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대기업의 새로운 본사 빌딩은 완공되자마자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주변의 역 이름을 'ㅁㅁ빌딩 역'으로 곧장 바꿀 정도로 말이다.
ㅁㅁ빌딩은 신식 건물들이 넘쳐나는 그 도심 속에서도 유독 미래의 풍경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게 유행이 될 정도로 기업의 자랑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먹칠을 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 저게 뭔가?! 누가 감히 우리 빌딩 벽에 낙서를 한 건가! "
밤사이, 빌딩의 한쪽 벽 최상단에 이상한 낙서가 새겨졌다. 커다랗고 새까만 입술이 비틀려 다물어진 그림.
기업의 회장은 노발대발하며 당장 낙서를 지울 것을 명령했다. 한데?
" 회장님! 그, 그림이 움직입니다! "
" 뭐라?? "
빌딩 벽의 입술은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림이 움직이다니? "
놀란 사람들이 무언가 과학적인 추론을 떠올리기도 전에, 새까만 입술은 '쩌어억-' 벌어지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 흐익?! "
" 저, 저런?!
경악한 사람들은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입술 안에 제멋대로 돋아난 날카로운 이빨과 꿈틀대는 혓바닥은, 빌딩 안쪽의 공간을 무시하는 완벽한 입체였다.
게다가 그때,
" 어어어어-? 비, 빌딩이?! 빌딩이 움직인다-! "
가볍게 몸을 푸는 것처럼 기우뚱대던 빌딩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지상으로 그 커다란 입을 처박았다!
" 끄아악! "
" 꺄아아악! "
빌딩은 마구잡이로 '쾅! 쾅!' 거리며 도로 위의 차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빌딩은 자신의 키가 닿는 모든 거리로 입을 들이밀었다. 매우 유연한 그 사냥은 빠르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빌딩의 습격을 절대 피해내지 못했다.
한데 정말 신기한 일은, 그렇게 날뛰어도 빌딩의 내부는 평온했다는 점이다. 중력과 관성, 모든 법칙을 무시하고 똑바로 멈춰진 빌딩의 상태 그대로였다. 만약 창문 밖을 보지 않는다면 지금 벌어지는 사태를 절대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였다.
"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
모두가 꿈을 꾸는 줄만 알았을 그 사태는 빌딩 주변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에서야 멈췄다.
빌딩은 다시 원래의 모양새로 돌아갔다. 한데 빌딩 안에서 누군가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자마자,
' 쾅! '
" 끄아악! "
빌딩은 믿을 수 없는 각도로 꺾이며, 그를 잡아먹었다.
살아있는 식인빌딩! 그것만큼 이 빌딩을 정확히 설명해줄 단어는 없었다.
지하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빌딩의 그 놀라운 입은 땅 속의 사람들도 놓치지 않았고, 조금 뒤엔 빌딩 주변이 성의 해자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그 공황 속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 아까부터 배가 너무 불러! "
" 우욱! 배 터지겠네! "
나중에야 사람들은 추론했다. 빌딩이 인간을 잡아먹으면, 빌딩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배불러진다- 즉, 우리가 인간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점을 말이다.
구역질이 나오는 일이었지만, 당장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 흐아앙~! 집에 가고 싶어! "
" 어떡해! 살려줘요! "
" 미치겠네! 나가면 무조건 죽는다니까?! "
수백의 빌딩 상주인구가 식인빌딩 안에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 식인빌딩 사태는 곧바로 온 방송을 점령했다. 빌딩 내부의 사람들이 보내는 음성, 메시지, 동영상 하나하나가 모두 특종이 되어 생중계되었다.
당장 이 기현상의 정체는 둘째치고,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군대까지 동원되었지만, 빌딩은 무엇이든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인간을 공격했고, 그 이빨의 위력은 장갑차까지 가볍게 찢어발길 정도였다.
그렇다고 안에 사람들이 가득한 빌딩을 공격할 수도 없었다.
답이 없는 상황속에서 시간만 흐르자, 내부의 사정은 심각해졌다. 단일 회사라는 특성상 당장의 질서가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았다.
"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
" 엄마아~! 엄마 보고 싶어~ 흐으윽! "
" 죽기 싫어..난 정말 죽기 싫어... "
기업의 지도부는 최대한 상황을 통제하려 애썼다.
