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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같은 며느리 글 보고 힐링하시라고...

일단 삼각김밥 하나에 우동을 먹었더니 식욕이 더이상 없어서 음슴으로...

남편과 나는 동갑임. 심지어 게임하다 만남..
(마비에서 만나 페카에서 우정쌓고 와우하다 레이드 뛰며 연분나서 연애하고 탱크몰다 돼지국밥집서 프로포즈받고 결혼함..ㄷㄷㄷ)

결혼하는데 있어 과정도 그리 순탄치 않았음..
결정적으로 당시 나는 꿈을 쫒는 반백수 신세였고 남편은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학생이었음.
즉... 어른들이 원하시는 탄탄한 경제력을 가진사람이 둘 중 하나도 없었던것.. 그래서 시부모님 반대에 부딪힘..
그때 시부모님께선 결혼 반대 이유에 나를 들이민게 아니고.. 당신 아들이 아직 가장이 될 준비가 안되었다고.. 그리 말씀하심..
사실 조건으로만 따지면 시부모님께서 나를 반대할 이유는 차고 넘쳤지만.. 단 한번도 나에 대해서 거론하지 않으심...
그리고 남편의 설득(결혼하고나서 더 열심히 공부할게)과 협박(그럼 나 나중에도 결혼안해!!!!!)로 어차여차 결혼함..

우리 부부는 결혼할 때 양가에 '애 안낳을거야!!!!!!!!'라고 선언하고 결혼함
친정에선 택도없는 소리!!!!!라고 헛소리 취급했고..
시댁에선 어머님께서 '아들아 니가 수술해라'라고만 하심. 그때 느껴진 쿨내는.... 아직도 가끔 날 서늘하게 함..ㅠ
나중에 남편이랑 어머님이랑 전화하는거 얼핏 엿들었는데.. 
어머님께서 '여자가 수술하면 몸 안좋아진다더라 니가 해라'라고 당신 아들에게 얘기하시는거 들음.. 이때 감동....
(그리고 결혼 6개월 만에 사고치고 임신한건 함정...ㅠ)


결혼을 준비하며 당시 나의 빈곤한 경제력을 보신 어머님께서 예단 예물 이바지 전부 생략하자 하셨음.
그래서 별 생각 않고 둘이 결혼반지만 해야겠다 싶었는데.. 
어머님께서 남의 집 귀한 딸이 당신 며느리로 들어오는거라며 예물, 예복, 함 다 해주셨음. 
우리집에선 하나도 안 귀한 딸이었던터라.. 날 귀하게 여겨주시는게 참 감사했음.
받기만 해서 너무 죄송해서.. 결혼준비하고 남은 당시 내 전재산이었던 돈 천만원 가량 전부 남편을 줌.. 
그 돈으로 하고싶은거 하라고.... 했더니 오토바이 사더란...ㄷ

여튼 남편이나 나나 결혼식 하던때가 미친듯이 바쁠때여서 신혼여행은 꿈도 못꿨음
식을 시댁 근처에서 했어서 식 끝나자마자 아버님 어머님과 함께 시댁으로 감.
근데 이바지 생략했잖슴?? 보통 경상도는 큰상, 이바지가 따로 들어가는데 난 둘다 안한거.
식이 끝나고 친척들 오고 잔치를 해야하는데.. 이때 시고모님들 큰어머님 어머님께서 음식을 나눠서 해갖고오셔서 상차려주시더란..
차려주시는 상 받아먹고 새사람이라고 설거지도 못하게 하시고 깎아주는 과일 받아먹으며 헤죽헤죽 웃다가 그날 하루 갔음.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먹고 아버님 어머님 아가씨 우리부부 앉아서 커피마시는데 그때 시아버지(완전 경상도 상남자)께서 하신 말씀도 참 감사했음..

"나 죽으면 이집 니꺼다!!!!!편하게 있다 가라!!!!!"

