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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일기

아래 편의점 일기 보고 저도 그냥 긴 뻘글 하나 올려요
(저도 뭐 추후 대비 사건 기록용이기도 합니다)
일요일 새벽에 있었던 일입니다
서울 번화가다보니 한잔 걸치거나 친구들끼리 놀다가 차를 놓치고선
첫차 타임까지 시간 보내거나 자다 가려는 사람들이 꽤 있는 동네입니다
개인보다는 단체로 한번에 막 8~10명씩 몰려서 들어오기도 하고 은근히 정신 없는 시간대예요
그런데 처음 보는 젊은 사람이(20대 초반으로 보이는) 12 ~ 2시쯤인가 들어와서는
손님 : 이거 맡겨 놓을 수 있나요?
라면서 휴대용 칫솔 케이스를 내밉니다
그걸 맡겨 놓으려는 것도 이해는 안 갔지만
일단 그렇게 물건 보관은 안해주기 때문에
저 : 저희 매장에서는 분실, 도난, 파손등의 이유로 가급적 물건 보관은 안해드리고 있습니다
라고 응대를 했습니다
손님 : 조금 있다가 올껀데 안됩니까?
저 : 물건 보관은 가급적 안 해드리고 있습니다
손님 : 그래도 안되나요
저 : 정 맡기시려면 제가 아침에 퇴근을 하는데 그때까지 찾아오시면 맡아드리겠습니다 몇 시까지 오실껍니까?
손님 : 몇 시에 퇴근 하십니까
저 : 몇시 쯤 찾으러 오실껀가요
손님 : 오전 중에 올껀데요
저 : 오전 중이면 다음 근무자하고 교대도 하고 분실이나 도난 파손 떄문에 책임을 못 져드리기 때문에
제가 신경 써드릴 수 있는 시간은 7시까지인데 그때까지 오실꺼면 맡아드리겠습니다
손님 : 맡겨 놓는거 안되나요
저 : 7시 전에 오실꺼면 가능합니다
대충 이런 식의 대화가 몇 번 오가고서는 좀 생각해보더니 그냥 나가더군요
뭐 여기까지도 이해는 안 갔지만 이런저런 손님이 많은 동네다 보니 그러려니 하고 있었네요
그리고선 근무하다가 교대시간이 8시 반이라
매장 하면서 8시쯤에 슬슬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 손님이 다시 떡 들어옵니다
그러려니 했는데 들어오자마자 PC만 켜놓고 사용 로그인도 안하고 그냥 자고 있네요
동네 자체가 뭐 번화가에 시간대가 술먹고 들어오는 분들이 들어오자마자 주무시는 분들도 많고 한데
매장 입장에서는 동네 벤치도 아니고 그냥 주무시라고 놔둘 수는 없잖아요?
이런 경우 바로 가서 깨우진 않고 잠시 지켜보다가 그래도 사용을 안하고 잠만 자려고 하는 경우는
깨워서 사용 유도를 하던지 아니면 그냥 퇴장 조치를 취합니다
정리하면서 15분쯤 냅뒀는데도 그냥 계속 자길래 가서 흔들어 깨우면서
"손님 이렇게 사용도 안하시면서 컴퓨터 켜놓고 주무시면 안됩니다"
라고 딱 여기까지만 말하고 카운터로 돌아와서
퇴근 전 정리 하고 있는데 이 손님이 카운터로 와서는
성질을 내면서
손님 : 아까 7시에 퇴근 한다면서요
저: 네?
손님 : 아까 새벽에 왔을때 7시에 퇴근한다고 해놓고 왜 지금까지 있나요 퇴근 몇 시에 하십니까?
저 : 그걸 왜 물어보십니까
손님 : 아까 물건 맡길때 7시에 퇴근한다면서 안 된다고 해놓고선 지금도 있잖아요 몇 시에 퇴근하는데요
저 : 아까 물건 맡기실때 말한 7시는 제가 맡아서 신경 써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이었다고 분명히 말씀 드렸고
7시에 퇴근한다 어쩐다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손님 : 아까 7시에 퇴근 한다고 했잖아요
저 : 그런 이야기 한 적 없고 손님이 보시다시피 지금은 청소하고 정리하는 시간대잖아요
퇴근 전에는 정리하느라 바쁘기 때문에 제가 신경 써드릴 수 있는 시간은 보통 7시까지였고
그래서 7시까지 찾으러 오실꺼면 보관 가능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손님 : 분명히 7시에 퇴근이라고 했다니까요
대충 이해할 수 없는 대화가 계속 오가다가
손님 : 사장님이십니까
저 : 네
손님 : 몇 살이세요?
저 : 왜 물어보시죠?
손님 : 그러니까 몇 살이시냐구요
저 : 대답할 필요가 없는거 같네요
손님 : 몇 살이신데요
저 : 손님보다는 당연히 많을꺼 같네요
손님 : 여기서 PC방 몇 년 했나요
저 : 대답할 필요가 없을꺼 같은데요
손님 : 뭐 찔리시는게 있나봐요?
저 : 글쎄요 그런건 없는거 같네요
손님 : 그런데 왜 대답을 안하세요
저 : 대답할 필요가 없을꺼 같은데요
손님 : 찔리는게 있나보죠? 대답 못하게
저 : 질문하는게 손님 자유라면 대답 안하는 것도 제 자유인거 같네요
손님 : 딴 손님 한테도 이렇게 대하나 보죠?
저 : 아닌거 같네요
이런 진짜 되도 않는 이해가 안되는 대화가 오가고서는 한다는 말이
손님 : 왜 반말 하십니까
저 : 반말 한 적 없습니다
손님 : 아까 깨우면서 반말했잖아요
저 : 반말 한 적 없습니다
손님 : 아까 분명히 깨우면서 반말 했잖아요
저 : 아까 깨워드리면서는 분명히 "손님 이렇게 사용도 안하시면서 컴퓨터 켜놓고 주무시면 안됩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님 : 그 말 하고 뒤돌아 가면서 반말 했잖아요
저 : 그런 말 한적 없습니다