" 우리는 반드시 구조될 수 있습니다. 사원 여러분, 침착하게 이 위기를 극복해냅시다! 우선, 숙박을 위해 지역별로-. . . "
지도부는 빠르게 사람들을 정리하고, 빌딩 내 자원을 확보했다. 편의점과 식당 등의 식료품과 물, 각종 생활 비품. 그들로서는 장기전도 생각해야 했다.
다행히, 당장 배고파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식인빌딩의 폭식 때문에 모두 배가 터질 지경이었으니까.
불안한 하루가 지났을 때, 외부로부터 시도해볼 만한 작전이 전달되었다.
[ 빌딩 내의 모든 분은 아래층으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1시간 뒤, 빌딩 최상단의 괴물에 대한 공격이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빌딩 내의 모든 분은-. . . ]
수백의 사람들이 모두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폭격을 생각하면 최대한 아래층으로 내려가도 불안했고, 사람들은 만원 버스처럼 다닥다닥 붙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DMB와 라디오 등을 통해 밖의 사정을 살폈고, 약속된 1시간 뒤. 군이 움직였다.
괴물의 입이 있는 건물 최상층부만을 날리는 것을 목표로 폭격이 시작됐다.
' 쿵! 쿠웅! 쾅! '
" 꺄악! "
" 엄마아! "
" 으으.. 으.. "
빌딩을 울리는 폭격에 두려워하기를 몇 분, 드디어 사람들이 기대하던 소식이 들려왔다.
[ 성공했습니다! 괴물의 소거가 확인됐습니다! 지금 구조대가 빌딩을 향해 접근 중입니다! ]
" 와아아아-! "
사람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함성을 내질렀다.
한데!
[ 어어어? 저, 저거?! 빌딩 상공에 괴생물체가 다시, 부활하고 있습니다! ]
폭격을 맞은 위치에, 검은 안개가 모여드는 것처럼 괴생물체가 다시 나타났다. 깜짝 놀란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부활한 입술이 2개였다는 점이었다.
[ 이, 이런?! 이동합니다! 괴생물체가 이동합니다!! ]
2개의 입술은 하늘을 부유하더니, 각각 마음에 드는 빌딩을 골라서 정착했다. 그 이후는 예상대로,
' 쾅! 콰콰쾅!! '
" 꺄아악-! "
" 으아아악! "
주변을 초토화하며 새로운 식인빌딩의 탄생을 알렸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첫 빌딩의 모두는 탈출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희생자들이 생긴 것이다.
이미 준비가 되어있던 군병력은 또 한 번의 작전을 예고했다. 물론 그들이 멍청하지는 않았다.
" 부활과 분열에 대비해서 모든 방위에 대공 무기를 배치해야 합니다! "
" 만약을 대비해 주변을 모두 대피시켜야 합니다! "
군은 완벽한 태세를 갖춘 뒤 다시 한번 작전을 펼쳤다.
[ 곧 공격이 있을 예정입니다! 빌딩 내의 생존자분들은 모두 안전한 지하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곧 공격이-. . . ]
첫 빌딩의 경우를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비교적 큰 혼란 없이 대피할 수 있었다.
다만, 공격을 시도한 군이 큰 혼란에 빠졌다.
[ 이런?! 4개로 분열했습니다! ]
[ 모두 격추해! 날아가기 전에 어서! ]
[ 공격이 통하질 않습니다! 모두 투과합니다! ]
군은 속수무책으로 4개의 괴생물체를 포위망 밖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번 괴생물체들은 좀 더 멀리 날아갔다. 뉴스를 보면서 남일로만 생각하던 먼 지역의 건물에까지.
' 쾅! 쾅쾅! '
" 꺄악! "
" 으아악! "
끔찍한 일이었다.
총 5개의 식인 건물이 곳곳에 생겨났다. 이 사태로 인한 사상자만 백여 명에, 갇혀있는 사람만 천명이 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정말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국가 병력이 총동원된 구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며, 8개로 분열한 검은 입술에 의해 식인 건물은 총 12개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다음 공격당한 입술은 16개로 분열할 테고, 우린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결론은,
" 저 식인 건물들을 그냥 둬야 합니다! 괜히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
당연히 고립된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난리를 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장은 소수의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다만 문제는,
" 저 사람들 식량은 어떻게 하지?? 설마... "
식인 건물은 무인 자동차든 드론이든, 내부로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수도관의 물까지도 온전치 않았다. 마치, 자신은 오직 인간만 안에 들인다는 듯이 말이다.
