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이 내 그림을 졸전에 쓰자고 하신다.

일단 본인이 그린 그림은 전공 교수님이 절대로 보신 적이 없으셨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본인이 도저히 영상만큼은 안 되겠다 싶어 영상수업은 그냥 듣지도 않았는데(선택이라 상관없는 줄 알았다)

어느 날 교수님이 부르시더니, '너 졸전에 낼 작품이 부족한 건 알고 있니?' 라고 하시더라.

본인은 그 때까진 공익광고 디자인이나 이런 거만 더 하면 될 줄 알았다.

근데 교수님이 내 그림 그리는 건 어디서 들으셨는지, '너 그림 그리지 않니?' 라고 물어오시더라.

갑작스레 들어온 질문에 본인은 '앗 예에' 하고 그대로 답해버렸는데

'그렇다면 너는 게임 컨셉아트나 다른 작업물으르 들고 오도록 해라, 그것을 졸전작품으로 삼자꾸나' 하셔버렸음.

본인은 건전한 개인작은 커녕

커미션 조차도 야짤 말고는 거의 안 들어오는 지라

씹덕이 아닌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것이래봐야 위에 있는 버튜버 그림이 그나마 건전한 축인데

졸전심사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와서 갑자기 교수님이 본인에게 이런 과제를 주시는 것은 어찌하여 일어난 일인 건지 모르겠다.

만화로 쇼부볼 수 있다면 차라리 지금까지 한 걸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냥 보여드렸겠지만

내가 그린 만화들은 죄다 낙서장 퀄리티에, 내용도 쎅함뜨가 전부라서 누구 보여줄 수도 없다.

일반인에게 이런 걸 보여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진성 미친 사람일 뿐일텐데 나는 최소한 덜 미친 놈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됐다.

어떻게 그려야 젊은 여교수님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찬란한 은발을 가지신 교수님에게 당당하게 가슴펴고 보여드릴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우째야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