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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편의점 글 보고...나도 비슷한 경험.txt






갓 성인 되고

야간 편돌이 주 6일 12시간 월급 100만원 받고

일하고있을 때였음.

(2015~16년)




항상 아침 6시~6시 반 쯤


아직 날이 안 밝고 학교 가는 애들 적을 시간대에 편의점에 와서

먹을걸 사는 남매가 있었어.


여자애는 9살 정도 되어보이고

남자애는 6살 정도 되어보였는데




먹는 것도 맨날 거의 정해져있어.


삼각김밥 두개, 아니면 좀 큰 김밥 한줄.

일주일에 한번 정도 편의점 햄버거 중에 사이즈 큰 치킨버거.




아마 점심은 학교에서 먹을테고

저녁은 가족들이랑 먹는지 안 왔는데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편의점 와서 둘이서 서로 조용히 속삭이다 그 날 먹을걸 사서 들고와.




처음엔 별 생각 없고 귀찮았어.




뭐 찍어서 결제하고 이러는거

알바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잘 모르겠기도 했고


그냥 그런걸 해야하는 것 자체가 귀찮았음.

에이 씨, 카드 주지 뭘... 이런 느낌.




아, 내가 첫 날엔 그거 결제하는 법을 몰라서

좀 있다 근무자 교대하면 결제해달라 했었는데


애들이 그 날은 밥을 굶었다 하더라고.
이건 좀 친해진 뒤에 들었었어.





근데 뭐 그렇게 귀찮고 그래도


아직 해도 안 떴는데

쪼만한 애들이 매일 똑같은 시간에 와서

 뭐 맛대가리도 없는거를 맨날 사가니까....


매일 하니 점점 익숙해져서 귀찮지도 않겠다

궁금해지더라.




그렇잖아.

카운터에 눈높이 겨우 닿는 쪼만한 애들이 매일 오는데

사람이 시선이 안 갈 수는 없는거잖아.


어쩌다 말 붙였던건진 기억이 안 나는데




어느 순간부터 애들 오면 말 붙이고 있더라고.


애들이 음식 골라오면


아 내가 이거 먹어보니까 맛있더라.


오늘 내가 목말라서 음료수 좀 사마셨는데

잔돈이 남아갖고...과자 하나 먹어라.


그랬는데




여자애가 눈치를 보더라.


난 진짜 별 생각 없었는데 애가 눈치를 보더라고




그래서 다시 한동안 군것질거리 노나먹는건 못 하고

애들 오면 부담스러워할까봐 그냥 별 말 안 하고 있었는데




한달 중에

한 25일 쯤 지나니까 카드가 안 찍힘....


애들 아껴먹는거같은데 그 것도 제대로 안 찍히더라고

애들 그냥 갈라는거 오늘 간식 너무 많이 사서 못 먹겠다고


내가 산 김밥 쥐여주고 보냄....




그 뒤엔 일주일동안 애들이 안 오다가




한달 지나니까 충전이 된건지 오더라고


글서 그 때부턴 애들 오기 전에 한 5시쯤 해서 출출하니까

미리 내 먹을거 사고


내가 손이 커갖고 쓸데없이 많이 사서 남은 빵이나 김밥같은거


이거 맛이 궁금해서 맛 볼라고 샀는데 너무 많다

이러고 같이 먹었음..




보통 핑계댈라고 신메뉴들 위주로 샀는데

신메뉴 특) 맛 없음


애들이랑 같이 아 이거 맛 없다 담에 이거먹지말자ㅋㅋㅋ이러고




그랬는데


남자애는 좋다고 잘 먹는데


여자애는 잘 먹다가도 말고 그랬음...




다 눈치는 챘겠지.


나도 폐기를 줄 수는 없는거고

최저도 못 받으니 돈은 없고 그래서 비싼건 못 사주고


과자나 김밥 덮밥 비빔밥 이런거나 사서 나눠먹은거...




초등학교-중학교 때 나도 밥 굶고 다닌 적도 있고

힘들게 산 적이 있어서


첨엔 뭐 그런 사람도 있는거지 하고 신경껐는데

정신차려보니 내 돈 써서 나눠먹고...


근데 좀 잘 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좀 사람 대하는게 서툴러서 괜히 애들 눈치 보게하고 그랬음


자기만족으로 한건디...




나중에 알바 관두고서부턴

애들도 못 봤음...




관둘 때 애들한테 인사를 못 해가지고


한번쯤은 인사해야지 하고 그 시간대에 편의점에서 냉동이랑 컵라면 먹으면서 한시간 버텨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안 오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내가 참 못났다 싶어.

애들이 괜히 상처입었을까봐.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싸구려 동정만 준거같아서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는데


댓글
  • GLaDOS__ 2022/05/05 20:16

    개인이 할수 있는건 어차피 한정되어 있으니 다른 사람이 왔어도 너보다 잘하진 몬했을겨...


  • GLaDOS__
    2022/05/05 20:16

    개인이 할수 있는건 어차피 한정되어 있으니 다른 사람이 왔어도 너보다 잘하진 몬했을겨...

    (i4JksK)


  • 커피마셔요
    2022/05/05 20:16

    충분히 칭찬 받을만한 행동이다.

    (i4JksK)


  • 로롤롤로
    2022/05/05 20:17

    잘해줬네 아마 님이 없어서 안오게 된듯

    (i4JksK)


  • 2naBelle
    2022/05/05 20:18

    그러기엔 원래 오던 애들이었엉

    (i4JksK)


  • lean28
    2022/05/05 20:18

    싸구려동정이었다고 생각해도 네 덕에 그 애들은 성장기에 배를 채울 수 있었잖아
    넌 잘했어

    (i4JksK)


  • 2naBelle
    2022/05/05 20:21

    이제 걔들 중고딩 됐겠다

    (i4J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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