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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더워서 쓰는 군대 혹서기 썰 (본인)




 때는 바야흐로 혹서기가 다가오던 어느 날


 군필은 알다시피 군대에서의 여름이란 모든 게 녹아내릴 것만 같은 그런 시즌임


 

 일과 전 온도 체크는 필수...


 병사 간부 거를 거 없이 누구나 "제발 폭염특보! 폭염주의보!"를 입에 달고 살며 일과를 빼고 싶은 간절함만 가득할 때임.


 

 나도 그 중 한 명이었지 (당시 병장)


 특히 올 해는 태양이 아주 미쳐 날뛰어주길 바라고 있었음


 본인의 말출 계산에 따르면 이번 여름만 잘 보내면 전역이 코앞이었음


 

 그러던 어느 날 대대에 소문이 하나 돌기 시작함

 

 본격적인 혹서기에 대비하여 일과를 조정한다는 소식이었음

 

 

 원래 일과에 따르면 0630에 기상하고 0900에 일과를 시작해서 체력단련까지 소화하면 대략 1700에 하루가 끝남

 

 그런데 이걸 바꿔서 0400에 기상하고 0600에 일과를 시작해서 체력단련까지 소화하면 대략 1200에 하루가 끝남

 

 

 어...? 개이득인데?

 

 순간 이 생각 밖에 안 들었음

 

 왜냐하면 취침시간이랑 저녁시간까지 생각하면 1200부터는 자유의 몸이 되는 거임

 

 

 누가 이런 혁명적인 발상을 했는지 기쁨에 젖어 있던 그때

 

 병장 짬밥의 위험신호가 파바밧 하고 떠오르면서 뒷끝이 서늘해지는 거임

 

 

 왜냐면 공무원 신분의 간부들은 퇴근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임

 

 즉, 간부가 우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게 뻔함

 

 분명 잡초나 뽑으라고 이리저리 쉬고 있는 애들 잡아다가 뒷산으로 보낼 게 벌써부터 그려짐

 

 

 후... 상상만 해도 역겨워서 난 깊은 생각에 잠김

 

 대대장도 일과 조정에 대해서는 구색만 맞출 게 분명하고

 

 뒤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조리에는 관심도 없을 테니

 

 이건 확실히 짚고 가야겠다는 병장의 신념이 빛나기 시작함

 

 

 그렇게 결전의 때가 오고 대대가 교회 강당에 모임

 

 예상대로 대대장 입에서 혹서기 일과 조정 이야기가 나옴

 

 내용은 익히 돌던 소문과 똑같았음

 

 모르던 애들은 와 개쩐다 환희하는 한편, 짬좀 찬 상병장 애들은 분명 간부들이 우릴 부려 먹을 게 뻔하다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옴

 

 

 그때 본인이 나루호도 마냥 손을 딱 들고

 

 혹서기 일과 조정의 문제점을 말함

 

 

 Q. 일과가 끝나고 저녁까지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이때부터 병사는 뭘 하냐?

 A. 편하게 쉬어라. 일과도 끝났는데 뭘.

 

 Q. 하지만 간부가 잡일을 시킬 때도 있다.

 A. 그런 일이 없도록 미연에 방지하고 간부들 교육 하겠다. 만약에 그런 간부가 있으면 말해라.

 

 

 크큭

 

 역시나 구색 맞추기 일색

 

 나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한 마디 더 함

 

 

 Q. 그걸 대대장님이 책임질 수 있나?

 A. ???

 

 

 그 순간 싸늘한 기운이 강당 안에 맴돔

 

 병사 간부 할 거 없이 모든 시선이 내게 쏠림

 

 이런 미친 소리를 하는 녀석이 누군지 알아보려는 마냥

 

 

 대대장은 당황한 듯이 대답함

 

 어, 어... 그래, 그래. 대대장이 책임지겠다!

 

 

 그러자 강당에는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것 마냥

 

 병사들의 우렁찬 함성 소리가 뻗어 나갔음

 

 나는 당연히 그 중심에 있었고

 

 뭔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이 뇌리에 스침

 

 

 그 일이 있은 후 우리는 당연히 혹서기를 존나 편하게 보냈고

 

 본인은 대대에 소문이 나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짐

 

 그렇게 영광의 혹서기를 보냈지만

 

 간부들의 따가운 시선은 어쩔 수 없었음

 

 

 총대 격으로 대대장과 담판을 지었던 본인은

 

 말년 인생이 존나게 꼬이는 바람에

 

 휴가가 안 떨어져서 말출을 씨바 유격장에서 나감

 

 그것도 훈련을 전부 끝내고 복귀행군 하는 당일 ㅋㅋ

 

 

 여러모로 파도와 같은 군인생을 보내고 전역 엔딩

 

 후일담으로 대대장은 대대장실에서 내 이름을 거론하며

 

 존나 씹었다고 한다

댓글
  • 저녁뭐먹지 2022/07/04 16:56

    그런사람을 영웅이라합니다

  • PumpkinWatchman 2022/07/04 16:5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되도 않는 뻔히 보이는 수작질하다가 걸려놓고는 작성자한테 꼬장 엄청 부렸나 보네


  • PumpkinWatchman
    2022/07/04 16:5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되도 않는 뻔히 보이는 수작질하다가 걸려놓고는 작성자한테 꼬장 엄청 부렸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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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ckie
    2022/07/04 16:52

    저러면 간부들도 12시 퇴근이었을건데 04시 출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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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ckie
    2022/07/04 16:53

    또 저렇게 조정하면 취침시간도 당겨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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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쟁이 
    2022/07/04 16:56

    이게 맞는데, 얘네도 위에서 퇴근 안 시켜주니깐 그 시간에 병사들 짬때려서 잡일 시키니깐 골치인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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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ckie
    2022/07/04 16:57

    희안한 부대네. 우린 사단쪽에서 A B C형 일과 주고 너네가 선택하고 알아서 조정하라고 지침 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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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르시
    2022/07/04 16:53

    걍 적당히하고 잡일시키면 밑에 애들모아다 마편 긁으라 시키면 됐을 일을 니가 직접해서 손해를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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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쟁이 
    2022/07/04 16:55

    솔직히 저거 한번 뒤집은거로 거의 3개월 꿀빨았으니깐 나름 괜찮은 딜이긴 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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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녁뭐먹지
    2022/07/04 16:56

    그런사람을 영웅이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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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르시
    2022/07/04 16:56

    너가 만족했다면 그것도 굿엔딩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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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빠꿍빠꿍
    2022/07/04 16:55

    말출을 유격장 복귀행군하는날 보냈다고? 행보관이랑 얼마나 척진거냐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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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쟁이 
    2022/07/04 16:59

    내가 좀 꼬장 많이 부려서 병사는 편한데 간부가 존나 싫어하는 케이스였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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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무리스
    2022/07/04 17:16

    이미 대대장 뒤에서는 딴 수작 부릴라는 의도가 있었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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