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40이 된 여성입니다.
2030에게는 꼰대가 되어가는 나이, 4050에게는 이제 막 합류한 후배쯤 되겠네요.
지금껏 이렇게 나누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대선 결과에서만큼은 나뉘는 양상이 뚜렷이 보였고, 이에 대해 분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 설득이든 통합이든 다음 전략을 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만큼 정치에 관심을 둔 적은 처음입니다.
물론 이명박이 돈 헤쳐 먹을 때 욕도 하고, 노무현 아저씨 돌아가셨을 때 슬퍼도 하고, 박근혜 국정농단에 분노하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뻐했지만 저에게는 이번 대선만큼 절실하게 참여한 선거가 없었습니다.
사회성이 필요할 때 아니면 극내향인이라 뉴스 기사에 댓글도 한 번 단 적 없었는데(오유도 2년간 눈팅 후 가입, 이후 2년 동안도 눈팅만 했습니다.) 이번엔 네이버, 다음 포털 가입자에게 주어진 하루 댓글과 좋아요를 모두 사용하고 하루씩 차단도 당해가면서 댓글 달았습니다. 난임으로 일을 쉬는 상태라 시간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기울어진 언론에 대한 비판, 국민의 힘과 윤후보측 비리에 대한 의혹 제기, 이재명 후보를 향한 모함·욕설에 반박만 해도 대댓글에는 북괴, 빨갱이, 좌파, 대깨문, 찢녀 등등의 얘기가 달리더군요. 살면서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취급에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좌파인가? 민주당원도 아닌데? 빨갱이가 21세기에도 쓰이는 단어 맞나? 이 컴퓨터 화면 밖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궁금했고, 좀 찾아보고 나서는 국힘 댓글 알바나 신남성연대, 일베 정도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참담한 투표 결과 이후에 다시 보니 그런 대댓글을 달았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대남 2번남인 것 같더군요..
페미니즘이 젊은 세대에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이 정도 대립을 가져올 줄은 몰랐습니다. 여성으로서 저도 살면서 느꼈던 차별적 대우와 두려움에 공감할 수밖에 없기에 페미니즘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3년을 꽉 채워 군대 다녀오신 돌아가신 아버지와 작정하고 괴롭히는 선임 때문에 고통스런 군 생활을 했다는 남편, 청춘의 시기 나라 지키다 제대해서 알바와 학업을 병행하는 남동생, 또 수많은 미투 중 몇몇 의구심이 드는 사례를 보면 극단적 페미니즘과 역차별에 대한 남성들의 분노와 억울함도 일면 이해가 되었습니다.
남편과는 평소 대화를 많이 합니다. 남편은 여러 사례를 듣고 본 후에도 저에게 ‘지금껏 몰랐더라도, 낯설더라도 고통에 몸부림치다 터져나오는 이야기는 들어야 한다. 이 모든 사례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제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줍니다.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을 지지하면서도 남성이 싫지 않고, 아버지가 그립고, 남편과 남동생을 사랑합니다.
