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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나의 사랑스러운 쓰레기 배우

그저 그런 시골의 모텔에 슈퍼스타가 묵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영화촬영 팀이 우리 모텔에 장기투숙을 신청한 순간,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김남우가, 우리 모텔에 묶게 되다니?! 

나는 최대한 티를 내지 않았다. 내가 그의 골수팬이고, 과도한 애정표현으로 법적 조치까지 받았던 사실을 들키지 않아야 했다.
다행히 모텔의 청소부를 자세히 살피는 사람은 없었고, 김남우는 무사히 우리 모텔의 204호에 입주했다.
처음에는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다.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지! 
그가 며칠이나 묶을지 모른단 사실은 나를 애타게 했고, 나는 지금 이렇게, 

204호 침대 밑에 숨어서 그를 기다리고 있게 되었다.

8시간쯤 기다렸을까? 그는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영화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다.

" 어휴~ 씨'발놈의 감독 새끼! 뭔 개같은 예술이니 뭐니, 지가 뭐라고! "

문을 닫자마자 내뱉는 그의 욕설을 듣자마자 온몸에 짜릿한 전기가 흘렀다. 그 누가 그의 욕설을 들을 수 있겠는가? 세상 그 어떤 팬도 모르는 오직 나만이 들을 수 있는 그의 진짜 모습!

곧이어 모텔 방바닥에 제멋대로 벗어젖혀 지는 그의 옷가지들에, 하마터면 소리가 새어 나올 뻔했다. 
알몸이 된 그는 곧장 욕실로 향했고, 그 뒷모습은 내 눈동자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너무 좋아 미칠 것 같아! 

샤워를 마친 김남우는 곧장 침대로 누웠고, 내 바로 위에 그의 무게가 있다는 것이 또 두근거렸다.
나는 미친 듯한 내 심장 소리가 들킬까 봐 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숨을 죽였지만, 도저히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었다.
이제 그가 잠들기만 하면, 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다. 그것들을 상상하면 당장 심장이 터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나는 그가 확실히 숙면에 들 때까지 2시간을 상정하고, 2시간 뒤의 천국을 기다렸다.
한데, 나보다 먼저 그를 덮칠 방문자가 있을 줄이야??

" 김남우! 너를 죽이러 왔다! "

창문을 통해 숨어들어온 괴한은 잠든 김남우를 무참히 깨웠다. 나는 몹시 당황했지만, 당장 뛰쳐나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괴한은 김남우의 손발을 묶어 침대 옆 의자에 앉혔고, 그때 나는 괴한의 손에 들린 '권총'을 볼 수 있었다.
총이라니? 나는 하마터면 소리가 샐 정도로 경악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실제 총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김남우 역시 겁에 질린 얼굴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가까스로 작은 목소리를 내었다.

" 도,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모릅니다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십니까? 혹시, 살인 청부업자 이십니까? "

내 말이 그 말이었다! 왜 우리 김남우를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 왜?!
40대로 보이는 중년인은 곧, 김남우에게 사진을 하나 보여주었다.

" 한 달 전에 죽은 내 딸이다. 너의 엄청난 팬이었지. "

그 말을 듣는 순간,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한 달 전이라면 김남우의 스캔들이 터졌던 시기다. 뻔한 스토리가 그려지지 않는가? 열성 팬의 자살과 아버지의 복수!
이 또라이 같은 년이! 자살 따위를 해서 우리 김남우를 곤란하게 만들다니! 저런 미친'년들 때문에 나 같은 팬까지 욕을 먹지!

" 아이고! 아이고 아닙니다! 저는 절대 임여우 양과 사귀지 않았습니다! 모두 기자들이 멋대로 퍼트린 헛소문입니다! 따님이 자살하게 된 것은 정말 유감이지만, 그것이 제 잘못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정말-, "
" 내 딸은 자살하지 않았어. 병으로 죽었지. "
" 예? 아...? "

뭐? 병으로 죽었다고? 그럼 왜?? 

