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럿 분들도 보시고 어떠어떠해서 재밌다 이런이야기 많이 해주시는데
저는 딱 한 문장으로 요약가능합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걸 화면으로 보여준다'
사정상 친구들이랑 만나서 이야기도 잘 못하고 하다가 최근에서야 좀 만나고 수다좀 떨고 하고 있습니다만
집오는 버스타면서 생각해보니 생각이 나더군요.
흔한 일상이야기에서 전문지식 꺼내면서 생각했던걸 대화의 팔레트에 그대로 펼치는듯한 광경이
딱 저와 저의 친구들이랑 이야기할때의 그 모습과 닮은겁니다.
평생 재밌게 해왔던걸 못 했었는데, 업그레이드 된 버전의 그것을 TV에서 딱 보여주니.. 재밌을수밖에 없네요
같이 술자리 하는 느낌들더라구요.
저는 제가 사피오섹슈얼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주변엔 그런 대화거리를 즐기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자칫하면 쓸데없이 파고든다거나 가르치려든다고 비칠 수도 있고요
저도 관광지 현판에 쓰인 문구들을 보면서 문맥이나 맞춤법이나 내용을 비판하는 일이 많은데, 이걸 피곤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ㅠㅠ 저도 신사임당이 율곡 엄마라는 내용만 쓰인걸 보고 비분강개하는건데ㅠㅠ 저랑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쿵!하면 짝!하고 재미나게 대화하고 싶어용
사실 남자들 사이에 지적 허영이 좀 있지요.
평상시에는 잘 안 꺼내놓더라도 진짜 친한 친구들과 만나서 술 한잔 들어가면
이 허영이 조금씩 나오거든요. ㅋㅋ
내가 말이야~ 이러면서
알쓸신잡은 그런 모습을 아주 높은 레벨로 보여주는거죠
유시민 아조씨 왤케 말 많아옄ㅋㅋㅋㅋㅋ
와 제가 딱 하고 있는 생각이예요. 아무 생각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 나누고 싶고.. 이 주제 저 주제 구애없이 막 떠들고 싶은데 친구들은 잘 모른다- 고 끝내기 일수고...ㅎㅎ 프로그램 덕분에 대리만족 합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pd는 사람들이 느끼고 싶어하는 포인트를 잘 아는것 같네요..
근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알뜰신잡'으로 알고 있다는 건
알아두면 쓸모없는 게 아니라 알뜰하게 쓸모 있는 잡다한 이야기거리를
우리 시대의 엘리트라고 하는 전문가들이 나와서 우리가 친구들이랑 썰 풀듯이
자연스러운 주제를 스스럼 없이 약간의 깊이를 가지고 얘기하다 보면
소주가 땡기고 더불어 말도 많아지고 2차를 가게 되고 그렇게 달리다 보면
아침이 와 나는 부장님을 모르는데 부장님은 나를 안다고 어느 친숙한 이름의 회사에서
전화를 받게 되는 그런 위험한 프로입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