** 저 진짜 일하면서 반말를 안쓰고 살았습니다
하다 못해 초등학생 애들이 와도 존댓말로 응대를 하고
애들이 물건을 사도 '고맙습니다' 꼬박꼬박 말하면서 살고
실생활에서도 동갑 친구 이외에 나이가 어려도 진짜 친한 경우 아니고서는 절대 반말 자체를 안 쓰고 사는 편이예요
지난 몇 년간 매장에서 반말이라는 걸 써본게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와서 반말 했다고 성질을 내네요
진짜 제 이름 석자, 전 재산을 걸고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리고 하다 못해 처음부터 '왜 반말하십니까'라고 따졌으면
혹여 깨울때 잠결에 제대로 못 들었을 수도 있고 일이 커져봐야 매장만 시끄럽고 귀찮으니 사과를 했겠지만
뜬금없이 퇴근이 몇시인지라던지 나이 등등을
전후 사정 없이 5분쯤 성질내면서 물어오는데 당연히 누구라도 불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저도 기분이 확 나빠져있는 상황이었네요
저 : 손님 전 분명히 "손님 이렇게 사용도 안하시면서 컴퓨터 켜놓고 주무시면 안됩니다" 여기까지만 말했고
반말 한 적 없습니다
손님 : 처음에 존댓말 한거는 들었고 그 뒤에 반말 했다니까요
저 : 손님이 잘못 들으신거 같습니다 저는 분명히 반말 한 적 없습니다
손님 : 분명히 반말 했다니까요
라면서 이해 안되는 말이 계속 오가서 도저히 안되겠어서
저 : 저 손님 그러면 처음부터 반말로 들으셨고 불쾌하셨다면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제가 사과를 했을꺼 같은데
와서 왜 퇴근 안 했냐 왜 물건 안 맡아 줬냐 라는 식으로 물어보면 누구라도 불쾌할꺼 같네요
저 여기서 일하면서 제 이름 석자를 걸고 반말하면서 일한 적 없고
아저씨들이 애들 데려왔을때도 꼬박꼬박 존댓말 하면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반말했다고 와서 이야기를 하시니 솔직히 제 입장에서 이해를 못하겠네요
차라리 깨운게 불만이었다 같은거면 이해를 하겠는데
여기서 수백번은 더 했던 말이라 제가 실수 했을 가능성 보다
손님이 잠결에 잘못 들으셨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이 되네요
손님 : 잘못 들은적 없고 분명히 반말했네요
저 : 그러면 일단 반말로 들으셨다면 그건 사과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카운터에 오셨을때 그렇게 반말로 들었고 불쾌했다라고 이야기를 하셨으면
제 쪽에서 일단 먼저 사과했을꺼 같은데 나이나 사장인지 PC방 몇 년 했는지 물어보시는건
누구라도 불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 같네요
손님 : 먼저 이야기했어도 사과 안 했을꺼 같네요
라면서 피식 웃네요
그리고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손님 : 사장님이십니까
저 : 그렇다고 한거 같은데요
손님 : 다른 손님들한테도 이렇게 대하나요
저 : 아닌거 같네요
손님 : 몇살이세요
저 : 글쎄요 손님보다는 당연히 많겠죠 굳이 대답할 필요 없는거 같은데요
손님 : 어차피 조사해보면 다 나올텐데 제가 알아봐도 됩니까
저 : 알아보시던지 마음대로 하세요
손님 : 알아봐서 제 맘대로 처리 해도 됩니까
저 : 알아보시는건 손님 자유니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단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단 한글자라도 허위 사실을 퍼트리시면 저희 쪽에서도 알아서 하겠습니다
손님 : 그건 제가 알아서 할꺼구요
등등의 대화가 몇번 오가고
(여기까지 한 20분? 걸린거 같네요)
되돌아가서 PC 사용하려고 하길래
저 : 그리고 그렇게까지 저희 매장에 불만이시면 사용 안하고 나가주셔도 됩니다
손님 : 뭐라구요
저 : 저희 매장에 그렇게 불만이신데 굳이 이용해주실 필요는 없을꺼 같은데요
손님 : 장난 하십니까
저 : 장난 치는건 아닌거 같은데요
손님 :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런 식으로 장사하나보죠?
저 : 아닙니다 굳이 싫고 불만 있으신데 저희 매장 이용해주실 필요가 없다고 안내해드렸습니다
손님 : 꼭 할꺼 있으니까 쓰다 갈껍니다
그러더니 들어가서 잠을 자네요
여기까지 보고 다음 근무자하고 교대하고 매장을 나왔네요
뭔가 잔뜩 취했거나 그랬으면 차라리 이해를 했을 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아니고 되게 멀쩡하게 생겼는데
이건 뭐 처음부터
나는 맞고 너는 틀려. 나는 불쾌해. 싸우자 라는 식으로 나오니 답이 없네요
뭐랄까 그동안 경찰도 참 많이 불러보고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이번 일은 화가 나기 보다는 뭔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 어처구니 없어요