" 그럼 도대체 저를 왜 죽이시려고 하십니까?? "
" 너를 천국에 있는 내 딸의 곁으로 보내야 하니까! " 
" 예에?? "

뭐라고?! 이 무슨 개같은 소리야??

" 살아생전 아비 노릇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딸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거야. 새벽 3시가 내 딸이 죽은 시간이다. 너도 그때 같이 천국으로 가줘야겠어. 30분 남았으니까 남기고 싶은 유언이 있다면 남기도록. "
" 그, 그런...! "

저런 미친 새끼!
사내는 그 말만을 남긴채 침대에 털썩 앉았다. 내 바로 앞에 사내의 양 발목이 보였다.
나는 몹시 갈등했다. 지금 당장 이 발목을 잡아 넘어뜨릴까? 내가 총을 든 성인 남성을 제압할 수 있을까?

내가 당장 행동에 나서지 못하는 사이, 김남우가 온 힘을 다해 사내를 설득했다.
'따님이 원하지 않는 일이다'부터 '사후 세계 같은 건 없다'까지. 그 어떤 말도 사내에게 통하지 않았다. 사내는 한마디 말도 대꾸하지 않았다. 
한데 그때, 절망적인 얼굴의 김남우가 갑자기 번뜩!

" 선생님! 저를 죽이더라도, 따님과 저는 만날 수 없습니다! "
" ... "
" 왜냐면, 저는 지은 죄가 많아 천국에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 음...?! "

처음으로 반응한 사내의 모습에, 김남우의 얼굴이 다급해졌다!

" 데뷔 전에 저를 내조해주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저는 영화 오디션에 합격하자마자 그녀를 버렸는데, 그녀는 임신중이었습니다. 저는 무조건 낙태를 시키려 했지만 그녀는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저는 낙태만 하고 다시 시작하자는 거짓말로 그녀를 속이고 낙태시켰습니다. 전 정말 쓰레기입니다. " 

뭐라고??

" 그리고 제가 예전에 왕따 가해자였다는 소문 아십니까?! 소속사에서는 강경대응한다고 했지만, 사실 그 소문은 진짜입니다! 중학교 시절에 저는 왕따 가해자였습니다. 단지 있어 보이고 싶다는 기분만으로 그 아이를 괴롭혔습니다. " 

그게 진짜였다고...? 내가 그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싸웠는데...!

" 얼마 전 영화 시상식에서 저는 제 라이벌 배우 공치열에게 몰래 설사약을 먹였습니다. 화면에 저보다 더 많이 잡히는 게 싫다는 이유만으로 그랬죠. 처음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또- "

계속 이어진 고백들은 하나같이 충격이었다. 이게 천사 같은 우리 김남우의 실체라고...?

" 그만! 그만! 허튼수작 부리지 말고 얌전히 죽어라! "
" 아이고 아닙니다 선생님! 전부 진실입니다! 원한다면 증거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예?? "
" 끄응...! "

비굴해 보이기까지 하는 김남우의 모습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의 스타가, 나의 영원한 사랑이, 한낱 찌질한 쓰레기에 불과했다니...?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진 채로 멍하니 김남우를 바라보았다. 그때,

" 더는 안 되겠군! 괜히 시간을 줘선 안 되겠어! "

사내가 일어나는 모습과 김남우의 안색이 새파래지는 게 보였다.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 안돼에-!! "

사내의 발목을 잡아당겼다!
김남우가 어떤 사람이었든 내게는 상관없어! 김남우가 어떤 사람이든, 그는 영원한 내 사랑이야!!

" ?! "

'쿠당탕!' 큰 소리를 내며 사내가 쓰러지고, 침대에서 기어나온 나는 김남우를 향해 소리쳤다!

