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싸구려 위스키를 병채로 사서 마셔보는 취미가 있음.
알못새끼가 괜히 비싼거 사다 쳐마시거나 바에서 원가의 몇배나 쓰는 건 돈 아깝다고 생각해서,
취향부터 찾겠다고 몇개월 간 이것저것 마셔보다가 결국 취미가 싸구려 위스키 사다 마시는 걸로 정착되어버림.
그리고 우리 부장님은 집이 아주 잘 사심.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수저를 가지셨음.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시기때문에 다들 전혀 예상도 못하지만 가끔 얻어맞은것처럼 얼탱이없어질때가 있음.
그 두개의 사실이 섞이니 골때리는 사건이 일어남.
요 며칠 전에 부장님 댁에 방문할 일이 있었음. 처음 방문하는것이고 하니, 선물로 버번 두병을 사갖고 감.
와일드터키+버팔로 트레이스=10만원... 이면 예의상 충분할거라고 생각했음.
부장님 위스키 전혀 모르시는 분이니 입문용으로야 뭐.
본부장님도 같이 오셨고, 나는 부장님께 선물을 전달함.
부장님은 따스하게 환대해주시며
'아이고, 뭐 이런걸 다 사왔어요? 나 위스키 하나도 모르는데...' 라고 하셨음.
그렇게 셋이서 위스키 몇 잔 걸치고 있는데 갑자기
'아! 저 몇년 전에 아버지 개인창고에서 꽁쳐온 위스키 있는데 그것도 같이 드실래요?' 라고 권하심.
뭐 어르신들 좋아하는 적당한 꼬냑같은 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예예! 좋습니다!'라고 말함.
병1신같은 생각이었음. 부장님 집이 얼마나 잘 사는지 순간 환기를 못했음.
부장님이 위스키를 꺼내와서 술술 따라주시기에, '어이쿠 감사합니다' 하며 입에 대는 순간,
뭔가 졷됐다는 느낌이 옴.
이거 지금 내 주둥이에 들어가선 안 되는 맛임.
비싼 맛임.
존나게 비싼 맛임.
피트향이 미약하게 있는거 같은데?
나 피트향 존나 싫어하는데?
왜 맛있지?
뭐지 씨1발?
이거 내 주둥이에 들어가면 안 되는 술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부장님은 같이 오신 본부장님한테도 술술 따라드림.
본부장님 막걸리매니아임. 위스키 존나 싫어하시고, '애초에 맛을 모르겠다' 하시는 분임.
본부장님이 그걸 원샷으로 털어넣고 "아이고 이건 좀 별로다"
라고 말씀하시는 순간에 정신차리고
"잠깐만! 잠깐만요! 이거 존나 비싼맛이야! 쎄해!"
라고 다급하게 외침
본부장님은 그 말을 듣고
"오? 비싼 맛이야? 그럼 한잔 더 주시죠, 부장님."
하시는 걸 봄.
그렇게 한잔 더 받으신 본부장님은 그것까지 원샷에 털어넣으심.
부장님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한테 물음.
"XX씨 이거 비싼거에요? 아버지 창고에서 들고온거라... 위스키는 진짜 전 하나도 모르거든요."
그제서야 라벨 읽어봄.
나같이 싸구려만 찾는 놈들이 기를 쓰고 기피하는 글자들이 적나라하게 나열되어있음.
싱글 몰트. 32년 산.
문제의 위스키는 제일 오른쪽 놈이었음.
하이랜드파크 32년산.
나름 예의상 들고 온 버번 두병이 매우 초라해짐.
본부장님이 이후 그것보다 와일드터키가 더 맛있었다고 말씀하셨을 때
'자연산 돌돔으로 매운탕을 끓여먹는 행위의 *5정도 하고 계십니다. 본부장님.' 이라고 대답함.
술 하나도 모르지만 그냥 듣기만 해도 띵해지네
(교황님 지금 커피를 망치고 계십니다 짤)
술 하나도 모르지만 그냥 듣기만 해도 띵해지네
솔찍히 자연산 돌돔이니 감성돔이니 하는 놈들 뭐가 맛있는지 전혀 모르겠더라
근데 그거 자주 먹다보니까 광어가 존나 쌉노맛이 됨
뭘 상상하던지 그 이상이라면
일론 머스크 정도 상상하면 됨?
ㅋㅋㅋㅋ 얼마나 비싼거야
저거 소주잔으로 반 잔 정도 따르면 내가 들고 간 두 병 값을 넘어버림
솔직히 잘사는집엔 어떤 선물을 하던 초라해지던
그래서 걍 예의상 하는정도만하는게 돈많이써봤자..
자연산 보석식기셨네
200에서 400짜리네;;
검색해보니까 420만짜리네 ㄷㄷ
전에 일하던 매장선
매장 매니저가 생일이라고
사촌인 사장이 현찰로 1500만원과 롤랙스 하나 주시더라...
다같이 생축밥 먹던 분위기 급싸
사촌이랜다
삼촌
검색하니까 4백만원 무엇
비싼술이나 비싼음식이라도 취향에 안맞으면 맛없는거요...
지져스...
자연산 돌돔 정도가 아니라 컴퓨터 두대값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