2번남들도 어쩌면, 본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을까요? 억울하고 답답한데 알아주는 상대가 그들밖에 없었을까요? 그래서 이준석의 여가부폐지라는 입발린 공약에 그렇게 맹목적으로 반응했을까요? 일베들처럼 인격을 상실한 일부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의 2번남들은 힘들고 외로운, 대화가 필요한 평범한 이대남일 수도 있다고 작은 희망으로 생각해 봅니다. 조금씩 대화와 설득을 해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참담함과 분노가 가라앉고, 정신을 좀 차린 다음에는요. 요며칠 네이버 다음 포털 정치 뉴스 댓글들을 보면 마냥 좋아하는 게 아닌 억울함을 표현하는 2번남들의 글이 종종 보입니다.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됐으면 자기들끼리 축배를 들거나 신나서 조롱하거나 하면 그만인데, 왜 그들은 자꾸 변명 아닌 변명과 합리화를 하고 싶어하는 걸까요? 본인들도 전혀 개운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대에는 정치 돌아가는 게 뭔지 파악이 어렵습니다. (제가 그랬다는 뜻입니다.) 당장의 알바, 연애, 앞날, 내 안의 열등감과 두려움, 욕심에 훨씬 더 치중해 있었습니다. 지나가며 듣는 뉴스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내용에 그런가 보다 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 학보사에 있었는데 예술대라는 이유로 예술문화에 대한 기사 싣기에 바빴고, 정치에 대해 겉핥기 식으로 아는 척만 했지 실체를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있었는데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나름 중립을 지킨다고 양측의 입장에 대해 적은 후 지켜봐야 한다는 식의 논조로 기사를 썼던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신 날 검은색으로 꽉 찬 신문 한 면을 보고서야 가슴 한 켠이 서늘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4050분들이 지쳤다는 글에, 더 이상은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글에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서거하셨을 때, 이명박 대선할 때, 세월호 때, 박근혜 대선할 때, 국정농단 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 대선할 때, 민주당 180석 몰아줄 때, 그 모든 때마다 분노하고 설득하고 뛰쳐나가고 시위하고,, 정말 지겹고 지치실 것 같습니다. 이번 대선 나름 열심 참여한다고 밭 조금 갈다가 얼마나 에너지가 소모되고 진빠지는지 체험했습니다. 4050이라고 인생이 더 쉬운 거 절대 아닙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모든 세대가 힘듭니다. 그렇지만 2030 젊은 동생 후배들의 얘기 더 많이 못 들어주고 더 공감 못 해줘서 나도 미안합니다. 우리 좀 더 얘기합시다.
그리고 4050분들 조금 더 젊은 저희가 앞으로 더 뛸 테니까, 지금 이 순간부터 한시도 정치에 눈 돌리지 않고 살펴보고 분노하고 뛰쳐나가야 할 때 뛰쳐나갈 테니까, 지금의 슬픔과 분노가 가라앉으시면 응원해 주시고 체력 될 때 조금만 더 함께 해주세요. 저 같은 정치 어린이가 오유 덕분에 정치판 돌아가는 상황 많이 배웠습니다. 뉴스로만 기사로만 읽으면 재미도 없고 진위가 뭔지 헷갈리던 것들도 오유에서 유머 섞어서 재미있게 알아갔습니다. 정치에는 옳고 그름의 완벽함이 없으니 스스로 찾아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치는 생물이라 하니 지금 암담하고 고통스럽지만, 앞으로 5년간 쉽지 않겠지만 언제든 전복의 기회도 있겠지요.
하도 답답하여 제 마음 정리하고 싶어 너무 길게 적었습니다. 그냥 고맙다는 말, 힘내자는 말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남는건 시민들의 연대같습니다.
지금 이렇게 분열되어있어도 정말 불의를 보면 또 단합하는 신기하고 독특한 전투민족이자나요
박근혜 촛불집회때도 제옆에 계신분이 극보수셨던거보면 ㅎㅎ
몇달..까진 길겠지만 한동안은 좀 욕도 좀하고 그러다가 다시들 돌아오실거에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쉬어보럽니다.
이미 하얗게 불태웠는데 조금 더 힘내보자는 말.
좀 잔인하게 들려요.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지금은 우리도 위로 받고 싶고
울분을 터뜨리고 싶어요
지금은 그러고 싶네요
50대입니다.
저는 몸이 안 따라주면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할겁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이 보다 더 절망스러운 시절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었습니다.
1번남인지 2번남인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2번남이면 욕하고 1번남이면 감싸주는 그런 분위기를 벗어나서
요번 대선은 선택지 둘다 그렇게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분이 말씀하시던데 좋은 선택지가 없으면 최선책을(차악) 골라야하지않겠냐고.
네. 요번은 그런 선거였다고 봅니다.
마지막 박빙의 두 후보님중에서 진정 깨~~~끗한 분은 없으셨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떠나서.
주위 친구들 중에서는 둘중에 한명이 당선되면 한명은 대통령 면책득권덕분에 감옥안가고 나머지는 가야된다고 워낙에 둘다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 대선이었네요... 어쩔수없죠 상황이 그렇고 다른 선택권이 없는데 그게 젋은층이 혹은 나이많은 층이 잘못해서 벌어진 상황은 아닌거 같습니다. 그저 타이밍이 그랬을뿐
결국 몸으로 익혀야죠.
등록금 오르고 집값 오른답니다.
