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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을 전혀하지 않는 남편과 살아가는 법 2 - 부제: 프로그래밍




...

전글에서 집안일 이야기 안하고 바퀴 이야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전글에서 이어집니다.




...

집안일에 대한 남편의 가치관을 듣고난 후 나는 이 남자가 집안일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남편이 일부러 안하는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했다는 것을 안후에는 남편이 집안일을 하지 않는 사실에 전혀 화가나지 않았다.

프로그래밍이 안되어있는데 어떻게 일처리가 되겠는가.


이후 남편이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그저 나에겐 프로그래밍이 안된 상태를 보여줄 뿐, 분노나 원망이 일지 않게 되었다.



1. 집안일에 대한 마인드


이때부터 나는 집안일은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마인드를 심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혼자 청소를 하고있고 남편이 게임을 하거나 티비를 보고있을 때면 나는 남편을 불러 함께 일을 할수 있게 해주었다.

남편에게 청소기를 집어들게 해주고 청소기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준다음 남편이 청소하는 길목에 미리가서 물건을 치워주고 의자를 빼주는 등 함께 청소기를 돌렸다.
이렇게 1년정도 청소기를 돌리니 청소기를 돌려라, 하는 말을 하는것 만으로 남편 혼자 청소기를 돌릴수 있게 되었다.

배고프다 하여 요리를 시작했더니 밥을 다 차려놓을때까지 게임을 하다가 밥먹어라 라고 말을 하면 그제야 어기적 걸어오는 남편에게는  ' 난 식당아줌마가 아냐.' 라며 밥먹고 싶으면 최소한 세팅은 해놓으라 말 해두었다.

물론 이것을 제대로 하게되기까지는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수저를 놓기전엔 식탁을 닦아야한다는 사실부터 알려줬어야 했었으니까.
요즘엔 말도 안했는데 5%확률로 반찬까지 완벽하게 식탁 세팅을 해놓는 남편을 보며 감동하고있다.


항상 모든 집안일을 함께 했더니 2년이 지난후에는 내가 설거지를 시작하니 자동으로 청소기를 돌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청소기 돌리는것이 가장 쉬워 자동 프로그래밍은 청소기밖에 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아직 프로그래밍이 완벽치 않아 자동으로 설거지나 다른 집안일을 하지는 않는다.

아직은 if 나-집안일 then 남편-청소기 일뿐.


남편에게 집안일은 그 집안에 사는 사람들이 같이 사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일인 것이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4년째 프로그래밍 중이지만,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의 집안일에 대한 대화를 통해서
남편은 집이 저절로 유지보수되지 않음에 대해서는 알게되었고
내가 집안일의 많은 부분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며 최대한 노력하려한다.

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지금은 퇴근하고 집안이 깨끗하면 조용히 다가와 꼭 안아주며 이야기해준다.

" 오늘도 많이 고생했습니다~"


>ㅂ 폰게임을 한다.




사례 2: 설거지를 하다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설거지는 하다말고 쇼파에 누워 티비를 본다.

화장실에 다녀온다 = 시스템 초기화
(설거지를 해서) 피곤하다 = 쇼파에 눕는다
심심하다 = 티비를 켠다


이때 남편에게 화내봤자 소용이 없다. 프로그래밍이 아직 충분치 않을 뿐.
시스템이 초기화 되었으니 그저 명령어 입력을 다시 해주면 된다. 그러면 바로 이어서 진행한다.



사례3: 빨래를 개다 갑자기 핸드폰 게임을 한다 or 빨래를 개다 누워있다.

그동안의 케이스스터디를 통해 오류가 시스템의 초기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다.
빨래를 갤때 오류가 뜨는 경우는 아직 프로그래밍이 되지 않은 사물이 나타날 때였다. (예: 내 속옷)

남편은 익숙치 않은 물건을 보고 동공지진을 한번 한 후 초기화가 된다.
그리고는 본능의 알림 메시지에 따라 행동한다.

심심하다-> 폰게임  배고프다-> 누워있다

이때는 오류를 일으킨 사물을 치워주고 다시 커멘드를 입력하면 된다.