흉흉한 소문이 나돌 수밖에 없었다.
" 괴물이 먹어도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배가 찬다며? 그럼 인간만 있으면.. "
" 들었어? 어제 새벽에 식인 건물에서 사람 몇 명이 밖으로 쫓겨났대! 검은 입이 곧장 그들을 삼켜 먹었다더라! "
" 안에서 제비뽑기로 한 명씩 희생하기로 합의 중이라는 말이 있던데.. "
사람들은 영화에서나 보던 디스토피아를 상상했다. 식인 빌딩의 사람들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어쩌면, 그들 사이에 역겨운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지금 당장이야 유언비어였지만, 그런 일들이 현실이 될지도 몰랐다.
해법을 찾는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헬기를 이용해 높은 곳에서 액체 식량을 건물에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라든지, 원거리 송관을 연결해서 음료를 흘려보내는 방법이라든지.
그런 것들은 모두 실패하거나 현실성이 없었고,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이런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 사형수들을 사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
당연히 윤리적인 반대에 부딪혔다.
" 지금 인간을 괴물에게 먹이로 주자는 말씀이십니까?! "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음을 인정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인 건물 사람들의 굶주림은 심해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 뉴스 속보입니다! 자살 유서를 남긴 한 고등학생이 식인 빌딩으로 가 투신했습니다! 내부의 인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학생으로 밝혀졌는데요-, ]
사람들은 학생을 향해 희생정신이 빛나는 자살이라느니 뭐니 떠들어댔고, 이 사건은 살아있는 인간을 보급한다는 심리적 저지선을 끊어놓았다.
" 사형수를 씁시다! 어차피 사형당해서 죽나, 식인 건물에서 죽나 똑같이 죽는 건데! "
" 사형수의 인권? 그 새끼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들을 모르나?! 그런 새끼들에게 무슨 인권이 있다고! "
"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식인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 건물 안에 고립된 선량한 사람들을 희생하는 것보다는, 악인들이 낫지 않은가? "
많은 사람이 주장했다. 주변 국가에서도 외교적인 접촉을 전해왔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였다. 그래도 절대 안 된다는 측과 일단 살리고 보자는 측의 대립이 거셌다.
그때,
[ 방법을 찾았습니다! ]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국가는 놀고만 있진 않았던 것이다.
[ 지하로 땅을 파서 진입이 가능합니다! 건물의 높이보다 더 깊은 지하에서는 괴물의 공격을 받지 않고 접근이 가능하단 것이 확인됐습니다! ]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곧 실망했다.
[ 다만, 모든 건물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닙니다. 지하를 뚫을 수 없는 건물에서는... ]
고립된 사람 중 절반이 희망을 얻었고 절반이 절망했다.
그렇다고 절망한 이들 때문에 구조를 늦출 순 없었고, 당장 작업이 시작됐다.
TV에서는 점점 희망에 찬 절반만을 비추기 시작했다. 절망에 찬 절반의 소식은 점점 줄어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두 그룹에 큰 차이는 없었다. 아주 운이 좋은 건물을 제외하고는, 지하를 뚫는 작업이 언제 끝날지도 몰랐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진 그룹과 가지지 못한 그룹의 차이는 극명했다.
여기서 누군가들은 궁금해지는 게 있었다.
과연 끔찍한 디스토피아는 어느 그룹에서 먼저 펼쳐질까?
대부분은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먼저 서로를 잡아먹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희망이 있는 사람들의 입에서 터졌다.
" 사형수를 허락해주십시오! 우리 다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
" 식물인간의 장기기증을 이쪽으로 넣어주는 법안을 우선 추진해달라! "
" 혹 자살을 하시려는 분들은, 마지막으로 좋은 일 하고 가십시다.. "
희망은 인간을 악착같이 만들었다. 결국, 가장 먼저 제비뽑기를 결정한 것도 그들이었다.
