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천국 코하비닷컴
https://cohabe.com/sisa/2234631

꿈 꾸던 렌즈를 드디어 만들다.

7여 년 전부터 100년 전 쯤에 나온 무코팅 렌즈에 빠져
수없이 많은 렌즈를 구입, 사진을 찍어보면서 아쉬웠던 것이
중형(6x45~6x7) 화각을 커버하는 이미지 써클을 가진 광각 렌즈였습니다.
*최초의 광각 렌즈는 프랑스 앙제뉴가 1950년에 설계했다는 레트로 포커스(Retrofocus type)로
만들어진 28mm f3.5로 알고 있는데, 이 렌즈는 아직도 널리 사용됩니다.
Retro 관련 사이트 https://en.wikipedia.org/wiki/Ang%C3%A9nieux_retrofocus
이 이전 렌즈는 대부분의 렌즈가 '가우스 타입(1군2매) 또는
"더블 가우스 타입(2군 4매-anastigmat 등 대칭 설계)"을 기반으로 했는데,
우리가 잘 아는 칼 자이즈 비오곤 21mm, 슈퍼앙굴론 21mm는 모두 대칭설계로
속칭 똥꼬가 툭 튀어나와 있어서, 요즘 디지탈 사진기에 사용하기가 부담되죠.
라이카사가 슈나이더사의 OEM 슈퍼앙굴론을 계약해지하게 된 것도
이 레트로 포커스 특허가 개방되어 이 설계를 바탕으로 '최초의 21mm 엘마릿'을 만들었죠.
이 엘마릿 21mm는 6군 8매로 만들어 졌는데, 슈퍼 앙굴론의 찬미론자였던 나를 매혹시킨 렌즈죠.
각설하고,
내가 선호해서 구하던 렌즈는 대부분 4x5 포맷 이상의 대형 카메라 용이었기에
광각 렌즈를 선호하는 내게 중형 포맷의 광각 렌즈가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궁한 자가 우물 판다'라는 속담처럼 '내가 만들자!'라고 결심하고
정말 하기 싫은 영어 공부를 겸해 외국 사이트, 정보를 뒤지기 시작해서
결국 힌트를 얻게 되고, 상상력과 한국인의 뛰어난 통밥 머리를 보태서 렌즈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3~4년 동안 국내외 카메라점과 온라인 장터를 뒤지며 기다리다 기다리다 드디어 하나 발견.
집념과 오기, 그리고 분에 넘치는 과욕까지 부려가면서 그 렌즈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덕분에 10개월 할부금을 내고 있지만......
가져오자마자 단 20% 정도의 상상력만으로 그 렌즈를 분해해서 불안한 가운데 3일 밤낮을 끙끙거리고,
이미 모아둔 소중한 렌즈 수십 개를 해체해서 궁합을 맞추어 드디어 원하는 렌즈를 조립했습니다.
지금은 공장으로 보내, 완벽하고 멋진 렌즈가 되어 돌아오기를 초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장에 보내기 전에 대충 테스트해 보니, 645포맷 40~50mm 정도의 광각이 되었고,
표현은 무코팅 렌즈답게 풍부하게 올라왔고, 의도한 설계대로 소프트하게 표현되었고,
칼라 표현도 무난하게 보여져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10개월 할부금은 생각도 안났...
(아래는 렌즈 사진과 펜탁스 645d에 대충 테스트 한 이미지)
20211116widesoft.jpg
**30cm 정도 근접 촬영
_2024712.jpg
**15cm 정도 근접 촬영
_2024710.jpg
**1.5m 정도 근접 촬영
_2024724.jpg
**형광등 빛 조명 방 안에서 촬영.
100년 이상된 올드 렌즈에 미쳐 그런 사람들을 모아 사진전도 하면서 병을 전염시키기도 하고.
사진은 안 찍고 아니 못 찍으면 결국 이렇게 미쳐버리나 봅니다.ㅎㅎ
아래 링크가 올드 렌즈로 찍은 사진전 한겨레 뉴스입니다.
https://photovil.hani.co.kr/?document_srl=379288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악성 댓글 죽도록 미워할 겁니다.^^
댓글
  • [a9]다희아빠 2021/11/18 07:55

    와..엄청나네요. 열정에 감탄하고 갑니다.멋진 사진 많이 남겨주세요

    (sJQoW0)

  • 오이酒 2021/11/18 08:00

    연세에 비하여 열정은 20대 이십니다.
    뭔가에 열중하면 젊어지나 봅니다.
    표현력이 과거를 호출하는 듯 몽환적이고 아름답습니다.

    (sJQoW0)

  • namisuri 2021/11/18 08:28

    대...단하십니다!
    글을 읽던 중에 "한국인의 뛰어난..."에서 빵 터졌습니다 ㅎ
    멋진 중절모를 쓰고 계신 모습에 더해 이런 정열을 함께 하시는군요.
    열정과 추진력 그리고 그 결실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sJQoW0)

  • medio 2021/11/18 09:00

    비용이 어마무시허게 들어을듯..
    통밥상 원하시는 결과가 나올것입니다..ㅎ
    미리 축하드립니다..,

    (sJQoW0)

  • 수술 2021/11/18 09:28

    사용하시는 단어 자체도 제겐 낯선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지만,
    그 렌즈들이 보여주는 결과물은 마치 꿈결처럼 부드럽고 묘한 느낍입니다
    기사에서 보여주시는 작품들의 보케들은 참 환상적입니다..엄청난 열정과 지식의 작업들
    놀랍고 응원합니다.

    (sJQoW0)

  • 송암11 2021/11/18 09:32

    충무로 충무양행 오사장님 무코팅랜즈 개조 전문이십니다.

    (sJQoW0)

(sJQoW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