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5년 간 마당숲과 화원을 가꾸면서 많은 나무와 꽃들을 들였습니다.
원예사에서 월동 된다 해서 들였는데 봄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무수히 많았고
긴 장마에 견디지 못하고 가시고,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게 슬그머니 사라지기도하고..
지금 살아남은 녀석들은 투자한 녀석들의 10% 쯤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간과 돈과 정열을 그대들에게 바쳤지요~ ㅎ
처음 묘목을 들일 때는 이 나무 저 나무 욕심껏 심게 됩니다.
성목이 된 요즘은 심는 것이 아니라 솎아내기 바쁩니다.
이웃에 나누고 계곡 건너로 귀양 보내고 경계면에 울타리 경비병으로 이주시키기도 합니다.
울집에는 이팝나무가 세 그루 있습니다.
남편이 못마땅해하는 녀석입니다.
이팝나무가 왜 싫으냐고 물었더니 꽃도 예쁘지 않고 그늘만 생긴답니다.
직장이 광화문이었는데 청계천에서 맨날 봐서 별로랍니다.
몇 년 전부터 계속 이팝나무를 베어내야 한다고.
공사에 근무했으니 사기업에 비해서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적었을 테고
후반기에는 인천, 수원, 부산.. 등 지방 대도시에서
지사장으로 대우 받고 근무했으니 광화문이 지겨웠을 리도 없고.
음.. 이팝나무 아래에서 첫사랑에게 실연 당했을라나..? ㅋㅋㅋ
다른 부부에 비해서 부부싸움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닙니다.
(정확한 표본과 통계치가 없어서 객관적 비교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서두..)
우리 부부의 다투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이상한 고집에 사로잡혀서 우길 때
(2) 가족보다 남들을 더 배려할 때
(1)번은 이제 그려려니 합니다.
친정어머니 말씀처럼 "남자가 그 정도 고집도 없으면 어데 쓰겠냐?"
"내 딸이지만 까탈스러운 너하고 무던하게 사는 것만 봐도 세상에 없는 남편이다."
(2)번이.. (2)번이.. 저는 늘 입 안에 돋은 혓바늘처럼 까끌거립니다.
가끔 묻습니다. '친한 사람과 내가 물에 빠지면' 누구부터 구할 거냐고.
'남편'은 본래 '남의 편'이라고 하지만, 남편은 언제나 예외없이 남의 편을 듭니다.
마누라 상처 받는 것보다 다른 사람 마음 상하는 것을 더 신경쓰고 배려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을 때 호구 잡힌 거는 그렇다쳐도
신혼 때 딸애 분유값 걱정하던 시기에도 사기 당했지요.
신용카드를 갖고 오라길래 포대기에 아이 들쳐없고 버스 타고 선배 사무실로 갔습니다.
선배의 모친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카드 빌려 달란다고.
다음 달에 갚는다더니 6백여만원을 갚지 않고 연락도 끊었지요. (그 당시엔 큰 돈이었음)
그 후에도 몇 건 사기 당하고.
이 땅을 사기 전, 토지 매매 사기 당한 3억여원은 아직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음.
공소시효 전에 형사고발하려고 했더니 남편이 말려서 못함.
늘 '당신이 이해해라.'
'우리가 좀 손해 보면 되는 거지.'
'그 돈 없어도 산다.'
'마음 편하게 잊자!'
오전 내내 옆지기는 계곡 건너 정자에 앉아서 지인들에게 안부 전화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
전화하는 내내 '허허허..' 추임새가 여기까지 들립니다.
반면 아내와 딸에게 전화할 때는 '용건만 간단히!'
"아는 사람들에게만 친절하게 안부 전화하지 마시고 딸에게도 다정하게 전화 좀 해 보시지~" 그랬더니
"지가 아빠한테 전화해야지~"
ㅎㅎㅎ 그렇다구요~~~ ^^
https://cohabe.com/sisa/2479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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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서로 이해하기까지 다투며 사는게 힘드네요. 결국엔 이 경지에 이르겠죠?
저희는 신혼 때 많이 다퉜어요.
상대방의 친구까지 마음에 드니 안 드니 하고 싸웠죠~ ㅋㅋ
한 5년 쯤 싸우다가 안 싸우더라구요.
근데 남편이 정년퇴직하고 같이 붙어 있으니까 가끔 토닥토닥 다툽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둘 다 뒤끝이 없어요. ㅎㅎ
이팝나무, 소박하고 깨끗해서 좋던데요^^^
관심이 없으면 다투지도 않습니다. 무관심이 무서운 거지요^^
타고난 천성은 나이들어 고치기 어렵습니다. 그냥(?) 사랑으로 이해해주셔요^^
투명한듯한 흰꽃이 저는 참 좋은데..
대신 야박하게 가지치기를 해줬어요. 빠국했던 이팝나무가 좀 설렁설렁 하지요. ^^
삼겹살 구우러 한번 가야하는데 말입니다. ㅎㅎ
옥상 말고 원두막에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