" 야야! ㅇㅇ빌딩 얘기 들었어? 주말까지 정부에서 해결해주지 않으면, 결국 제비뽑기를 하겠대! "
" 와, 정말? 그런데 한두 명 내보낸다고 간에 기별이나 갈까? "
" 모르는 소리하지 마! 너 한 끼에 1킬로 먹을 수 있어? 한 명만 내보내도 스무 명 이상은 배가 찰 걸?! "
모두가 주말을 기다렸다. 주말이면 드디어 기다리던 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데 주말이 오기 전날. 24시간 촬영 중인 카메라에 식인 빌딩의 포식 장면이 잡혔다.
' 콰콰쾅-! '
그들 넷은 연고가 없는 노숙자로 밝혀졌다.
갑자기 왜 노숙자가 자신을 희생했을까? 사람들은 빌딩 안에 갇힌 누군가를 위해, 밖에서 먹이를 넣어준 거라고 음모론을 펼쳤다.
CCTV에 잡혔던 봉고차를 생각해보면 그럴듯한 추리이긴 했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 이럴 수가! 식인 빌딩은 전체가 하나야! 처음부터 하나였어!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고! "
하나의 식인 빌딩이 포식하면, 모든 식인 빌딩이 함께 배불러졌다.
이번 노숙자들의 희생은, 고립된 사람들 전체에게 약간의 기운을 북돋아 줬던 것이다!
주말로 예정되었던 제비뽑기는 취소됐다. 대신, 희망이 있는 그룹의 요구는 이랬다.
" 다른 건물의 그들이 어차피 구출될 희망도 없다면.. 차라리 그쪽에서 먼저 제비뽑기를 해주십시오! 살 수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이기적인 주장이었지만, 합리적인 주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그룹의 사람들이 '예~ 알겠습니다' 하고 들어줄 리 만무했다.
" 당신들은 탈출할 방법이 있다 이거지?! 어~ 그래 한번 해보자고! 우린 모두가 하나로 뭉쳐있어! 절대 인간을 포기하는 짓거리는 하지 않아! "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은, 사람들에게 매우 큰 흥미를 안겨주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부터 시작해서 사형수의 인권, 작은 디스토피아, 희망과 절망, 희생의 강요까지.
현 세상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었다. 일단 당장은 내 일이 아니었기에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 말이다.
하지만 또 이야기는 급변했다.
" 우리는 폭탄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소! 폭탄 자살을 하는 한이 있어도, 내부에서부터 괴물을 폭발시킬 것이오! 곧 시간을 통보 할 테니, 알아서들 대피하시오! "
지하 탈출의 희망이 없던 전자상가 건물에서 폭발을 예고한 것이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대립하던 모든 여론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반대했다.
" 미친! 이번에 괴물이 파괴되면 16개로 분열한다고! "
" 저, 저저! 지금 수백 명을 죽이려는 거야?! 그러면 안 되지! "
" 세계적인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
하지만 그들을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 그럼 이대로 앉아서 죽으란 말이오?! 우리는 살기 위해 행동할 뿐이오! 사람이 스스로 살기 위한 행동에는 죄를 물을 수 없소! "
사람들은 그들을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달았고, 정부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 사형수를 배급하라! 주변 국가에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저들을 살리란 말이다! "
" 비상시국입니다 비상시국! 식물인간의 장기기증이든 전국에서 지원자들을 받든, 어떻게든 하란 말입니다! "
" 도대체 일이 벌어진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괴물의 대처법을 알아내질 못하는 거야?! 내 세금은 다 어디에 쓰냐고! "
정부는 곧바로 '인간 배급'을 약속했다. 스스로 지원하는 사형수들에 한해서 보상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주변국의 도움도 요청했다.
" 참나, 이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었으면 그동안은 왜 가만히 있었던 거야? "
맞는 말이었다. 정부는 진작에 나서야 했다. 그들이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 우린 이 빌어먹을 건물에 평생 갇혀서 목숨만 연명하고 싶은 게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오! 내일 정오에 폭발을 시도할 테니, 알아서들 대피하시오! "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 미쳤다며 욕했다.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냐며, 지구의 인류를 멸망시킬 셈이냐며 과한 소리를 하는 이까지 있었다.
