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이 앨범을 듣고 난 후 느낀 감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천국을 걷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난 이 앨범을 듣는다".
이건 제 의견이기도 하지만, 이 위대한 앨범의 라이너 노트를 담당했던 로버트 팔머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반은 대략 사이드 맨 포함 200여장이 넘어갈거예요. 저도 150장까지 모으다가 결국엔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사보이에서 데뷔작 'First Miles'(이 앨범이 데뷔앨범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맞을 겁니다, 암튼) 이후 그의 모든 앨범은 (졸작이든 명작이든) 존재의 필요가치가 있는 Jazz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일스의 앨범을 컬렉션하시는 분이라면 저 말의 진의를 아실거라 믿습니다.
대략 10주년 마일스 명반(전 명반이란 단어를 너무너무 싫어하지만)설이 있죠. 쿨의 탄생을 알린 '버스 옵 더 쿨', 모드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인해 재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카인드 옵 블루', 그리고 퓨전의 서막이자 완성작인 '비쳐스 블류'(실상, 퓨전의 서막은 '인 어 사일런트 웨이즈'가, 개인적으론 퓨전의 완성작으로 '잭 존슨 트리뷰트'를 꼽습니다)까지 ... 이 사이에 끼어있는 컬럼비아의 포스트 하드밥 앨범들과, 블루노트에서 발매한 마일스 데이비스 볼륨 1 and 2, 그리고 프리스티지 4부작 역시도 '오직' 마일스 데이비스만이 만들고 발매할 수 있는 앨범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정말 대단하고 훌륭하다는 수사로는 만족치 못할 정도로 말예요.
그럼 그의 수많은 앨범 중 어떤 앨범이 가장 훌륭할까요?
전 '카인드 옵 블루' 이 앨범을 꼽겠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앨범은 '잭 존슨 트리뷰트'긴 하지만 실제 감상용으로 가장 많은 제 손길을 탄 앨범은 바로 이 앨범, 대략 500번 넘게 들은거 같은 '카인드 옵 블루'. 네, 재즈라면 질색을 하는 제 락돌이 친구 녀석도 이 앨범만큼은 정말 많이 듣더군요. 엘피와 기념박스셋, 그리고 리마스터링 씨디까지 - 후아! 이 앨범을 10장 넘게 샀네요. 지인들께 선물하려고 산거 까지 합하면 20장이 넘을 겁니다. 재미있는 건 이 앨범을 싫어하는 사람을 거의 못봤어요. 클래식이건, 락이건, 아님 가요건간에 음악을 즐겨 듣는 분치고 이 앨범을 싫어하거나 혹평하는 분을 전 정말로 단 한명도 못봤습니다. 아마도 재즈 앨범 유일의 천만장 넘게 팔린 다이아몬드 레코드 달성 이유가 그 누구에게나 접근이 쉬운 - 접근의 용이성과 앨범 특유의 확장성이라고 생각해요. 참으로 대단하죠. Jazz앨범이 천만장이 팔리다니;;; 어우야!
'소 홧'이나 '올 블루스'로 대표되는 '카인드 옵 블루' 앨범이지만, 제 최애 트랙은 2번 트랙 '프레디 프리로더'입니다. 빌 에반스가 아닌 윈튼 켈리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트랙인데, 뭐랄까? 오리지널 미국 땅콩버터의 진한 맛을 우려낸달까요? 빌의 유려하고 클래식한 피아노의 대척점에 서 있는 윈튼 켈리의 달콤쌉쌀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멋진 곡입니다.
쓸데 없이 말이 길어졌군요. 전 트랙을 링크해봅니다. 혹시 아나요? 듣다가 천국을 발견할지도요 ... ㅎ
[리플수정]제가 이상하게 접근이 안 되던 뮤지션이 마일즈 데이비스였었습니다.
91년 어느 가을날.
새벽에 귀가하여 턴테이블에 바로 이 앨범을 올려 놓았었고 그리고 아침까지 반복해서 몇 번이고 들었습니다.
페이소스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가 없다고 느꼈었더랬죠.
그 냉랭한 트럼펫소리...