요즘에는 나도 꽤 익숙해져 오류를 일으킬만한 사물을 다른곳에 치워두고 명령어를 입력한다.
이 경우 명령을 잘 수행한다.



남편이 빨래를 개거나, 청소기를 돌리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기타 다른 집안일 중 갑자기 놀고있다면 화를 낼 필요가 없다.

사례수집을 철저히 한 후, 오류를 일으키는 물건을 치워주고 시키거나, 함께 가서 오류를 바로잡아주면 된다.
(예: 냄비가 잘 안닦일때면, 물에 불려두고 나중에 닦으면 된다 O
     냄비가 잘 안닦일때면, 설거지를 그만둔다 X  )



...



요즘엔 청결에 대한 기준이 꽤 올라왔는지, 집이 조금 더러워지면 더럽다는 것을 안다.
(그전엔 컴퓨터 옆의 물컵이 2달이 있어도 치우지 않았다. 어쩌나 계속 보다가 2달째에 좀 심한것 같아서 내가 치웠다.)
이번 겨울 일이 바뻐서 일주일간 청소를 안했을때 남편이 "집이 조금 더러운가? 청소기 돌려야해?" 라고 물었을땐 기뻤을 정도였다. (언젠간 알아서 돌리겠지)



모든일을 혼자 해야하는 내가 화가나고 -> 내가 화를 낸다는 사실에 대해 남편이 화를 내던 그 신혼초에 거대 바퀴벌레같은 외부의 적이 나타난 이후에야 부부가 처음으로 제대로된 대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조금 유감이지만 (이게 다 헬조선 야근문화때문..)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는 계기였다.

그 이후로는 서로 계속 대화하며 힘든일이 있다면 먼저 나서서 말했기때문에 그 첫 두달이후에는 한번도 안싸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각자 결혼전의 자기 삶을 조금씩 버리고 같이 사는 삶에 대하여 터득하는 과정은 우리 부부 뿐아니라 아마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이며, 서로 이해와 사랑을 통해 부부가 함께하는 삶에도 익숙해질수 있던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그 신혼 초 첫 두달 빼고 한번도 안싸운건....
...사실 남편이 잘생겨서다.

남편 얼굴 보면 화나다가도 화가 안남..


KakaoTalk_20160617_202350360.jpg



.... 기승전 콩깍지...


.. 뻘소리 죄송합니다. ㅠㅠ



댓글
  • 허니순살치킨 2017/06/07 22:21

    깔깔거리면서 봤어요.
    제 남편도 청소 하다가 누워있는걸 발견하고 왜 여기 이러고 있어? 하면 응? 그러네.. 하고 대답해서 답답했는데
    그게 오류메세지 후 시스템 초기화로군요!
    한 수 배우고 갑니다.

    (hgG38u)

  • 로봇대백과 2017/06/07 23:26

    글로는 참 귀엽네 싶은데 내 남편이라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네요 ㅋ
    이래서 자취생활을 해본 남자가 1등 신랑감인듯
    그나저나 "내가 화가나고 -> 내가 화를 낸다는 사실에 대해 남편이 화를 내던" 이건 남편 공통의 특성인가요?
    남편이 잘못해서 화를 내면 그걸로 뾰루퉁해하는데 미치겠어요. 화가 더 나면서 싸움이 커지는 악순환;;

    (hgG38u)

  • 생겼으면좋겠 2017/06/07 23:38

    ㅎㅎㅎ 열심히 프로그래밍 중이시로군요. 그래도 프로그래밍 된다는건 희망이 있다는것..  육아 상황 대비해 미리 가상시뮬레이연도 좀 돌려 놓으세요 ㅋ
    울 남편은.. 빨래를 자기가 맡으니.. 빨래를 최우선에 두는 프로그래밍 오류가 잘 해결이 안되네요.
    애가 굴러다녀도 거실 한가운데 빨래를 늘어놓고 열심히!  합니다. 다른 일정중에도 빨래를 신경 쓰느라 육아나 다른 일을 미루는 경우가 ㅡㅡ
    빨래만 마치면 모든 집안일을 다한듯한 포스 ㅋㅋ
    뭐 그래도 애 둘 되니 육아스킬과 집안일 스킬이 좀 늘었어요.
    가끔 집 구석 청소할때 곰팡이와 먼지가 걸래에 묻어나는걸 꼭  불러서 남편 보여줍니다. 자 봐 청소를 안하믄 집이 이렇게 썪는다굿!
    ㅋㅋㅋ
    남일같지 않아 재미지게 봤어욤.