" 그렇게 당신들이 풀려난다고 해도 무사할 줄 알아?! 세상 모두가 당신들을 손가락질하며 욕할 거야! 당신들의 그 행위 때문에 죽어간 다른 이들은 원수를 갚으려 들 거라고! "
" 조금만 기다리면 정부에서 해결법을 찾는다니까요?! 사형수도 배급한다고 했잖아요! 그걸 못 참으세요 왜?! "
" 이해할 수가 없네! 인류를 위한 행동을 해야지! "
저주와 같은 말들, 그냥 잠자코 희생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들이 그들에게 마구잡이로 쏟아졌다.
그러나 어떠한 번복도 없는 와중에 예정된 정오가 다가왔다.
이제 사람들은 모두 혼비백산해서 대피하기 시작했다. 높은 건물이 가득한 도시를 떠났다.
시골의 논밭과 주변 야산이 온통 사람들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전자상가 식인 빌딩의 꼭대기 층이 폭발했다!
' 쾅-!! '
그들의 폭탄은 사제폭탄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고, 내부에서부터 검은 입술을 산산조각내었다.
그리고 잠시 뒤, 예상했던 대로 검은 안개가 다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새로이 생길 16개의 새로운 식인 빌딩에 대한 두려움에 떨었다.
한데?
[ 꿰에에에에엑-! ]
부들부들 떨던 검은 입술이, 비명을 지르며 점점 퍼렇게 질려갔다!
이윽고, ㅅㅇ과 같은 비명을 지르던 검은 입술은 새하얀 재가 되어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 ... "
" ... "
" ... "
사람들이 잠깐 사태파악을 못 하고 있던 그때-
" 모, 모든 식인 건물의 괴물들이 죽었다! 모두가 다 죽어버렸어! "
기적 같은 사태를 본 사람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그랬단 말인가? 정답은 내부에서부터의 공격이었단 말인가?
긴장하며 몇 시간을 대비해도, 검은 입술이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이기적인 소수는 한순간에 영웅이 되었다.
" 전자상가의 그들이 우리 모두를 구했어! "
" 아니, 완전 인류를 구원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
" 김남우라는 사람이 진짜 영웅이야! 검은 입술 내부에서 폭발하려고 온몸에 폭탄을 감고 자진해서 몸을 던졌다더라! "
" 진짜 대박! 폭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 와~ 진짜 영화 스토리야! "
그들을 찬양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건물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그 삐쩍 메마른 사람들은 전혀 우쭐대지 않았다.
" 우리는 그저 살고 싶었을 뿐입니다. 살고 싶었던 소수였을 뿐입니다. "
" ...... "
어느 인터뷰의 누가 됐든 모두가 똑같았던, 그들의 깊게 가라앉은 눈빛은 사람들이 마주 보기가 힘들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주 보기가 참 힘들었다.
이번에는 일부러 어떤 이야기로 나가는 건지 종잡을 수 없게 해봤어요..떡밥 난무, 난잡하지요 흐하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으헤헤.. 재미있어요. 정말 생각도 못했던 발상입니다. 신기할뿐이라능..
어쨌건 김남우는 죽는군요 ㅋㅋ
남우는 참...
주인공하기 힘들겠네요.ㅋㅋ
재미나게 읽고갑니다
쓰니님 글은 항상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주네요.
오늘 글도 잘 봤습니다!
언제까지 추천을 할 수 없는지 궁금하네요 ㅠㅠ
(신규회원이라...)
대신 이번에도 재밌었단 댓글 달아봅니다^^
와 진짜 독특하고, 새롭고, 종잡을 수 없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현실적인 판타지네요. 정말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다수결이라는게 . . .
참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소수의 희생을 요구하는 무서운 선택론이네요.
또한번 작가님에게 감탄하고 갑니다.. .
독자가 의식하지 않고 몰입 해서 읽게 만들어버리는 오유에 몇 안되는 아마추어 작가중 한분.
김남우는 영웅이었습니다.
정말 존경 하고 정말 흥미롭게 매번 보고 있습니다
스토리 진행도 넘. 재미 있고 ..!!
그런대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식인 이라는 행위가 좀 너무 쉬운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극한의 경우에 식인을 할수도 있겠지만
뭔가 당연히 먹을것이 없다면 식인 이라는 공식이 ...!!
보통은 극 한의 상황에서 굶주림으로 죽더라도 식인 이라는 행위를
생각자체를 하지도 않고 죽는 경우도 많을것 같은데
아니 무슨 글이 맨날 쏟아져 나오죠 신기신기
어느 순간 몰입해서 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