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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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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6. 부산... H(3m01s)
*채움과 비움.
어항으로 원 없이 집안 가득 채워도 봤으니 이제 비움을 해야 되는데,
이게 쉽지가 않네요.
뚝딱뚝딱 채울 때처럼, 비우는 것 또한 쉬울 줄 알았더니,
오히려 채움의 몇 배는 더 힘든 게 비움입니다.
어항 두 자 기준 16개. 거기에다가 석 자 하나까지,
두 자항 개당 70% 정도씩 물을 채우면 85리터.
2리터 생수병 42개 이상...
이런 게 16개(1360리터) + 3자(70% 시 130리터).
85리터씩만 채웠어도 대충 1.5톤의 저수량.
2리터 생수병으로 750개...
하루에 물 2리터 마신다 치면,
2년 동안 마실 물의 양.
제대로 미친 거 맞네, 제정신 아니었네요.
이 물 폭탄을 껴안고 일 년 반을 살았다니...
왜 그랬대?
어항에 물만 있었다면 그냥 물만 빼버리면 끝이지만,
어항 하나 가득 생물이 살고 있으니 이 또한 환장할 노릇일세...
어항이랑 축양장은 어떻게라도 팔아서 정리를 한다지만,
살아있는 녀석들은... 나눔에도 한계가 있는데...
아... 적당히를 모르면 이 사달이 납니다.
채움과 비움...
안 쉽다 안 쉬워...
하물며 어항 몇 개도 이러한데,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는 오죽하랴?!
내가 다가가고 싶다고, 그런다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정리하고 싶다고, 그런다고 쉽게 정리되는 것도 아니고,
역으로, 상대가 나에게 다가오고 싶다고, 멀어지고 싶다고,
이 또한 생각대로 될 것도 아니고,
세상사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없어...
빈 어항에 물만 채웠다 빼내어버리듯,
사람 관계도 아무런 감정 없이 필요에 의해서 만나고,
지극히 사무적으로 대하고,
차갑게 이성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
정리할 때 참 쉽게 마무리할 수 있을 텐데,
어항에 생물을 키우듯,
왜 인간관계에 감정을 키워서는 이렇게...
이래서 감정 없이 사람을 만나고 대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돌아설 때 아쉬움 따위 하나도 없게,
끝났을 때 미련 일도 안 남게,
지난 시간 돌아봐도 기억할 거리 하나도 없게,
아무런 감정 없이 그렇게...
그런데,
이놈에 성격이 그러질 못하니 매번 힘들다.
누구 하나 이리 살라고 등 떠밀고 강요한 적 없는데,
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힘들어하고,
가지가지 한다 정말...
각설하고,
어항 정리 대충 절반은 끝냈습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나를 짓눌렀던 물의 무게만큼,
그만큼의 구속에서 이제 곧 해방입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가 구속? 그리고 자가 해방!
이렇게 또 한 번의 물 생활이라는 삽질에서 해방!
채움에서 비움의 시간으로!!
집안 하나를 어항으로 가득 채웠고,
힘겨웠지만 하나하나 비워내었듯,
내 안에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도 이제 조금은 정리를 해야지 싶다.
그리고, 다시 채움으로!!
어항 하나 물 빼내고, 그 자리 치우고 그만큼의 빈 공간 만들었듯,
내 안에 남은 불필요한 인연의 흔적들, 사람의 기억들...
다른 채움을 위해 이제 비움을 해야 될 시간이 되었나 보다.
*epilogue④
*덧 ㅡ 이 물이 콜라였음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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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 연필HB 2022/07/15 07:25

    *김기태 - 사랑 안 해...
    http://youtu.be/Ebb5fETJ6NU
    ..

    (MCpk9A)

  • 연필HB 2022/07/15 07:29

    탈퇴 후, 재가입, 그리고 글쓰기까지 대기시간...
    이래저래 40여 일을 기다리면서 끄적여둔 글의 마지막을 올렸습니다.
    원래 계획은 7월 말까지, 이삼일에 게시글 하나씩. 해서,
    미리 적어둔 글들을 7월 마지막 날에 정확히 떨어지게끔 생각을 했었는데.
    글의 작성 순서와 등록순서가 엉키면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으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어쩌다 제대로 살짝 꼬여버렸고,
    한번 꼬인 거 수습할 방법은 빨리 밀어내기 해버리는 게
    뒤죽박죽된 시간의 흐름을 바로잡는 게 제일 빠르단 판단으로...
    7월 말까지 해서 3주 정도 생각했던걸,
    속도를 조금 빨리해서 일주일 만에 끝내버렸습니다.
    지난 한 주 도배 아닌 도배를 해버렸고,
    불편함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이해해 주실 거라 믿고,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제 현재의 시간에서 게시글 작성하고 올리겠습니다.
    *prologue...
    "매일을 사진과 글로 일기를 쓸 수 있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MCpk9A)

  • Sigma_e-book 2022/07/15 08:01

    "J" 에게
    J 스치는 바람에
    J 그대 모습 보이면
    난 오늘도 조용히
    그대 그리워하네
    J 지난 밤 꿈 속에
    J 만났던 모습은
    내 가슴 속 깊이
    여울져 남아있네
    J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 해도
    J 나의 사랑은
    아직도 변함없는데
    오늘도 힘내세요~ㅎㄷㄷㄷㄷ

    (MCpk9A)

  • cooool~ 2022/07/15 09:35

    어항사진 좀.. 구경시켜 주세요
    from SLRoid

    (MCpk9A)

(MCpk9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