감사합니다. 힘내봅시다
역사를 책이 아닌 인터넷 댓글로 익힌 세대라 상식이 달라요. 검증조차도 오염된 정보로 하니 잘못된 상식을 강화하는 수준하며... 5년동안 당한다 해도 그전처럼, 민주당 탓하며 문재인, 이재명 욕하며 지나갈 걸요. 시티즌형이 젊은이들이 가장 똑똑하다고 했지만, 그건 그냥 일부일 뿐이고, 나머지는 겉치레로 흉내내는 원숭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득은 더 이상 의미없다 봅니다. 네.. 많이 지쳤고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말 절감되는 요즘입니다.
사탕달라 떼쓰는 어린애들, 학교 관두고 알바뛰며 평생 하고 싶은거 하고 놀고먹겠다는 청소년에게 부모 말이 안먹히는 경우 솔직히 뾰족한 수 있습니까?
인생 생겨먹은 대로 사는겁니다. 타인의 선택으로 더러운 시기를 다시 한 번 견뎌야 한다는 사실에 진절머리가 납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죠...
이제 그런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젊은 세대들도 피 좀 봐야겠죠...잦돼바라가 아니라 경험하면 느껴진다는 거에요...
우리 민족은 국난극복이 취미이자 특기인 민족입니다. 이 또한 이겨낼것입니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정권 어차피 살아야 할텐데 4050도 느껴보고 고칠 부분 있으면 고쳐보자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쉬게 두세요.
사족이라면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준 6070은 빠져있지만 그분들은 여기서 놀지 않아요.
하필 근소한 표차이로 1번이 졌고 결과를 조롱하듯이 할말하는 2030이 부럽기도 하고 약오르기도 한거뿐이에요.
저는 69년생입니다
한참 민주와 반민주의 싸움을 경험한 세대로
치열한 싸움의 시대를 살아왔죠
그 결실로 우린 어느정도의 민주를 이루었습니다
그 시대 처절한 피 흘림으로 싸우신 모든 분들께 경의드립니다
이젠 더 나은 세상으로으로의 걸음을 내 딛어야 하는데
또 그때의 감정이 살아나네요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른 어젠다가 있네요
성 평등에대한
우리 새대의 어머니가 살아오신 희생의 보답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예전의 상황이 또 다시 보이는 것은 어찌해야 할까요
역사는 이리저리 굽이치며 앞으로 간다 하지만
힘이 드네요
그래도
강물을 두려워 하지 않는 바다처럼
꾸준히 꾸준히
한걸음 한걸음 넘어져도
또 한걸음 가야지요
그래야 나도 나의 자식들도 아니 나의 아버지의
자식의 자식이 조금은 아주 조금은 나보다도 좀더 나은 시대에 살 수 있도록...
그냥 우리는 시대의 흐름중에 한 순간이죠
그 소임을 다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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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하고 끄적입니다
오늘 신장식님이 하는 방송을 들어보니 이재명 후보에게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던 40대가 막상 투표율은 70%로 평균보다 낮다는 예상치를 말하더군요. 어쩌면 세대간 갈등 보다도 다른 것에, 특히 40-50대만을 위한 정책이 없던 것에서도 이번 결과의 원인을 찾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각 사이트에서 보이는 20대 남자들에 대한 조롱은 더이상 없었으면 합니다.
정치에 관심있고없고 다 필요없습니다. 2번 찍은 니들은 나경원같은 친일민족반역자들이 가득한 당의 대통령후보를 찍은 겁니다. 당신들은 일제강점기때 부역자들이랑 같다는거야.
일단 포탈에라도 가서 더러운 댓글들 신고하고, 반대라도 열심히 눌러줍시다....저는 웹툰을 매일 보는데, 거기 댓글에 어김없이 매일매일 찢당이니, 찢재명이니 더러운 댓글을이 달려 있고...추천도 상당합니다. 물론 장난 삼아 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저는 조직적인 모양새가 신천지가 매일 와서 그런 댓글 달고 우루루 추천 누른다고 확신합니다. 신천지 + 국민짐이겠죠
근데 문제는 웹툰은 아이들도 본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많이 보죠....아이들도 장난 삼아 추천 누릅니다. 그것부터 좀 해 보자고요, 그동안 너무 방치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