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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딸) 고루시의 위닝라이브를 본 적 없는 트레이너 (괴문서)

"나, 고루시의 라이브, 본 적이 없어..."
갑작스래 술자리에서 뜻밖의 고백을 하는 골드쉽의 트레이너.
같이 술을 마시던 동료는 그게 무슨말이냐, 너 지금 핸드폰으로 고루시 라이브 녹화영상 켜놨지 않냐 따진다.
"내 말은, 라이브로 본 적이 없다고..."
고루시 트레이너는 설명했다.
처음 데뷔할 적, 그리고 초기에 나간 오픈리그에서 승리한 후, 그때는 분명히 라이브를 직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G1에 나가고, 고루시가 이길때마다, 고루시에 의해 기절해버리는게 일상이었다.
처음엔 갑자기 날아온 드롭킥, 고루시가 살살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 다시 끝났을땐 이미 라이브가 끝난 뒤였다.
그렇게 드롭킥에 두세번 당한후, 트레이너는 당연히 방책을 세웠다. 충격을 완화하는 가드 방법과 낙법을 익힌 것이었다.
하지만 고루시는 늘 그것을 뛰어넘었다.
상단에서 날아올 드롭킥에 대비한 가드를 비웃는듯, 아래로 달려들어 다리를 붙잡는 태클.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고 고루시의 속도에 휘말려 그대로 넘어졌다. 뒷통수의 충격과 함께 다시 깨어난 것은 위닝 라이브 후.
다음번에는 자세를 낮춰, 태클에 대비하고 드롭킥도 견뎌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날아온 것은 드롭킥이 아닌, 마치 영화 속 여자 첩보요원을 떠올리게 하는 허리케인라나. 트레이너의 머리를 고루시는 다리로 강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뒤집어진 세상. 다시 눈을 뜬 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몇주에 걸친 운동과 더 전문화된 호신술을 배운 트레이너를 상대로, 이번에 고루시는 축구나 농구선수를 방불케 하는 턴으로 순식간에 트레이너의 뒤를 잡았다. 그대로 목덜미에 가해진 충격. 지금까지의 모든 기술 중에 가장 후유증이 컸다.
트레이너가 근력을 키우면, 고루시는 유술로 답했다. 트레이너가 유술에 대응하면, 고루시는 압도적 피지컬로 제압했다.
이후 트레이너는 직접 부딛히기를 포기했다. 대신 아예 경기장에 입장하지 않고 대기실에 있다가, 라이브장에만 들어갈 생각이었다.
트레이너가 대기실 밖으로 나올 수 있었건건, 대기실 문에 못질 된 나무판자를 발견한 시설 관리인이 꺼내준 뒤였다.
"라이브장에 일찌감치 대기하기로 한 날엔, 갑작스런 폭우로 우천 취소가 됐지.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오더라."
"...그런 일 당하고도 너 멀쩡하다 어째?"
"의사 말로는 '딱 기절할 만큼'만 충격이 가해졌다더라."
"그래서, 단 한 번도, G1 위닝라이브를 라이브로 본 적이 없다고?"
"고루시가 1등을 안 하면 아마 볼 수 있겠지만... 걔 항상 이긴단 말야..."
고루시의 트레이너는 항상, 현장의 생생한 감동이 아닌 조그만 화면 속 흐릿한 열기만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고루시의 연전연성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트레이너로서 그 승리의 감동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서운했다.
"...라고, 저희 트레이너가 당신의 트레이너의 불평을 전해주었어요."
맥퀸이 고루시에게 말을 전한다. 탁자에 앉아 우아하게 스위치를 먹는 맥퀸의 반대편에, 턱을 괴고 늘어진 골드쉽이 있다.
"으음... 뭐, 못 질을 한 건 심했지."
"다른 건 심하지 않다는 건가요?"
맥퀸이 한숨을 쉰다.
"어차피 골드쉽 씨와 트레이너 씨 사이의 일이니 제가 크게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의 트레이너를 그렇게 괴롭히는건 솔직히 한 소리 해드리고 싶군요."
"아니아니, 그, 경기후에만 그러지 평소엔 이 고루시짱, 굉장히 잘해주거든? 약도 사주지, 병실도 데려다주지, 원격수업에도 참여해주지..."
"대부분 당신이 원흉이잖아요!"
맥퀸이 포크로 우아하게 케이크를 한 입 먹는다.
"나참, 대체 왜 그러시나요? 마치 라이브 보여주기 싫은 사람처럼..."
"...맞는걸..."
"네?"
"라이브... 보여주기 싫은 거 맞는걸..."
"어째서죠?! 당신의 트레이너는 그저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어하는데!"


맥퀸의 일갈에, 골드쉽은 우물쭈물, 몸을 구기고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삐쭉거렸다.
"처음 몇 번 라이브 보이고 나서 깨달았다구. 그 녀석 앞에서 라이브 하는거... 굉장히... 쑥쓰러..."
붉어진 골드쉽의 얼굴 건너편, 맥퀸은 들고있던 디저트 포크를 떨어뜨렸다.
달콤한 크림이 묻은 딸기가 그대로 흙바닥에 쳐박히는 것도 신경쓰지 못한채, 맥퀸은 뭐에 더 놀라야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저 눈 앞의 고릴라가 트레이너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쑥쓰러워 한다는 걸 놀라야하는지,
아님 쑥쓰러움의 해결책으로 사람에게 레슬링을 걸어버리는 방법을 선택한 걸 놀라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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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라이브를 취소시킨 갑작스러운 폭우는 고루시가 일으킨게 맞습니다.

댓글

  • 제3사도
    2022/08/12 23:30

    괴문서는 이정도가 딱 좋아

    (xyHqiV)


  • 메에에여고생쟝下
    2022/08/12 23:34

    이얔ㅋㅋㅋ

    (xyHqiV)


  • 카다린
    2022/08/12 23:59

    ...아니 그건 왜 맞아요?

    (xyHqiV)


  • 비취 골렘
    2022/08/13 00:00

    멕퀸은 스위치도 먹는군

    (xyHqiV)

(xyHq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