댓글
  • hexagonal 2017/06/06 04:57

    그냥 정신에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인거 같네요. 욕 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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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스키 2017/06/06 05:13

    상당히 깔끔하게 멀쩡하게 생겼었는데 뭔가 아직도 이해가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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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마토아 2017/06/06 05:02

    부처의 마음이시네요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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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스키 2017/06/06 05:14

    부처까지는 못되고 스스로는 성격이 그닥 좋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할때는 어쩔 수 없이 참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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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단하나 2017/06/06 05:03

    와~ 글을 보기만 해도 화딱지가 나네요 ;;;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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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스키 2017/06/06 05:15

    그러게 말입니다..
    참 여러 사람들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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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자유 2017/06/06 05:04

    미친사람 참 만네요
    동네사장님들 다들 비슷한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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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스키 2017/06/06 05:19

    서비스업에 일하는 사람들 죄다 저런 에피소드들이 있지 않을까 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진짜 일하면서 성격 참 많이 망가진거 같다고 느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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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veplay 2017/06/06 05:05

    제가 볼때 그 사람 다시 해꼬지할 가능성 높습니다 미친놈들은 궂이 자기 이익도 없는일을 남피해주려고 온갖 수고를 마다 하더군요 무시당했다는 기분 땜에 시간 날때마다 들려서 해꼬지 할듯요 미친놈에게 좋게 좋게 넘어간다는 마인드는 나중에 더큰 화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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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스키 2017/06/06 05:18

    해꼬지 하면 뭐 그때서 대응하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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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ninfo 2017/06/06 05:06

    에피소드 자주 올려주세요.
    정말...'손님은 왕이다' 라는 인식이 아직까지 많아서 그런지
    너무 힘듭니다...
    유니폼 벗어던지고 (애들처럼) 싸움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했으면 좋겠단 생각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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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스키 2017/06/06 05:17

    개인적으로 진짜 썩은 마인드라 생각하는게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입니다
    손님도 손님 다워야 손님 대우를 하고
    손놈은 손놈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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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k2162 2017/06/06 05:09

    경찰 부르세요. 화가 나네요. 서비스업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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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뤼스키 2017/06/06 05:16

    반말로 나오거나 욕을 했으면 경찰 불러서 난리 좀 피웠을텐데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네요
    그리고 저정도는 경찰도 어떻게 못해주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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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dsdd 2017/06/06 05:14

    다음 부터는 PC방 이외의 서비스 내용에는 별도 사용료를 말하세요,
    보관같은 경우 시간당 5만원 이다. 단 파손 분실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 조항을 두며 보관료는 선불이다. 맡길려면 맡겨라,,,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야지 그냥 안합니다 정도로 약하게 나오니 다음 알바에게 맡길려다 생긴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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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cenema 2017/06/06 05:21

    개또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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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mersetMaughm 2017/06/06 05:22

    정신병자네요.. 저였으면 나가 ㅅㅂ 새끼야 5분안에 말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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