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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으로 차려본 주안상은 피꼬막.
요즘 엘보 때문에 퇴근하고 물리치료 받는게 일상입니다.
한시간 정도의 치료를 받고나면 정말 나아간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아침에 눈뜨면 엘보도 같이 일어나네요.
암튼, 오늘은 병원을 나와서 운전하던 중, 시장을 잠깐 찾았습니다.
시장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목표물은 족발 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족발 커다랗게 담은 쌈으로 뱃살을 좀 살찌워 줄 생각입니다.
헌데, 삶이 늘 그렇듯이, 의도한 방향으로 순항하는 일은 잘 없지요.
아버지가 나라를 말아먹는 사람도 아니고, 엄마가 쥴리도 없고……
자수성가를 해야 하지만, 근근이 살아가다 보면 이렇듯 오천원에 뱃살도 만족하고, 주딩이도 만족하는 날이면 행복합니다.
자, 그러면 오늘의 주안상을 소개해 봅니다.
‘피꼬막’ 이라고 부르죠?
피같은 소스를 만들어 봅니다.
초고추장에 스리라차 넉넉히 넣고, 생와사비 조합이면 괜찮습니다.
피꼬막은 나가서 먹기에는 정성이 너무나 들어가는 재료지요.
완벽하게 해감한 다음, 살짝 데쳐서 핏물같은 붉은 기운을 담은 속살을 꺼내 먹을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허나, 편법이지만 간단하게 먹어도 식감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시장 입구에서 피꼬막을 보고서는 아주 머리속에 담아둔 족발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할머니, 이거 얼마에요?”
“오천원! 오천원이다!”
“할머니, 이거 많은데요? 혹시, 죽은넘 많은건 아니죠?”
“장사 하루이틀 하나! 그런거 없다! 그것도 모리고 팔것소?”
양이 평소보다 많은듯 해서 기분좋게 들고 나온다.
족발? 그게 뭐시다냐?
피꼬막은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식재료라 할수 있을게다.
오천원어치 피꼬막을 현관문을 열자마자 싱크대에 넣고 씻어준다.
내 몸뚱아리 씻는것 보다도 신중하고 정성들여 씻어준다.
조개류를 때로 정직한 놈들은 비교적 손쉽게, 산놈 죽은놈을 분간할 수 있다.
해감을 하려고 물에 넣어두면, 동동 떠오르는 녀석들이 있다.
이런 녀석들은 열어보면 속에 뻘이 절반정도 차 있곤하지.
오늘은 다행인지, 사기치는 피꼬막이 하나 뿐이다.
이정도 확률이라면, 나가서 로또라도 사와야 할터인데…..
오늘은 인석들이 편하게 해감할 시간동안 기다리고만 있을수가 없다.
진격의 주안상은 최대 20분을 넘기지 않는게 기본이지.
걍, 푹 삶아준다.
내삶을 준다는게 아니라, 팔팔 삶아준다.
엄청난 부유물이 둥둥 뜨면서, 먹고싶은 마음이 없을만큼, 마치 쓰레기를 끓인 물처럼 요란 스럽지만,
당황하지 않고 찬물에 하나하나 씻어가며 플레이팅 접시로 사용하는 작은 그리들에 올려준다.
찬물에 정성껏 씻어준다.
정성껏 해야만 한다.
뻘맛 경험하지 않으려면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인석과의 첫날에, 먹다가 씻어러 3번이나 갔었다.
뒤로는 단 한번에 끝내곤 한다.
일차로 삶는건 아주 번갯불에 콩 굽듯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껍질 발라내고 하나하나 씻어낸 피꼬막을 다시 뜨겁게 데쳐서 상차림을 끝낸다.
한입에 한점을 넣으면, 삼겹 한쌈을 먹는만큼 입안이 가득찬다.
탱글탱글한 그 식감은, 언제가 되건 인석을 마주하면 입맛을 다시게 만들어준다.
오늘 그랬듯이, 다음에도 이맛에 발걸음을 멈추고 고민하게 만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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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이 대단합니다
까다보면...
꼬막까기 정말 힘든 녀석 몇개 꼭 있더군요^^;;...ㅎㅎ
밥이랑 같이 비벼먹어도 맛납니다!!
인석은 피조개류라 새꼬막이나 참꼬막 정도의 아담 사이즈가 아닙니다.
큰넘은 여린 여성분들 주먹만큼 커다란 녀석입니다.
하나만 입에 넣어도 풍성해요~
밥이랑 먹어도 맛나긴 합니다.
내일이면 주말이네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정성이 대단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꼬막을 좋아라 합니다
된장찌개 아니면 양념을 곁들여 먹어면서 쇠주도 ….
행복 가득한 불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