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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준비하는 사람
3개의 글이 이어진 녀석이라 부득이 도배를 하네요.
“마을 끝집이 닭 키우거든...
말 그대로 막키운 닭이라 진짜로 맛있다.
내가 몇번 먹어봤는데, 이런 닭, 어디 다른데서 못먹는다.”
“형님도 공간 많은데, 닭 몇마리 키우지?”
“키울라고 두마리 받아서 한달정도 키우다가, 포기했다.
마당에서 노는거 보고있으면 좋긴한데, 냄새가 장난 아니더라.
개 키우는데 치우는 똥만해도 벅찬데, 닭새끼들은 냄새도 그렇지만, 다니다보면 내 밟히는거라.
할수없어서 배속에서 키우고있다.”
“그렇지, 보는건 이쁘지만, 막상 생활하면 힘들어 지기도 하지.”
“그래, 오늘은 늘 먹는 백숙이나 도리탕 말고, 요즘 내가 잘하는 간장조림 해줄게!
저기, 닭집에서 배운 레시피로 해 먹었는데, 괜찮아!
근데, 오늘 인터넷 보니까 백종원이 글마 레시피가 있더라고?
다 비슷한데, 이새끼 레시피는 설탕이 좀 더 들어가데?
그리고 참기름을 세스픈 넣라고 나오던데, 그 말고는 비슷해.
오늘 종원이 레시피로 미친맛을 함 내볼테니까, 기대해라!”
“형, 요즘보니 정말로 음식에 취미가 생긴거 같다!”
“그래, 얼마전까지....
레시피 보면, 간장 몇숟갈, 고추가루 몇숟갈.....
적힌거 보면, 왜 그런걸 넣어야 하는지 몰랐거든.
그냥 넣어라고 적혀있으니, 따라서 넣는데, 요즘은 좀 달라졌어.
이럴때 간장이 어떤 역활을 하는지, 마늘이 어떤 역활을 하는지?
이해가 되더라고.....
그러니, 한번 해보고는 내가 생각한 양념을 추가도 해보고....
재미있어!”
“큭큭큭!”
재료 손질하다 갑자기 혼자서 웃기 시작한다.
“닭을 좋아하는데, 조림을 하는데, 생각만큼 맛이 안나와?
답답해서, 닭집가서 물어봤지.
닭이 백숙을 하면 맛이 좋은데, 조림이나 볶음을 하면 닭 비린내가 나냐고....
그랬더니 할마이가, 닭을 요리하기 전에 데친 다음에 하라고 하더라고?
성격이 급해서 레시피 나오면 쭉 내려서 양념 종류만 보고 시작했거든!
하나하나 시행착오가 생기는것도 재미지다.”
진간장에 맛술을 비율대로 넣고 간마늘 한웅큼, 생강도 갈아넣고....
당근, 대파등 야채를 썰어내는 칼질은 나하고 비슷한 수준이다.
보고있으면 손을 베일듯한 느낌에 불안해 미칠 지경이다.
“대충 된거같은데, 참기름이.....
조림에 참기름은 한번도 넣어본적 없거든?
아! 시부럴, 아무래도 백씨가 나보다는 난놈 아니겠냐?
함 넣어보자!”
레시피엔 세스픈이라 적혀 있었지만, 맛난 참기름을 넉넉히 부어준다.
“보글보글......”
맛난 내음으로 익어가는 조림에 불려둔 당면을 넣고 잠시 더 시간을 흘려 보낸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마리의 하얀색 강아지들도 맛난 내음에 홀려 마당을 휘젓고 다닌다.
평상에 한상이 차려지고 소주잔을 마주친다.
살얼음 휘몰아치는 소주를 털어넣고, 잘 조려진 닭다리를 베어문다.
닭살이 입안으로 진입하는 순간, 행복한 미소가 절로 쁨어나온다.
“이야! 괜찮은데? 백종원 승!”
“이야! 정말로 괜찮네? 백종원이 이새끼! 잘난놈 맞다!”
닭다리를 두입째 베어문 다음,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삼겹살 굽다가 나온 돼지기름 한컵을 마신 기분이 이럴까?
속이 부대끼고, 맛난 살코기를 삼킬수가 없다.
남자둘이 눈이 마주치자 또다시 웃음병이 찾았다.
