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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시그마 24-35 렌즈 많이들 지르셨나보군요

이 렌즈가 참 친해지기 어려운 렌즈인데,
있을 때는 그렇다고 해도 없을 때는 늘 생각나는 그런 묘한 매력을 가진 렌즈입니다.
범용으로 쓰기엔 조리개 한 스톱 희생하고 24-70 F2.8이 훨씬 낫습니다만,
24-70과 함께 가지고 있으면 중복인 듯 하면서도 아닌 것 같은 그런 렌즈입니다.
근거리 인물사진을 주로 찍는 이들에게는 아주 뛰어난 렌즈이지만,
또 단순히 밝은 조리개를 활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부족합니다. 이 렌즈의 특성상 근거리 촬영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데, 어두운 데서 한 스톱 더 열 수 있잖아? 라고만 생각하고 F2로 최대한 열어 찍으면 심도가 너무 얕아서 못 쓸 사진이 많아지죠. 그렇다고 뒤로 물러나자니 광각 위주라 밋밋해지고.
이 렌즈를 24-70과 다르게 이 렌즈답게 사용하려면 F2 조리개를 주로 사용해봐야 하는데 근거리에서 이 조리개에서 초점 정확히 맞추는 것이 사실 쉽지 않습니다. 심도가 너무 얕아서 그냥 막 찍으면 초점이 무수히 나갑니다. 아무리 손떨방 할아버지가 와도 높은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자주 가지고 다녀보자니 크고 무겁고, 24-70을 뺄 수 없을 때 얘를 추가로 가지고 나가기는 어렵고.
그래서 이 렌즈는 50mm부근의 표준렌즈 없이도 24/28/35mm 렌즈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사용이 가능한 렌즈입니다. 광각 위주라 망원이 아쉽다고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애물단지에 불과하지요. 제가 그래서 그동안 여러 번 팔았다 샀다 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준비가 되어 잇고 물건만 적절하게 구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구요.
캐논에는 RF 28-70 F2 렌즈가 있습니다. 약간 다르긴 한데 이 구간의 F2 줌 렌즈에 대한 새로운 시도라고 봅니다. 근데 더 크고 무거워졌고, 가격도 쑥 올라가서 하나만 사기에도, 그리고 하나만 갖고 나가기에도 뻐근한 렌즈가 됐죠. 아무리 좋은 렌즈라도 이 정도로 커지게 되면 신속하게 교체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교체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교체한 뒤 빈 렌즈를 쉽게 두거나 수납할 수가 없죠. 문제는 빈 렌즈 수납까지 완료해야 비로소 교체가 끝나는 시점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늘 커다란 장초점을 가지고 다녀야 하지만 근거리도 순간순간 커버해야 하는 사람들(예 : 스포츠 경기장 취재 사진기자)에게는 용도에 따른 2개의 바디가 필수입니다. 아무튼 시그마가 처음에 계획했던 렌즈는 24-50이었다고 했는데, 이렇게 만들었다면 범용성이 3배는 더 올라갔겠지만, 밸런스를 맞출 수 없어서 실패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렌즈와 비슷한 시리즈에 1.5크롭 전용 렌즈로 UFO라고 불리고 유명세도 훨씬 높은 18-35mm F1.8 아트가 있습니다. 비슷한 시리즈로 50-100mm F1.8 아트도 있죠. 시그마 렌즈로서는 신형이지만 전부 기계식 조리개라 이후의 전자조리개 렌즈와 달리 저가의 멍텅구리 마운트에서도 G타입 마운트 어댑터만 있으면 조리개 조정이 가능합니다. 시그마의 100-400 컨템포러리나 85.4 아트는 전부 전자조리개(E 타입) 버전이라서 수동 어댑터에서는 조리개 조정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지금은 니콘 F마운트 카메라는 없지만 여전히 니콘용 렌즈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렌즈의 조리개가 전자조리개인지 아닌지를 늘 확인합니다. 전자조리개 타입 렌즈는 니콘 F마운트 전용이거나 그에 준하는 FTZ 어댑터에서만 조리개 조정이 됩니다.
18-35/1.8이 더 작고 가볍긴 한데 다양한 카메라에서의 이종교배 범용성까지 보면 역시 풀프레임용인 24-35가 우위라고 봅니다. 그리고 50-100/1.8의 경우 캐논의 APS-H까지 의식해서 만들어졌는지 풀프레임에서도 1.3크롭만 놓아도 비네팅이 사실상 없습니다. 다만 50-100은 실제로 사용해보면 너무 무거워서 밸런스가 나빠 흔들림에 약해서 개방 조리개로 찍는 것이 생각보다 힘듭니다, 아울러 렌즈 풋이 너무 짧습니다. 그리고 이종교배로 사용할 때 큰 문제점이 있는데 포커스 브리딩이 심한 편이고, 줌을 움직이면 포커스가 거의 유지되지 못하고 잘 어긋나는 문제가 있어서 신속하게 사용하기가 힘듭니다. 표현력이 아주 뛰어난 렌즈인데 이런 데서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렌즈인 건 변함이 없어서 후지필름과 같은 1.5 크롭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사용하면 발군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 특유의 포커스 가이드와 인바디 흔들림 방지 덕분에 오히려 DSLR때보다 초점 맞추기가 더 쉽습니다.