베레타// 어머! 언니 간만에 뵈어요. ㅎ 저도 접근이 진짜 쉽지는 않았는데 잭 존슨 트리뷰트 앨범듣고 생각이 완전 바뀌더군요. 요새는 마일스 앨범이랑 사운드가든으로 귀가 행복합니다. ^^
라인업이 빌에반스 존콜트레인 폴챔버스.. 그 이후에 이런 라인업은 없었지요 저는 콜트레인보다 에반스의 역할이 너무도 중요했던 앨범이지 않았나 싶은데 윈턴켈리가 들어간 곡들과 빌에반스가 참여한 곡이 확연하게 차이가 있지만 앨범에 일관된 사운드를 금관들이 이어 가주었지요 좋다나쁘다를 떠나 마일즈가 천재임을 증명해주는 앨범인듯 합니다 자꾸 듣다보면 그 단순한 몇 프레이즈의 악보들의 임프로바이제이션들 까지 외워져버려서 재즈의 숙명이 퇴색되는듯 하지만 들을 때마다 새로움을 주는 몇 안되는 앨범인듯 합니다
라인업도 너무 좋지요. So what 자주 플레이합니다.
[리플수정]전 on the corner랑 get up with it 앨범 좋아하네여
베리웰치킨// 오! 저도 그 앨범 무척 좋아합니다. ㅎ
Metheny// 콜트레인보다 에반스의 역할이 컸다는 의견에 동감합니다. 전 이 앨범의 숨은 주인공은 필리 조 존스의 드럼을 대체한 지미 콥이라고 봐요. 모드의 단순하고 수평적인 흐름을 정말 탁월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메쓰니님의 멋진 리플 감사합니다. ^^
cherryjuice// 소홧은 진짜 ㅠ 언제 들어도 좋네요. ㅎ
진짜 이 앨범 최고죠. 재즈 음반 중에서 유일하게 제목을 아는 음반입니다
so what 진짜 최고입니다.
명반이죠. 제가 첫구매한 재즈앨범이기도 합니다!
CD로 처음 산 째즈가 이거였는데..
이 앨범으로 재즈 입문하신 분들이 많군요. 반갑습니다.
마일스 영화 초반부분에 라디오진행자가 앨범소개를 하면서 오랜시간회자되고 타임캡슐에 넣어야된다니깐 그걸 듣고있던 마일스 본인이 바로 전화해서 카인드오브블루는 실수가 있었다고 그 곡을 틀면 죽여버릴거라고 말하는 씬이 있었는데 .. 실제로 한 말일까요? 영화적 각색일지?
D에이브이idBowie// 마일스 데이비스가 밝히길 자신의 트럼펫에 녹음 당시 3군데 실수가 있었다고 했었죠. 디제이와의 일화는 실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일화는 인 어 싸일러트 웨이즈 세션때 프로듀서 테오 마쎄오와일어났습니다. 롱테이크로 몇시간 녹음된 마스터 테잎을 엘피에 담기위해 커팅하는 걸 본 마일스가 화를 내며 뛰쳐나가죠. ㅆㅂ 이건 테오 네거가 아닌 내꺼야! 라면서요. ㅠ
ㅋㅋ 저랑 비슷한 분 많네요. 저도 컴필레이션이나 빅밴드 앨범 빼고는 유일하게 cd로 가지고 있는 재즈 음반입니다. 나이가 드니 좀 쿨한 재즈 음악이 좋아집니다. 오랜만에 들으니 참 좋네요.
왜그리// 놀랐습니다. 이 앨범이 윈 앤 온리 재즈앨범인 경우가 꽤 있다는게 잘 안믿겨지네요. ㅎ
살면서 완벽한 음악이 있을 수 있구나..첨으로 느낀게 이 앨범과 콜트레인의 색소폰...
...... 몽크와 콜트레인 그리고 (인정하지 않으실 수도 있으나) 쇼터와 롤린스의 불세출 역작들이 즐비하다지만, 솔직히 이 앨범은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급 사기템 아닙니까?!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이기에, 오히려 상대적으로 간결히 글을 쓰신 것 같기도......
ennui// 완벽이란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앨범이란 생각은 저만 하는게 아니었군요. ㅎ
유스테이데어// 로열스트레이트플러시 인정합니다. 열거하신 저 위대한 재즈뮤지션의 모든 앨범 중 그나마 카인드옵블루에 근접한 앨범을 생각해보니까 임펄스 시절 콜트레인의 럽슈프림 앨범과 리버사이드 시절 몽크의 델로니어스 힘셀프 정도? 근데 역시나 실제 감상용 음반의 가치를 보자면 비교가 안되는군요. 하아, 그리고 어쩜 제 의도까지도 이렇게 파악하시는지 ㅜㅡ 저랑 사귀실래요? ㅋ.ㅋ 리플 즐겁게 봤습니다. 역시나 검은안식일의 수호자는 모든 면에서 범상치 않네요.
이건 여담이지만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글들을 접할수 있는 불펜이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