒷부분을 1톤 트럭이 들이받은 사고였습니다.
구조대 반장님들과 따라나오신 다른 반장님, 팀장님, 주임님들께서 1톤트럭의 문을 열고 요구조자를 구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들것을 들고 옆에서 대기했고요.
사고나신 분은 의식도 있으셨고, 어디가 아픈지도 계속 말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던 바로 구조해서 들것에 실고 병원으로 이송하기 시작했습니다.
차안에서 그분은 계속 아프다고 하시면서 말을 하시고 움직이고 대답을 하셨죠.
그렇게 병원을 한 신호 남긴 상태에서 그분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시더라고요.
다시 진정 시키고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서 베드에 그분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준비한 새 시트를 챙기고 c칼라와 기타 장비를 챙겨서 구급차로 가려고 제가 등을 돌리는 순간에
베드 주위로 커튼이 쳐지면서
인턴이 그분의 가슴위로 뛰어올라가더라고요, 예, 심정지가 오신겁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간호사 의사샘들이 뛰어오기 시작했고요.
저는 딱 거기까지만 보고 센터로 돌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의식도 좋으셨고, 그랬으니 잠깐의 위기일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오후에 다른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공사장 추락사고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다행히 그분은 많이 안다친걸로 기억하는데..
무튼 그분을 데리고 그병원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려서 들것을 꺼내는데....
많아봐야 제 또래의 어떤 남자애가 비닐봉지에 옷가지와 신발을 들고 고개를 숙인체 나오더라고요....
근데, 그 신발과 옷가지...제가 아침에 구급차에서 챙겨서 응급실 그 분의 밑에 놓은 거였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와 어느 중년아주머니의 뒤를 따라서, 하얀 시트로 뒤덮힌 베드 하나가 문을 열고 나오더라고요...
저는 들것을 끌고 응급실로 향하는 코너를 꺽으며, 그들과 스쳐지나갔고요...
그날은 복귀해서 내내 멍하니 있었던것 같습니다.
타인의 죽음이란걸 겪어본 일이 없었거든요...
반장님들은 다른 수많은 사고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괜찮다고 위로해주셨고요....
그럼에도 그 기억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네요. 한번씩 섬찟한 기분과 함께 말이죠.
2. 두번의 확실한 사망사고 중에 두번째는 어느공장에서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그 옹벽을 쌓을때 쓰는 커다란 콘크리트 블럭을 만드는 곳이었던것 같은데
그 블럭과 블럭 사이에 사람이 끼었다는 신고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까
이런 느낌의 블럭과 블럭 사이에
한분이 누워계셨습니다.
운전하신 팀장님이 cpr를 시작하고 구급반장님이 심전도패치를 붙이는 등의 응급처치를 하면서
그분을 들것에 실어서 구급차로 옮기고 병원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저는 구급차의 뒤에서 바로 이어서 cpr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기분이었냐면, 표현이 부적절하겠지만
따듯한 물로 가득찬 물침대를 누르는 기분
압박을 한번 할때 마다 가슴안에서 물이 출렁이는게 느껴지는.....
시트는 피로 흥건히 물들었고요...
약간 가니까 반장님이 심전도 나오는 거랑 기타 몇가지를 하시더니
제손을 살짝 잡아끌면서, 그만하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예, 이미...
3. 다른 대형사고도 몇번있었습니다.
고온의 증기에 화상을 입은 출동도 있었고,
프레스기에 눌린 사고
낙상, 낙하물, 추락, 미끌어짐, 열사병, 절단,
그중에 몇가지만 이야기해보면
한번은 배 만드는 소규모의 조선소에서 일어난 사고인데
엔진룸에 엔진을 탑재하다가 엔진에 가슴이 눌린 분이었는데,
배가 거의 10m는 될정도로 높아서 사다리타고 올라갔는데
엔진룸이라는데가 굉장히 좁아서 저랑 구급반장님은 들어가지도 못하고 직원분들하고 다른 반장님 한분만 겨우 들어가서
들것도
수직으로 세워서 들어가고 나와야했었습니다.
게다가 배도 만들던 중이라 바닥에 구멍이 숭숭이라 걸어다니는 것도 위험했고요.....
진짜 기억에 남는건 그 다치신 분의 상태나 다친부위나 반응이 첫 사망사고때의 분과 너무도 똑같고
심지어 출동했던 구급반장님도 그때 그분이라 더욱 불안했습니다..
그분의 추후경과를 몰라서 어찌보면 다행이었달까요..
4. 나름 재미있는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거 아세요? 119에 교통사고 신고를 하면 상황실에서 경찰에 자동으로 신고가 들어갑니다.
센터가 근처의 섬도 관할하기 때문에
섬에서 교통사고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말에 따르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주차된 승합차의 문이 갑자기 열리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크게 다친건 아닌 사고였죠,
구급차를 타고 항구에 가서 기다리는데 경찰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왜 오셨나요? 그랬더니 사고신고로요.
그러는 중에 배를 타고 당사자들이 왔습니다.
차주, 오토바이 운전자..