댓글
  • 주나파 2022/09/06 09:42

    24-35 2.0의 경우 광각을 많이 사용하시는 분들에게 유용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24-35 2.0보다는 손떨방이 있는 24-70 2.8 VR(OS, VC) 더 맞을듯 하네요
    물론 미러리스의 경우 손떨방이 있으므로 FTZ와 사용하기에는 나쁘지 않을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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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ersdomain 2022/09/06 09:47

    아무리 AF가 좋고 손떨방이 좋아도 F2짜리 렌즈를 근거리에서 사용하면 초점 맞추기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스스로가 카메라를 얼마나 흔들고 있는지를 잘 느끼지 못하고, 특히 IBIS가 있는데 왜 흔들리는지 의심하고 렌즈 탓을 하면서 핀교정을 받아서 해결해보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제 개인적 경험으로는 렌즈의 핀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문제가 없고 결국 스스로의 손이, 흔들림을 줄이고 원하는 곳에 초점을 꽂는 스킬의 문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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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뮬레이터 2022/09/06 10:10

    F바디나 Z바디나 다 묘하게 해상력이 낮은 느낌은... 제 탓이었군요 ㅠㅠ
    사진 13장 남긴 렌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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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ersdomain 2022/09/06 10:20

    시그마 렌즈가 사자마자 핀교정부터 해야하는 렌즈라고들 했는데,
    2015-2016년 정도? 그 이후부터는 구입 후 핀 교정을 굳이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로 나오더라구요. 예를 들어 85.4 아트나 20.4 아트같은 렌즈들도 사서 핀 교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미러리스에 와서도 F1.4급 단렌즈를 개방에서 초점 딱딱 맞추는건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최신 기계의 성능이 스스로의 스킬 부족을 완전히 메꿔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저는 큰 착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기계가 좋아도 퍼스널 트레이닝이 충분히 필요하다는 것이죠. 좋은 기계가 차이를 많이 줄여 줄 수 있겠지만 결국 도구는 도울 뿐, 트레이닝이 된 사람의 솜씨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스킬이 낮은 사람이 하이테크를 스킬의 부족을 메꾸기 위해 사용하고 있을 때, 스킬이 높은 사람은 그 하이테크를 스스로와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사용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깨닫고 스스로가 너무나 부끄러워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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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의날 2022/09/06 09:44

    메타본즈, 빌트룩스 렌즈 아뎁터에 붙이면 그야말로
    18-35 UFO 는 마포마운트 시네마바디의 축복이죠..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테스트겸 1dx 에 물려 사용했는데 아.. (독으로 핀교정하고) 이건 수동으로 써야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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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ersdomain 2022/09/06 09:48

    풀 프레임 센서 카메라에서까지 쓰려고 하면 24-35가 더 유용하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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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요마 2022/09/06 11:17

    사실 제게는 필요 없는 렌즈인데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계속 망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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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iderMan 2022/09/06 11:38

    요새 24GM, 35GM만 쓰는지라.. 조리개값도 좋고 Z마운트용으로 나오면 아주 구미 당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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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는것은사진뿐 2022/09/06 11:46

    혹시 아트시리즈가 전자조리개인지 유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구형 d200베이스 오프로가 있는데 아트24.4렌즈가 호환이 되는지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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