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글에 나온 '드래곤볼에서 경영을 배우다'라는 책은 2019년 2월 26일 출판사 더봄에서 출간된 '이용준'이라는 사람의 책이다. 책 자체는 히트작인 '드래곤볼'에서 경영학 적인 면을 찾아서 해설하는 경영입문서 정도의 내용이지만, 작자의 일러두기 항목 때문에 아마도 베글에 오른 걸로 보인다.
아마 몇몇 사람들은 '미처 토리야마 선생님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발간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문장 때문에 이걸 '저작권을 어기고 무단으로 발매했구나'라고 오해를 한 모양이다. 우리가 중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문화 개방 이전의 20세기도 아니니 바로 이웃나라 초유명저작권을 함부로 무시하고 출간할 수는 없다. 진짜 숨어서 친구들끼리 돌려보는 게 아닌 이상은 말이지.
그래서 전체 문맥을 살펴봐야 한다. '서울문화사와 일본 슈에이사(集英社)를 통해'라는 문장을 보면 이 책의 출간을 두 회사에 알렸다는 뜻이 된다. 서울문화사는 우리나라에서 드래곤볼의 출간을 한 회사이니 국내출판권이 있을 테고, 슈에이는 드래곤볼 연재와 출간을 한 회사이니 해당 저작물의 저작권을 대행하는 회사라고 짐작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법적인 권리 행사 주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이를 통해 출간에 대한 승인을 얻었다고 유추할 수 있지. 솔직히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연락하려면 뭐하러 이 두 회사를 통하겠어. 인터넷으로 이메일이나 집주소를 뒤지는 게 더 빠르지.
그렇다면 왜 저런 일러두기를 썼을까? 그건 법적인 승인 외에도 원저작에게 '당신 작품을 이러이러한데에 썼습니다'라고 알리는 도의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예의를 갖춘,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행동이다.
사실 저작권에 대한 일반적인 대중의 인식은 그렇게 자세하고, 정확할 수는 없다. 솔직히 '저작권을 지켜야지'라는 도덕적 마음가짐이 생긴 것만으로도 엄청난 발전이지. 당장 2000년대 초만 해도 '어차피 실제 물건이 줄어드는 건 아니잖아?'라면서 디지털 저작물들은 아무 생각없이 가져다 썼거든. 요즘에도 '상업적 이용만 아니면 되는 거지?'같은 소리가 공공연한 상황이니 적어도 '저작권은 지키자'라는 인식만으로도 많은 진전이 있는 거다.
아무튼 이런 저작권 관리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저작자는 자기 저작물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가 있다. 물론 원론적으로는 맞는 얘기인데, 이게 상업적인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예전에 네이버였나 다음이었나, 아무튼 블로그에 어떤 가수가 자기 노래를 업로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포탈에서 저작권 침해로 내려버렸지. 그랬더니 그 가수가 '제가 이 노래 만들었는데요'라며 황당하다고 얘기한 사례가 있다. 당장 들으면 포탈이 바보 같은 짓을 한 걸로 보이지만, 상황은 이렇다.
일단 우리나라의 작사/작곡가 대다수는 음악저작권협회에 가입되어 있다. 여기서는 가입된 회원의 저작물, 그러니까 음악의 사용권을 대행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이 수익을 회원에게 배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방송이나 영화에 어떤 노래가 나오면 그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고, 수익을 회원에게 전달하는 거지. 한 마디로 대리로 저작권을 행사하는 거. 그렇기 때문에 음악저작권협회는 각 방송국, 영화제작사, 그리고 포탈 같은 곳에 자기들이 대행하는 음악의 리스트를 전달한다. 그러니 포탈에서는 그 리스트에 따라 '이 노래는 음악저작권협회에서 보호를 요청한 곡이네'라면서 내린 거다. 이걸 막고 싶었다면 이 사례의 가수가 음악저작권협회에 '내 개인 블로그에 이 곡을 올리겠습니다'라고 통보/사용허가를 받았어야 했다. 그럼 협회에서 포탈에 '이 노래는 이 사람이 사용허가를 얻었어요'라고 알렸을 테니까.
'아니 주인인데 이렇게 번거롭게 해야해?'라고 생각이 든다면, 이렇게 사례를 바꿔보자. 어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월세를 받으며 집을 임대했는데, 어느 날 찾아와서는 한 숨 자고 가겠다고 해봐. 미친 소리겠지? 그거랑 같은 식이다. 해당 노래의 저작권자는 노래의 사용권리를 음악저작권협회에 임대해준 상태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계약에 따라 수익을 받고 있고. 그런데 갑자기 계약과는 별개로 '내 노래니까 내가 마음대로 쓰겠어'라고 한다면?
또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어떤 도공이 도자기를 구워서 팔려고 했어. 그런데 자기 혼자 팔아서는 잘 안 팔리니 큰 도자기유통업체와 계약을 하고 도자기를 팔게 된 거지. 유통업체는 여기저기 홍보도 하고 유통망도 갖추느라 돈이 들었는데, 갑자기 이 도공이 동네에서 도자기를 공짜로 뿌린다면, 그 도자기를 누가 돈 주고 사겠는가.
생각해보면 저작권이라는 게 법률용어고, 그래서 이걸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그 만큼 쉽지 않다는 뜻도 된다. 그렇지만 그 만큼 잘 살펴봐야 한다는 뜻도 되니 저작권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한 번 더 생각을 해보자고.
Mullen 2022/01/31 15:33
다들 이해못했지만 추천박아둔거임?
사실 나도 그래
onlyNEETthing 2022/01/31 15:34
이정도면 디게 쉽게 설명된거 아닌가
Mullen 2022/01/31 15:35
아무댓글 없이 베스트 올라왔길래 드립으로 쓴겨!
달려라 스즈카 2022/01/31 15:33
근데 사실 진짜로 무허가였어도 토리야마 아저씨는 별 신경 안쓰긴 할듯ㅋㅋ
오돌오돌오돌뼈 2022/01/31 15:34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도의적인 허락을 못받았다는거네 ㅇㅇ
마캉다구라 2022/01/31 15:35
상식적인 유추로 판정하기에는 몰상식이 판치는 세상이라 드래곤볼 사용 때문이라했는지 그냥 팬이라고 밝혔는지 서문으로 알 수 없다.
저작권 승인 받았으면 펀권장에 올려놨겠지.
루리웹-5122617 2022/01/31 15:35
프사장님 경영법 배우는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