이 말에 시누이가 버럭하며 "왜 내 지분은 빼는데!!!!"라고 얘기 했고 이에 집에 대한 지분은 공평하게 남편 나 시누이 전부 1/3씩 갖는걸로 함..
이젠 시누이도 결혼했으니 1/4이 됐겠지 ㅋㅋㅋㅋ
말이야 유산 얘기지.. 사실상 그냥 나 편하게 있다 가라고 하신 말씀이고.. 아버님은 좀 어려워 했었는데 그때 심적인 부담이 좀 덜해졌음.

결혼하고 얼마 안되어서 '딸 같은 며느리'이야기가 시댁에서 대화주제가 되었음.
시누이가 낚시를 위해 떡밥을 살짝 던졌으나.. 어머님께서 '딸같은 며느리가 말이 되냐'며 대차게 걷어차심..ㅋㅋ
그래도 우리 어머님 아가씨랑 나랑 차별하는거 없이 같이 대해주려고 노력하시는거 다 알고있음.
시댁이 좀 가풍이 배우는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인데 뭐 배우고 싶다고 살짝 얘기 나왔던적 있는데.. 지원사격 완전 빵빵하게 해주심. 
사실 친정 부모님에게서도 그런 지원이나 격려를 기대같은거 받아본적이 없었어서 그때 참 감사하고 벅찬 기분 들고 그랬음
만약 정말 며느리랑 딸이랑 차별하는 부모님이었다면 굳이 며느리에게 기회를 만들어주진 않으셨을 듯.. 
심지어 그때는 결혼 전이었는데.. 그때 시부모님께서 남편에게 한 말은 딱 하나였다고.. '니 결혼할꺼가?' 딱 그거만 물어보시고 아무말 없이 지원해주심..

그리고 결혼 후 6개월만에 사고를 침.. 뱃속에 아기곰이 확인됐고 ㅠㅠ
빡센 임신, 출산을 함..
난 친정부모님이랑 사이가 안좋아서 친정엄마 없이 남편과 분만실에서 아기를 낳았고 곧바로 독박육아로 이어졌음.
남편이 당시 너무 바빠서 새벽에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는 생활을 했기 때문에 조리원에서도 거의 혼자였음.
양가 부모님 모두 맞벌이시고 하셔서 기댈곳도 없었어서 어쩔 수 없이 독박육아를 견뎠는데..
친정엄마는 그게 뭐가 힘드냐고 내게 반문하셨고.. 시어머님은 혼자 견뎌내는걸 마음아파하셨음.
틈 나면 올라오셔서 살림 도와주시고 아이 돌봐주시고 당신 있을적에 밥이라도 편하게 먹으라며 맛난거 사주시고 냉장고 가득 채워주시고 가셨음.
그래서 사실 난  정 없는 관계인 친정엄마보다도 시어머님이 더 좋음.. 대다수 기혼 여성분들은 잘 이해 못하실듯...

시시때때로  육아때문에 당신 며느리 힘들까봐 시누이더러 우리집에 와서 아이 좀 봐주라고 언니 좀 도와주라고 보내주기도 하시고
우리 시누도 진짜 착하기도 해서 임신 막달때는 나 집에 혼자있는거 걱정된다며 몇일씩 있다 갔고.. 
아기곰 신생아적엔 집에 와서 쌓여있는 설거지 청소 대신 해주고 간 적도 몇번 있음. 