" 오빠! 빨리 도망가세요! 오빠 어서요! 도망가요!! "

나는 온몸으로 사내를 덮어 눌러 시간을 벌어주려고 했다! 
김남우의 휘둥그레진 눈이 흔들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 오빠 빨리 도망가세요! 빨리요! 뭐해요 빨리!! "
" 너...! 너...! "

나는 눈물을 흘리며 제발 김남우가 무사히 도망가기만을 바랐다. 한데? 나는 곧, 밑에 깔린 사내의 움직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 "

그제야 사내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가 보였다. 옆에 있는 서랍장에 묻은 피까지.
넘어지면서 서랍장에 부딪혀 정신을 잃은 걸까? 아니면 혹시...죽은 걸까??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사정없이 떨리는 내 몸 때문일까, 사내가 숨을 쉬는지 아닌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김남우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 네가 나를 살렸구나! "

아! 

" 고맙다! 네가 나를 살렸어! "

그의 말이 내 가슴을 다시 두근거리게 했다. 그래, 내가 김남우를 살렸어! 내가 그의 생명의 은인이야!
나는 어떤 기대감이 일렁이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발이 묶인 김남우는 조심스럽게 무릎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 심장이 터질 듯, 눈조차 깜빡거릴 수 없던 그때-

김남우가 권총을 집어 들었다.

" 너무 고마운데...내가 하는 얘기를 다 들었지 너? "
" 예 오빠...? "

그의 차가운 눈빛이 나를 향하고, 총구가 뒤따랐다.

" 미안해. 하지만 너도 알잖아? 소문이 나선 안 될 이야기들이야. "
" 무, 무슨...? 오빠 무슨 소리예요...? "

일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리가 멍청해졌다. 그런 나에게 김남우는 말했다.

" 아까 들었잖아? 이 오빠는 지옥에 떨어질 사람이거든. 이해하지? 넌 내 팬이니까... 내가 너 죽여도 이해하지? "
" 오, 오빠...? "

멍하니 확장된 내 시야에,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비쳤다-

후회? 원망? 자책? 최후의 순간, 나는 무슨 생각을 떠올려야 하는가...?


' 탕-! '

...

" ... "

...

" ... "

김남우의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보였다. 멍해진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한 내가 보였다. 그리고,

권총의 총구에서 튀어나온 작은 '깃발'의 문구가 보였다.

[ Happy Birthday! ]


" 서프라이즈-!! "
" 생일 축하한다 남우야~! "
" 우리 배우 생일 축하해~! "

영화 스텝들과 배우들이 폭죽을 터트리며 모텔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방 안의 상황을 본 그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우리를 바라볼 때,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김남우의 귓가에 속삭였다.


" 오빠. 이 방 몰래카메라 있어요. 이제 오빠는 평생 내 거야. "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6/15 08:22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었으면 좋겠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네요!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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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타곤즈 2017/06/15 08:58

    와 오랜만에 1빠 찍고갑니다. 선댓후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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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리왕김억지 2017/06/15 09:13

    아~ 이번에도 김남우 죽었네요~ ㅎ
    실제로 죽은건 아니지만, 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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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는냄새안나 2017/06/15 10:07

    남우찡은 행복해질수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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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풍의라빈 2017/06/15 10:25

    잘봤습니다~
    그럼 총가지고 위협한 사람도 스텝인가...? 스텝이 죽은거죠?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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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죠르노_죠바나 2017/06/15 10:33

    가끔 내가 S가 아닐까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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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레이지냥 2017/06/15 10:57

    항상 즐겨보고있어요~언제나 재밌는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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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닉넴이음슴 2017/06/15 11:16

    김남우 언제 죽나 하고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날 발견한순간... 학습의 효과는 대단한듯 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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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없는애 2017/06/15 12:27

    와이씨....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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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꿈 2017/06/15 12:34

    출처보고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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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법의성 2017/06/15 13:07

    저런 써프라이즈면 김남우한테 고소 당해도 할말없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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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균관대 2017/06/15 18:33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복날님 항상 글 잘보고 갑니다!! 이렇게 훌륭한 글을 모두에게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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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동호 2017/06/16 00:42

    언제나 고통받는 김남우씨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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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KY애생겨요 2017/06/16 00:44

    항상 재미있게 잘 보고 있어요~~그런데 묶 묵 ㅜㅜ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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