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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노하는가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사십야전병원(第四十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
표창장과 쇠고기에 분노하는 만큼 수십 수백억 비리에도 분노하기를...
댓글
  • ▶◀τ.ε.δ 2022/02/09 00:16

    우리편이라 화안남ㅋ

    이러고있을듯

    (8eJHPs)

  • OHLL 2022/02/09 00:18

    눈높이라는게... 10만원은 내 주머니에도 있는 돈이니까 와닿는데 십억 백억 해버리면 이게 감이 안오는거임
    쉬움류

    (8eJHPs)

  • [d7000]외눈박이 2022/02/09 00:21

    기래들은 이러거 신경도 안쓸걸요.. 그게 태생이니..

    (8eJHPs)

  • 야옹이와쥐돌이 2022/02/09 00:23

    누가 당선되면 곧 몇십 몇백배로 오를지도 모르겠네요 ;;;

    (8eJHPs)

  • [d7000]외눈박이 2022/02/09 00:24

    초대박이죠.... 이것이야말로 비즈니스패밀리.....

    (8eJHPs)

  • S에이브이igny 2022/02/09 00:31

    왕궁의 음탕함 대신 설렁탕집 주인년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문제삼는 분노의 대상은 금액의 다소가 문제가 아니라 권력자나 재력가 대신 서민의 구도를 이야기하는거죠. 시를 다시읽으셔야 할듯..

    (8eJHPs)

  • floats 2022/02/09 00:32

    사문서위조와 입시비리도
    그깟 표창장 하나고
    공무원 사유화와 국고손실, 국고횡령 혐의도
    사소한 일일 뿐이니 ...
    계속 그렇게 아무일아니고 무죄라고 싸우시면 됩니다. ㅋ

    (8eJH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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