    (hgG38u)

  • Barry 2017/06/08 01:11

    심즈하시는줄ㅋㅋㅋㅋ

    (hgG38u)

  • snοw 2017/06/08 01:15

    동공지진 후에 초기화되는 거 개터졌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hgG38u)

  • 검은고냥이 2017/06/08 01:20

    프로그래밍시 각종 변수도 함께 입력해 주세요
    if문 잘 쓰시네요.
    메인함수가 주기적으로 입럭되어야  합니다.

    (hgG38u)

  • 내집은어디인가 2017/06/08 01:21

    ㅋㅋㅋㅋㅋ너무너무 귀여워요! 이런 마음 가짐으로 살면 평안한 집안일거 같아요!! 배우고 갑니다~

    (hgG38u)

  • 사이키 2017/06/08 01:26

    2000년 ~ 2012년 까지 약 13년 자취 경험한 남성인데요
    남편분이 저랑 비슷하셨던듯......
    1. 수저 놓기전엔 식탁을 닦아야 한다.(그...그런거였군요... 항상 그냥 올렸었는데)
    2. 청소기를 돌릴때 앞에 의자가 있으면 그것을 이동하고 의자 밑까지 돌려야 한다(보통 의자를 피해서 하죠..)
    3. 빨래개기(.... 는 건조대에서 꺼내서 입는거 아닌가요?)
    (빨래는 더이상 입을게 없을때 세탁기에 세제 대충 때려넣고 한번에...)
    4, 냄비가 잘 안닦일때면, 물에 불려두고 나중에 닦으면 된다,(거의 모든 끼니를 배달 혹은 외식으로 처리해서 설겆이를 해본 기억이....;;)
    (설겆이는 먹기 직전에 하는거 아닌가요?)
    5. 컴퓨터 옆의 물컵이 2달이 있어도 치우지 않았다(자취땐 컴터옆에 음료수 PET병이 거의 한달씩은...)
    (더이상 놓을곳이 없으면 한번씩 버렸습니다...)
    6. 전글에서 본건데 다림질은 군대가면 한다고..(병장 만기전역 했는데 다림질 한번도 안했습니다...;;)
    (이등병 첫 휴가때 아버지뻘 고참이 다려주고 그 뒤에는 휴가나올때마다 세탁소에 한번 맡기면 칼줄 잡아주시더군요..)
    (마찬가지도 전투화도 이등병때 고참이 물광 한번 내주고 휴가나와서 구두방에 맡기면 2,000원애 불광이 번쩍번쩍;;;)
    (A급은 평소에 안신는대다 정보병이라 맨날 사무실에만 있어서....;;)
    저는 일단 버그 투성이더라도 자체 프로그래밍을 좀 해놔야 장가라도 가겠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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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모닉333 2017/06/08 01:34

    아 너무 웃기고 귀여우세요 ㅋㅋㅋ
    공감도 많이 가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지난 글 보기로 예전 글들도 읽었는데
    너무 재미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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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겟코 2017/06/08 01:3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랑 자취하는데 친구가 딱 남편분같았는데
    글쓴분 참고하고 찬찬히 프로그래밍 해줘야겠군요...ㅠ

    (hgG38u)

  • 문지기-마님 2017/06/08 01:55

    ㅋㅋㅋ 한참웃었네요.
    우리 신랑은 홀어머니에 여동생 3명..
    왕자로 살았는데 허니문베이비가 생기는바람에 마당쇠로 전락했지요.
    완빵에보냈더니 시누들도 깜짝 놀랐어요.ㅋㅋㅋ
    청소하고 밥하고 빨래널고..(제가 유산기가 있어서 산책도 하지말라고해서..ㅡㅡ)초반 3개월 누워있었더니..살과함께 살림꾼 신랑을 덤으로..ㅋㅋㅋ

    (hgG38u)

