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풍 도트 그림

순수하게 제 작품은 아니고

제 동생의 졸업 작품에 들어갈 일부 이미지를 제가 작업해줬습니다.

14세기 중세 문학 '캔터베리 이야기'의 1장 '기사 이야기'를

RPG 메이커로 만든 유사 게임으로 풀어내는 프로젝트인가 봅니다.

게임의 타이틀 이미지입니다.

소설 내 등장인물인 기사, 귀부인, 면죄부 판매자, 방앗간 주인, 수녀, 신부 등이 등장하는군요.

제가 소설을 읽었다면 조금 더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정성을 들였겠지만

일주일만에 후다닥 끝내야 했던 그림 프로젝트에 그 정도 노력을 들이기가 어렵더군요.

그림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지 안 물어본 제 잘못이긴 했습니다.

캐릭터 선택 창에 사용될 주인공 두 명의 이미지입니다

대충 짐작할 수 있듯,

가장 대충 작업했습니다.

저 애매하고 어설픈,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가 오히려 마음에 들어서요.

마치 게임 초창기 망겜의 도트나 중세 미술같은 매력이 있으니까요.

창살은 늘 삽화가의 적이자 작가의 지능을 시험하는 함정입니다.

왜냐하면 쇠창살의 간격이 너무 좁으면 등장인물의 얼굴을 가리고

적당히 간격을 넓히면 등장 인물이 탈옥도 안하는 멍청이가 되어버리거든요.

만약 교수님이 그런 질문을 한다면 답해야하는게

제가 아니라 제 동생이라는게 참 다행입니다.

미국에선 졸업이 만만치 않을거다.

제일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일일이 다 현실처럼 묘사해서 그리기보단

이렇게 그림다운 극적인 연출이 들어간 이미지로 전부 작업할 걸 그랬습니다.

오류도 있고,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고, 충분히 더 잘할 수 있었지만

제게는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지금까지 그렸던 그림을 전부 뒤집어 엎는 그런 프로 정신은 없었습니다.

돈 안 받고 한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