아.. 근데 임신기간중에 진짜 웃겼던건.. 임신기간 중에 한번 시댁에 내려갔었는데 그때 시부모님께서 기차역으로 마중나왔었음
남편이랑 아버님께서 운전하시는 차 타고 가는데 나랑 어머니이랑 뒷자석 앉고 남편이랑 아버님이랑 앞좌석 앉아 가는데
어머님이랑 남편이랑 일생동안 살면서 아버님께서 그렇게 부드럽게 안전운전 하시는거 첨봤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겪어보니.. 아버님 차는 롤러코스터에 가까움.. 턱에서 감속? 그런거 없음. 운전도 경상도 상남자 스타일임 ㅋㅋㅋㅋ

여튼 이런 저런일 겪으며 점점 시댁 가족들과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듯 함..
친정이랑 사이가 안좋아서 시댁에 더 애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했지만..
우리 시누 결혼할적엔 내 동생 시집가는거 마냥 뭐든 해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고..
시외할아버님 돌아가셨을적엔 마음 한켠 아리실 어머님 생각에 마음도 아팠고..
또 내 아이 키울수록 할머니 할아버지인 우리 시부모님도 젊었을적에 고생하며 우리 남편 키웠겠구나 싶기도 하고..
마음은 그렇지만.. 현실은  사실 난 연락 잘 안하는 진심으로 내켜야 안부연락 드리는 며느리일 뿐 ㅎㅎ

여튼 나중에 부모님 더 나이드시고 연로해지시면.. 시부모님 모시고 살고 싶을정도로 난 시부모님이 좋음. (but.. 남편, 시아버님 반대ㅠㅠㅠㅠ)
이거말고도 자잘자잘하게 이야기들 더 있지만..내 이야기는 여기까지~

정말 서로간 안맞고 기본 예의도 안차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딸같진 않아도 딸만큼은 해주려고 하시는 시부모님들도 계시단거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쓴 글임.
미혼분들 그러니 시댁이라 해서 미리 색안경끼고 꼬아서 듣고 보지 않았으면..
댓글
  • 동해물과백두 2017/06/21 15:47

    서로 진심으로 대하면 자연스럽게 딸 같은 며느리가 되는거죠.
    화목한 모습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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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3ra 2017/06/21 15:53

    진심 배운분들이시네요~
    행복하세용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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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피행복해피 2017/06/21 16:13

    진심 저렇게 대해주시면 저절로 모시고 싶은 마음이 생길꺼 같아요
    왜 이런걸 대다수 시댁에서는 알지 못 할까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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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올린 2017/06/21 17:05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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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바람불어 2017/06/21 17:06

    시댁부모님 넘나 멋져서 말문이 턱 막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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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심한처자 2017/06/21 17:11

    친정의 정은 받지 못했지만 시댁의 정이 구수하고 따듯해서 ㅈ아무 상관없는 제가 더 보기 좋네요 으앙*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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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깝다야 2017/06/21 17:12

    아무리 어머님이 내게 잘해주시고 혹은 내가 잘해드려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어느한쪽이라도 부담스러워한다거나 거부감을 느끼고 서로 마음이 안맞으면 다 소용없고 부질없는 일이 되버리기 일쑤인데 작성자님은 시댁이랑 넘나 잘맞으시는것같아 좋아보여요^^ 아무래도 친정과 사이가 별로인 대신 시댁복이 있으신거 아닐까싶어요. 시댁또한 며느리 복이 있는거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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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생귀쁨 2017/06/21 17:29

    저랑 비슷하셔요~저는 엄마일찍돌아가시고 기댈곳이 시댁밖에 없는데 어머님 아버님 넘 잘해주셔서 시댁에 뭐라도 하나 더해드리고 싶은 맘이에요~ 시부모님 두분다 자식에게 작은거.하나라도 더 해주고.싶어하시고 제가 뭔가 해드릴려고하면 돈쓰지마라며 극구사양
    제 복이라고 생각해요ㅋ 별로 착하게 살진않았는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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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솜씨 2017/06/21 17:31

    진짜진짜진짜 부럽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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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다냥 2017/06/21 17:38

    저도 딸같은 며느리는 아니지만, 시어머니는 정 딸처럼 대하려고 노력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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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아 2017/06/21 17:41