  • 하이젠베르그 2017/06/08 01:55

    와 남편이 천재세요.
    저 18년차인데 능력치가 비슷한데요?
    아.. 저는 15년차에 요리기능이 생겼어요.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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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기내놔 2017/06/08 02:07

    프로그래밍엔 오류가 항상 존재하는가봅니다. 저도 설거지 입력은 잘 되었으나 주변을 물바다로 만드는 오류는 아직 해결 못하고 있다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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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편적인진리 2017/06/08 02:08

    ㅋㅋㅋㅋㅋㅋㅋㅋ엄청 재밌게 봤어요
    하지만 이 글의 뒷면에는 작성자의 수많은 고뇌의 세월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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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상어 2017/06/08 02:17

    로봇이랑 사세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되게 현명한 아내이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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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낮고구마 2017/06/08 02:22

    와 작성자님 포함 여기 댓글러분들 모두 천사시거나 보살이시라고 밖에...글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막막하고 황당해서 입도 못 다물고 봤는데
    반응이 귀엽다 ㄷ ㄷ 우리 집도 그렇다 ㄷ ㄷ ㄷ ㄷ
    집안일 잘하는 남편 사례도 있기는 있는거겠죠?!!!
    똑같이 처음 부부됐고 살림 초보고 맞벌이인데...
    한쪽은 알아서 고생하면서 다하고 한 쪽은 프로그래밍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시키고도 중간에 다시 또 점검해줘야한다는게 매우 충격적;

    (hgG38u)

  • 졸리다힝 2017/06/08 02:29

    아...솔직히 답답하고 복장터지지만 남편분 사랑하시는게 느껴져서, 귀엽고 웃기네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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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리뽀 2017/06/08 02:34

    바퀴벌레에 이어서 2편도 재밋어요!
    3편은 어디서 결제하면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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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코리코코리 2017/06/08 02:35

    핵심은 막줄....남편분이 잘생기셨다는.. 크흐규ㅠ  여러분 저거 다 원빈 한정이고 오징어는 저런 프로그래밍 못받습니다.... ㅠ 결혼해 보니 그냥 등짝 스매싱 직빵이더이다 다들 등가죽 나가기 전에 결혼전에 알아서 훈련하세요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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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힘내보자 2017/06/08 02:54

    글 자주 올려주세요..너무 재밌어요^^

    (hgG38u)

  • 밤만따러갔다고 2017/06/08 02:54

    글에 내공이 느껴지네요

    (hgG38u)

  • Neeeet 2017/06/08 02:59

    와.... 다들 천사들이신가봐요... 저는 고구마 잔뜩삼킨느낌인데..ㅜㅜ
    남편분이 되게 유순한 분이신가봐요. 그나저나 군대를 안갔다오셨나 청소나 빨래를 모를리가 없을텐데..

    (hgG38u)

  • Limeade 2017/06/08 03:03

    글을 읽는 여러분이 화가 풀리지 않는 이유는 얼굴을 못 봐서인 것입니다...

    (hgG38u)

  • 카토펠만 2017/06/08 03:14

    엄청답답한데.......
    거의 20몇년살아오면서 청소기돌리는법,설거지돌리는법 하나하나 알려줘야한다는게 무슨 어린애 데리고 사는것도아니고..성인끼리 만나서 가정을 이룬건데 남편잘못이아니다 프로그래밍이 덜된것이다 라고 귀엽게 넘어가기에는 너무 심한수준같아요 ㅠㅠㅠㅠ

    (hgG38u)

  • 사자의서 2017/06/08 03:21

    전 프로그래밍이 필요한거였나봐요. 이거보고 셀프 프로그래밍하는중...

    (hgG38u)

  • 오뉴월같아라 2017/06/08 03:59

    헐 .... 으아 답답해 하면서 보다가 화장대 옆의 휴지 꾸러미를 보고 반성했어요
    그러고도 으 답답해 헐 의자 아니 오마갓 ... 하면서 보다가 맨 마지막에 혹시 박보검 얼굴이라면 ? 이란 상상을 하고선 수긍.

    (hgG38u)

  • 장미는ROse 2017/06/08 04:38

    여러분 속지마세요
    진짜 프로그래밍은 이렇게 어렵지않습니다

    (hgG38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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