근데 그사람들이 배에서 내리자마자
경찰이 가더만 "부세요"를 시전했습니다.
그런데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삐~~~
경찰 "선생님 약주하셨네요. 면허증좀 주세요."
오토바이 운전자 "....."
네, 섬에서 그 배달오토바이 정도되는 작은 걸 모니까
무면허......
합쳐서 음주 무면허..
입건이었던거죠.
그때부터 병원까지 가는 차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피해자나 가해자나 섬에서 다 알고 지내는 사이라 병원비만 해결하고 그냥 넘어가면 되는 문제인데
경찰이 와서 불어버리는 바람에 음주무면허사고로 일이 커진거거든요.,
차안에서 대체 누가 신고했냐! 아니 서로 잘 넘어가면 그만이고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왜 그러냐!
동승한 경찰분에게 따지기 시작하지만
이미 신고가 들어간 이상 경찰이 무마할수가 없게 되었던 바라..
저희는 묵비권을 행사했죠.
그러더만
내가 경찰서 본서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서
전화하더만, 아니 그냥 넘어가면 되는데 경찰이 오더만 사고 접수시키고 뭐 법적으로 걸고 그럴거라고 하는데
이걸 왜 그렇게 하냐고!! 막 따지더라고요.
결국 원하는 답은 못얻었는지. 궁시렁대면서 병원에 갔습니다.
그분들 안에 들어간 사이에 밖에서 경찰분들과 대화를 하는데
골치아플거라고,,, 그리고 119에서 신고했다고 119 차속에서 어떻게 말하냐고 ㅎㅎㅎ
뭐, 제 생각도 아마 골치아팠을거 같습니다.
단순한 사고가 음주무면허사고로 변했으니..
5. 저는 소방공무원의 인력은 남아돌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뼈저리게 느낀 경험이 있거든요.
센터에는 3개팀이 있고
보통은 전문구급반장님이 1명 있고
2급 응급구조사? 그런 자격을 갖춘 분이 한분 계십니다.
즉, 연가,병가 등의 결원으로 인해서 구급이 불가능하지 않게 하는거죠.
근데, 구급반장님 대부분 여자분이 많았는데
그런분이 출산휴가를 가고 그러면 그대로 결원이 되기도 하고
아니면 인력의 한계상, 새 센터로 오시면서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취득해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요....
제가 들은 이야기로 정리하겠습니다.
"야, 앞으로 잘부탁한다. 니가 나보다 구급차 많이 타봤고, 응급처치 더 많이 해봤어. 진짜 니가 잘 도와줘야해"
6. 그래도 무사히 센터에서 소집해제했습니다...
나올때
센터에서 하는 일과 센터에 있는 장비 중에 청소나 소독에 쓰는 장비들
그리고 공익업무로 지정된 것들에 대한 것, 그리고 각종 상황별 응급처치 방법 및 필요도구, 현장에서 멍때리지 말고 해야할것(사고 원인 같은거 물어보기 같은거죠 예를 들면, 추락사고면 얼마나 높은지, 낙하물사고면 얼마나 무거운지, 질병이면 언제부터 그랬는지...반장님들은 바쁘시니까요) (또는 다른 위험한 것들을 치우기)
사진 다찍어서 일일히 정리해서
복무가이드라고 책자 하나 만들어놓고 나왔습니다.
소집해제한지 좀 지났는데
잘 써먹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소방서 공익은 출동도 해요?
공익이?
차라리 군대가는게 나을 듯
경찰들도 소방관들 하는 일에는 고개를 절래절래 하던데....
심리치료등 지원이 많이 늘었으면 하네요.
소방공익친구가 있었는데, 사망 사건 많이봐서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1년쯤 됐을 때 부터 의무소방이 들어와서 똑같은일 했다고 하더군요
원래 의방 할생각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기억은 안나는데 결국 지원 안했죠(지금 생각해보면 왜 안했는지 1도 기억안남 아마 흉위가 미달이라 안했던거같은데 확실치 않음)
지금은 하는일 약간이나마 비슷한 해경 복무중입니아
와 소방은 진짜 힘들구나....ㄷㄷㄷㄷ
매달마다 구급일지 묶어놓기..
ㅎㅎㅎ...
전 사망사고는 자살 교통사고..고독사..5건좀 넘는것 같네요.
허리도 잠깐 삐끗했어고..ㅎㅎ
마지막 8개월은 센터에서 서로 빠져서..서장부속실에서 쉬다 왔죠 ㅎㅎ
추가 썰..
저 있던데는 지역내 의방 공익들 다해서 상반기 한번 하반기 한번? 정도씩 모여서 영화도 보거나 뷔페에서 밥도 먹여주고 했거든요.
그때 아침에 산책 겸으로 근처 수변공원에 내렸는데 그 때 대화들이..
"저번에 밤에 뛰어든 사람 건지러 왔었는데"
"저번에 자살자 시체 건지러 온건 저였지 말입니다."
"지난번에 저 앞에 다리 중간에서 뛰었다는 사람은 어떻게 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