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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금 건국사)140편 : 1613년 음력 1월 2차 울라 침공전-3편

만주실록 울라.jpg

 

삽화 출처 : 만주실록

 

 

1613년 음력 1월 누르하치가 여허와 울라간의 동맹을 경계하여 그들의 동맹이 체결되기 전에 울라를 공격하기 위하여 3만의 대군을 이끌고 울라를 재차 침공하자 울라의 군주 부잔타이 역시 그에 상응하는 대군을 이끌고 출진했다. 부잔타이의 이러한 대규모 야전 의지가 표출되자 정작 3만에 달하는 대군을 동원하여 울라를 침공한 누르하치 쪽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누르하치는 부잔타이와의 야전을 주장하는 버일러들과 5대신들에 대해 '한 두번의 원정으로 큰 나라와의 전쟁을 바로 끝낼 수는 없다'는 논지의 말을 했다. 이는 이전의 1차 원정에서 했던 말과 비슷하지만 그 때와는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이전에는 '한 번의 원정으로 울라를 정복할 수는 없다'1고 했다면 이번에는 '한 두번'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이 대목에서 누르하치가 부잔타이와의 결전을 꺼리면서 이전의 1차 원정과 마찬가지로 부잔타이의 영토에 대한 피해 확대 전략을 펼치고자 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누르하치가 2차 원정을 진행하면서 처음부터 그러한 생각을 가지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누르하치는 울라와 여허간의 연대 가능성을 이미 파악했다. 그리하여 부잔타이가 여허에 인질을 보내고 여허와의 동맹체제를 구축하기 전에 대규모 원정을 재차 단행, 사실상 '울라 정복'을 목표로 하는 것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르하치는 정작 부잔타이의 군대가 출진한 이후에는 '한 두번의 원정으로 울라를 점령할 수는 없다', 즉슨 이번 원정에서도 울라에 대해 역량타격만을 입힌 후 차후의 원정을 통해 울라를 정복하겠다는 논지의 말을 하며 야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누르하치가 자신의 전략을 바꾸려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마도 부잔타이가 설마 자신과 비등한 수효의 대군으로 야전에 나설 것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사실, 누르하치는 부잔타이의 야전군과 맞닥뜨리기 전 까지는 부잔타이의 군대가 자신과의 야전에 임하기를 바라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누르하치와 제장들과의 대화문을 살펴보자면 제장들이 누르하치를 향해 '부잔타이의 군사를 어떻게 성으로부터 나오게 할 수 있을까 했었습니다.'2라는 말을 합심하여 하는데, 이로 보건대 당시 원정군 지도부의 기존 방침은 부잔타이와의 야전을 통해 그의 군세를 궤멸시키고 이번의 원정 한 번으로 울라를 정복하는 것이었던 것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부잔타이가 자신이 동원한 군대에 필적할 대군을 총동원하여 나서자 누르하치의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 울라가 그 정도의 대군을 동원할 줄 몰랐던 누르하치로서는 대군을 이끌고 출전한 부잔타이에 대해 싸워 승리한다 하더라도 아군의 손실 역시 커질 것을 염려, 기존의 생각을 바꾸어 울라와의 결전을 회피하고 대신 이전과 마찬가지로 울라의 국력 손실을 강요하는 전략으로 선회코자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누르하치는 자신의 야전거부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자식들과 5대신의 몸이 상할 것을 걱정했다는 논지의 발언을 했다.3


여기에 더불어서 누르하치는 부잔타이와의 대규모 회전이 막상막하의 구도 아래에서 치열하게 전개된다면 부잔타이의 군대의 전사자가 상당해질 것 역시 염두에 두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적군의 전사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될 수 있겠으나, 누르하치와 건주에게 있어서 울라는 '절멸'의 대상이 아니라 '합병'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누르하치로서는 아군의 피해는 물론 되도록이면 울라군의 전사자 역시 적은, 이상적인 합병전 승리를 거둔 뒤 상대적으로 '상처가 크지 않은' 울라를 합병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대규모 회전을 치룬다면 그러한 이상적인 승리가 힘들어지게 되므로 결전을 치르는 대신 상대적으로 피를 덜 보는 작전으로 다시 선회코자 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유가 어찌되었건, 누르하치는 부잔타이가 치고 나오는 상황에 대해 야전을 회피하며 신중히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이 때에 그의 제장들이 반대의사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1.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대등한 큰 나라를 한 번에 끝내고자 하면 끝나겠느냐'라는 표현이 쓰였다. 만문노당 임자년 음력 10월

2.구만주당 동년 동월 bujantai cooha be hecen ci adarame bahabi tucibure sehe dere

3.만주실록 계축(1613)년 음력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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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kF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