    진짜 부럽네요.
    전 저희시어머님께 잘해드리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어머님댁 청소도 이삼일에 한번 해드리고  음식도 해서 가져다드리고...장사하시는 분인데  댁에 들어오시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 대리고 시댁가서 식사도 차려드렸었는데...시어머님은  그건 제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 여기셨나봐요. 점차 바라시는게 도를 넘어섬..
    결국 십수년이 지난 지금은  데면데면하게 삽니다. 제 마음이 닫혀서 이젠  자발적으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거든요.
    고부관계 좋으신분들이 젤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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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블 2017/06/21 17:41

    이건 진짜 작성자님도 대단하시네요..
    전 산후조리 어머님이 도와주러 오시겠다는거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 받아했어요
    이유는 불편하니까.....;
    반성하게되는 글이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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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갑에기적을 2017/06/21 17:45

    남편에 아이에 좋은 시부모님까지! 작성자님 덩쿨째 굴러오신 복을 받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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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성명은.무슨 2017/06/21 17:50

    천사가 천사를 만났어요
    항상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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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갱 2017/06/21 17:53

    저도 저희 시어머님 좋아요
    본인 시집살이 빡쎄셨다고 며느리는 시댁와서 숨만셔도 힘든거라고 하시고
    아들둘에 남편까지 무뚝뚝해서 답답하고 묻고 싶은거 많으신거 아는데 며느리 싫을까봐 전화도 안하심 ㅜㅜ ;;
    근데 나도 진심으로 궁금해야 한번씩 전화하는 무심한 며느리라 좀.. 그렇긴 하지만 마음한켠에 마음이 뭔가 짠한 느낌.
    친정엄마가 워낙 낙천적이고 빠워풀해서 의지되고 든든한거 있다고 하면은
    시어머니는 좀 내가 뭘 어떻게 뭐라도 해드려야 될거 같고 신경쓰이고 그런 느낌..?
    뭐 사람마다 어떻게 지내는게 좋은지는 다르겠지만 작성자님댁처럼 친근하고 다정하게 지내는건 아닌데
    적정한거리 유지하고 필요할때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머니랑 농담따먹기 하는것도 재밌고 그래요 ㅋㅋ
    무작정 시댁이라고 다 문제이고 싫은것도 아닌데 요즘은 뭔가 시자만 들어가면 다들 질색팔색하고 억울해팔짝뛰는 분위기라
    되려 어른들이나 남자들이 아내나 며느리 눈치보는 경우도 많지 싶어요 ㅋㅋ 물론 아직 이상한 시어머니들도 많긴 하지만;
    무작정 첨부터 색안경끼고 시어머니이고 시댁이니까, 를 굳이 깔고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개개인의 차이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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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hki 2017/06/21 17:56

    전생에 나라를 구하셔서 현생에 로토를 맞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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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료돌이 2017/06/21 18:04

    머 같은 시부모가 많은 이유는 꼰대가 많은 이유랑 같습니다. 자기들 윗세대가 그랬거든요... 자기들도 대접받고 싶은 겁니다. 자기들은 위 세대 그 지랄맞음을 다 대접해주었으니 이제 자기들 차례라는거죠.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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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cember1209 2017/06/21 18:17

    정말 좋은 시댁을 만나셨네요.
    좋은 문화 잘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언니가 간호사로 근무하시는 곳에 입원한 어르신이 말씀하시길.. '효부는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시부모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서로 잘해야 하지만 어른들이 그렇게 하도록 도와줘야 된다고.
    사람 사이의 관계는 서로 잘해야  좋게 유지되지 한쪽만 잘해서 되는건 아니더군요.
    저도 결혼하고 시어른들께 제 친부모님 같이 마음을 주고 잘하고자 했는데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정작 저에겐 무례하게 굴고 함부로 대하는 것에 질려서 이젠 신경끄고 살고 있습니다.남은 건 화병(?)이네요.
    남편 아니면 엮일 일도 없는 남인데..
    내가 먼저 선대하면 시댁식구들도 그럴 줄 알았는데 그게 안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첫마음을 잃어버려 울컥한 마음에 속 얘기를 다했네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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