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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포서드-주먹만한 카메라, 밤톨만한 렌즈

20221030_김수인_인천_KSE11846.jpg
(사진은 요즘 틈틈이 진행중인 스쿨걸 댄서 프로젝트를 위한 사진들 중 하나입니다. 올림푸스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마이크로포서드 예찬론 글이 있어서 저도 하나 써 봅니다.
저는 오늘도 공연장에 일하러 가서 아침 8시부터 밤 9시에 철수할 때까지 언저리 사진용으로 아주아주 열심히 사용하고 돌아왔습니다. 중요한 목표 사진들은 풀프레임 센서 카메라로 찍었지만, 제가 현장에 도착하고부터, 그리고 마치고 떠나기 전까지 가장 오랜 시간 사용하는 카메라는 언제나 마이크로포서드 기종입니다. 올림푸스이거나, 파나소닉이거나..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요. 사실 모델 촬영을 할 때도 일부러 마이크로포서드만 가지고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델 측에서 관련된 표현이나 질감을 먼저 요청하는 사례도 많아요.
센서가 작다보니 카메라도 작고, 렌즈도 작고.... 기술적인 화질도 당연히 큰 센서 카메라만은 못하지만 빛이 충분한 곳에서 찍으면 의외로 기대를 한참 뛰어넘는 놀라운 표현 성능을 보여 줍니다. 어두운 곳에서의 거친 느낌도 의외로 괜찮습니다. 렌즈가 굉장히 좋다고 느껴집니다. 올림푸스 15mm F8 바디 캡 같은 것도 어두운 곳에서는 감도를 왕창 올리거나 느린 셔터 속도로 찍어야 해서 사진이 거칠고 모션 블러 투성이고 그렇지만 정말 기대 이상으로 괜찮습니다. 의외의 결과물이 많이 나온다는 거죠. 사진을 받는 이들도 아주 좋아합니다.
하지만 기술적 측면 이상으로 제가 이 카메라를 대단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카메라가 작아서 들고다니기 편하기도 하지만 제가 사진으로 찍으려는 이들에게 제가 가진 그 어떤 카메라들보다도 가까이, 다양한 각도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여자 전문 무용수들이나 여학생들에게 카메라가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쑥 들어가도 아무도 불편해하질 않습니다. 아니 다가가기 편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를 빨아들입니다. 학교 공연 같은 장소에서 이런 주먹만한 카메라에 밤톨만한 렌즈를 달아서 휘휘 돌아다니면 학생들이 정말로 카메라에 빨려들어옵니다. 그냥 빨려들어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주 긍정적으로, 온갖 느낌으로 즐겁게 다가옵니다. 마치 스티커 사진기 앞에서 놀듯이 말이죠. 그러니까 캔디드 카메라로도 좋지만 대놓고 찍기에도 좋습니다.
아니 그냥 작기만 한 건데 달라봤자 뭐가 다르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반응이 완전히 다릅니다.
묘하게도 폰 카메라는 이 카메라처럼 편하게 환영받지를 못합니다. 제 의견이지만, 바로 인터넷에 연결되었다는 점, 그리고 본인들도 늘상 쓰고 있는 카메라이다보니 신비감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볼 생각을 하게 된 봉기가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우연히 일본의 사진작가인 아오야마 유키의 (!) 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었거든요. 책의 내용 중에 공감가는 것이 참 많았는데, 그 중에서 촬영 시작 직후 모델과의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작은 컴팩트 카메라를 활용하는 사례에 저는 매우 주목하였습니다. 당시의 저는 마침 E-PM2 라는 기종을 덤으로 얻어서 가지고 있던 참이었지요.
성능이 좋지도 않은 카메라를 요즘같은 폰 카메라 시대에쓰는 것이 썩 효율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더 많은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주는데다 그렇기에 맘에드는 사진을 많이 뽑아 주니까 도대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역시나 사진의 본질은 순간(Moment)이지 기술적 화질이 아닌 겁니다.
댓글
  • 추억술사 2022/11/24 09:15

    삼양 500mm반사렌즈도 써보시면 감성돋는 사진 건질수 있습니다ㅎㅎㅎ 마포의 작은 바디와 초망원대비 작은? 크기의 장점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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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머스 2022/11/24 09:42

    요즘 풀프 렌즈들 들이는데..
    부피가 어마무시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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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ersdomain 2022/11/24 11:05

    정말 넘 크죠.. 비싸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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