하나가 억지로 웃음을 참으면 상대를 보고 또다시 웃기 시작한다.
웃다가 죽을지도 모를듯한 상황이다.
“아! 시발!
이걸 어쩌냐?”
“형, 아무래도 이거 참기름 같은데?”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참기름이다!
백종워니 이새끼!
이거 도저히 못먹겠다.
이 난관을 어쩌냐?”
형, 당면하고 야채는 버리고, 닭은 아까우니까 찬물로 씻어내고 빨간색 볶음으로 바꾸자!”
“그래! 서두르자!
좀 씻어줘라, 내 양념하고 재료 가지고 올께!”
잘 조려진 닭고기의 두번째 요리가 시작된다.
빨간색 옷을걸친 간장 머금은 닭고기가 또다른 맛을 선물한다.
“이야! 맛있다!
역시 빨간맛이 최고다!”
“그래, 빨간색에 간장맛이 숨었다.
전혀 모르겠어!
오히려 더 부드럽고 좋은데?
형, 다음부터는 일부러 한번씩 이렇게 해봐라!”
사실 빨간맛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어릴적엔 미친맛을 찾곤 했지만, 독한 매운맛을 삼키고 나면 반드시 댓가를 치르곤 한다.
귀한 음식을 먹고나서, 소화도 시켜보지 못하고 주르륵 흘려보내곤 한다.
그럼에도 자리가 즐거우니 댓가를 지불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형! 술도 한잔했으니, 이제 진지한 이야기 좀 해보자!”
“뭔 이야기?
나한테 뭔 진지한 이야기가 있겠냐?”
“지난번에 별 생각없이 넘겼더니, 집에가서 자꾸 생각이 나는거야!”
“무슨?”
“죽음이 두렵다고 했던 이야기, 그리고 잿밥 이야기....
내 오늘은 잘 저장 할테니까 시작해보자!”
“내가 니 정도 나이때만 해도 한번도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어느순간 걱정되는게 있더라구.
아버지, 엄마, 산소에는 내가 자주 다니잖아?
내가 죽고나면, 이혼한 후로 연락끊은 새끼들이 나를 찾아줄거라 생각이 안드니까,
내 죽고나면, 부모님도 나도, 찾아올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했더니, 참 서글퍼...”
“누구나 할수있는 생각이야.
사후 세계를 믿는 사람들도 많지.”
“어느날, 부모님 산소에 앉아서 술한잔 드리고 아버지랑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생각드는게....
산소에 부모님이 있어서 내가 가는게 아니더라구.
부모님이 있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때문에 무덤을 찾은거야.
그리고 내가 죽으면 이 무덤에 남아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저승사자가 나를 여기에 가둬두지 않는다면 무덤에 있을 이유가 없는거야.
그 생각을 한 이후로, 잿밥 얻어먹을 생각이 완전히 없어졌지.”
“대단한 각성이다.
축하해 형!”
“오래전에 알고지낸 근사한 어르신 한분이 있었는데, 그분 말씀이 강렬하게 남아서 기억하지.
그러고 형님같은 사람들에게 한번씩 해주는 말인데....
나이가 들어서 노부부가 고향을 찾은거야.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가고 빈집도 하나둘 생겨나는 산골에 아담한 땅을 구해서 사는거야.
집에 담을 없애버리고, 잔듸를 심고 벤치를 만들고, 사방에 꽃을 심는거야.
입구에 적당한 두그루의 나무를 마주보게 심었지.
죽음을 준비한거야.
그 자리에 노부부 보다도 오래된 낡은 건물만 사라지면 온전하게 공원이 되도록 가꾸는거야.
‘나중에 이땅은 기증을 할거니까, 건물만 철거를 해달라고 부탁 할거야.
그러면 이땅은 마을 사람들이 쉬어가는 쉼터로 사용하고, 나무아래 평상에는 누구나 쉬어가는 자리가 되겠지.
나무만 남겨달라 부탁할거야.’
라고 하시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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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더 안 써주시나요?
지금 보니 다른 글도 많았군요.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ㅎㅎ
막걸리 안주로 생선 굽고왔더니....
Notion에 일기처럼 쓴 글들을 자주 올리네요.
시원한 저녁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