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작 kbs드라마 8부작 '지리산' 에 나오는 장면인데
드라마의 주인공역을 맡고 있는 박진성이라는 배우가 엘레트지식인 빨치산으로 나옵니다. 빨치산 토벌작전의 후반쯤 대부분의 빨치산이 전멸에 가까웠을때. 박진성 그러니까 엘리트빨치산이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어떤 두꺼운 분량의 사회과학책
원서를 들고 "난 이책 하나만 있으면 나머지 여생을 산속에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대사를 합니다.
당시 전 아직 어린 학생이어서 도데체 이쁜 여자도 아니고 그 책이 어느정도길래 남은 여생을 그 책 한권만 있으면 지낼 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어려웠습니다. (보통의 책은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어도 2~3번 읽으면 단물이 빠진다 생각했었기에)
나이들면서 저에게도 그런 정도의 책이 몇 권 생기면서 알겠더군요. '정말로 엄청난 세계를 담은 좋은 책은 그럴수도 있겠다' 라구요. (평생을 수도 없이 읽어도 매번 새롭게 읽히고 깨닫게 되는 명서들)
책말고도 꽤 많은 시간동안 (책과는 모양이 전혀 다른 만족이어도)실용성이나 만족감이 뭍어나는 것(무생물)들이 있을겁니다. 그 중 잘 만들어진 필름카메라와 렌즈도 한자리 끼워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전 라이카를 싫어 했습니다.
자본주의의 원리를 이야기 할때 몇가지 일화로,, 과거 유럽에서 장미 한송이가 집 한채 가격이었던 적이 있었다.. 또는 후추를 보석과 같은 값진 선물이 될 정도로 고가였다.. 라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당연히 희소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만 전 극단적인 희소성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높아진 가치를 일반가치로 환산하는 경우 불합리한 희생적 구도가 생긴다고 생각했었고 그중 고가의 라이카는 자잘한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묘한 혐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몇년전 오랜동안 이어온 디지털이미지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필름으로 돌아왔습니다. 뭐 제가 디지털 이전에 엄청난 필름사진 메니아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어릴적부터 아름다움으로 익혀온 필름사진은 저도 모르게 빛깔과 톤에 있어 아름다움의 기준같이 제 안에 자리를 잡았다는 걸 디지털을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더욱 선명하게 알게 되어서 필름으로 돌아온것으로, 한번 필름사진을 메인으로 되돌리게 되니 꽤 오랜동안 지속되었던 디지털 장비질욕구들 모두를 합친 것 보다 필름카메라 장비욕구가 더 강력하게 분출되는 걸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강력한 필름카메라 장비에 대한 탐닉 속에서도 전 최대한 라이카를 멀리했습니다. 위단에 거론했던 것처럼 자본주의의 현상에 웬지 내가 말려들어가 별것도 아닌 것에 일반가치들을 희생시키는 것 같고 해서 최대한 라이카를 피해서 꽤 많은 제가 좋아할만한 필카의 여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주옥같은 필름카메라들,,, 지금 떠올려만 봐도 하나하나 다 그만의 고혹적인 매력과 우수한 메커니즘 그리고 그 바디만의 독특한 맛이 있어서 그 미녀들을,,,아,,아니,, 그 카메라들을 욕심내다 보면 어느새 다 가지고 싶은 욕망이 생길 정도로,,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더이상 생산되지 않고 단종된지 이미 오래된 대부분의 필름카메라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남은 평생 오래오래 친구처럼 같이 갈..., 거기에 덧붙혀 내 자식에게 물려줘서 자식들 세대에서도 손보면서 이상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필름카메라" 라는 제 독특한 장비욕구와 미적취향에 부합될만한 녀석은 찾기 힘들더군요.
많은 고수님들이 "지온 네가 원하는 건 라이카M이네" 라고 알려줘도,, 전 "1/1000 짜리 카메라를 어떻게 씁니까? 그보다 훨씬 싼 카메라도 1/4000 도 있고, 충분히 좋은 카메라 많아요." 라며 손사래를 쳤었습니다.
그런데 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희소성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이 유난히 떡칠해진듯한 인상이 미웠던 거지 제글 서두에 거론했던,, "난 이책 하나면 되" 라고 했던 류로서 내취향의 필름카메라류는 라이카 M이라는 것을..,
결국 우여곡절끝에 M응 사용하면서 겉으론 들떠 있었지만 안으론 빨치산역 박진성배우가 난 이책 하나면 되 라는 맘으로 책한권을 잡듯이 저도 드디어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한두달 전 유튜브 방송에서 (정확하진 않지만)'라이카를 왜 사용하는 가?" 라는 주제로 라이카 유져님이 당신의 소감을 밝히는 것을 봤습니다.(구독자 입니다.)
생각해보니 저 스스로도 그런 주제를 자주 떠올려서 생객해봤던 것 같았습니다.
결론은 전,,라이카가 좋아서 라이카를 사용했다기 보단... 나에게 맞는 내 친구같은 필름카메라를 찾다보니 그게 라이카M이었다,, 가 맞을 것 같습니다.
얼마전 출사중 필름카메라 동호회 회원분깨서 라이카가 뭐가 좋나요? 묻더군요.
전 이런식으로 제가 가진 라이카필카에 대한 소감을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안좋다. 스펙, 편의성, 성능, 기능,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안좋고 불편하고 비싸기까지 하다. 사진도 사실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사진은 AF자동카메라가 더 잘나오는 것 같다.
목공방에서 공구좀 다뤄본 분은 아실 겁니다. 일반 드라이버를 사용하다 전동드라이버를 사용하면 그 작업성이나 편리함이 얼마나 엄청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일반드라이버를 하나 가지고 있으면 전동드라이버에서 느끼기 어려운,, 단촐함과 함께 가지게 되는 그 단순공구에 대한 만족감과 든든함의 매력도 대단하다는 것을요,, , 그리고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쌓이는 '정'도 있다는 것을요. 밧데리가 닳았다거나 전기적 수명이나 소모에 의해 무용지물이 되는 전동드라이버와는 달리 언제 어디서든 내손자체가 전원이 되어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한...불편하지만 좋은,, 그 튼튼한 수동공구의 멋과 맛,,,
제겐 필름라이카M도 수동공구같은 그런 맛과 멋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 바로 옆에 두고 사용해볼만한 좋은 공구 같은 녀석,,,
https://cohabe.com/sisa/2898234
오랜 친구같이 오래오래 같이 갈 필름카메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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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문과 감성이시군요 ^^
굿모닝 ^^ 시끄럽게 해서 깨셨군요 ㅎㅎㅎ
제목만 보고도 라이카 M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
감성 충만하고 사색적인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