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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빌어먹을 외모지상주의

" 뭐 이렇게 못생겼냐.. "

임여우는 화장대에 앉아 열심히 얼굴을 꾸며봤지만, 거울 속 자신의 외모는 못 봐줄 정도였다. 자신의 눈에도 이런데 남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못생겼을까?
그녀는 오늘, 짝사랑하던 과 선배 김남우가 예쁜 여자애랑 즐겁게 있는 것을 보고, 홧김에 로드샵 화장품을 잔뜩 질러왔다. 앉은 자세로 몇 시간이나 화장을 해봤지만, 결국 신경질을 내며 다 내팽개칠 수밖에 없었다.

" 돈 아까워..씨.. "

그녀는 차라리 그 돈을 성형자금 통장에 보탰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하지만 매번 울컥할 일이 생길 때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새 옷을 사보고, 새 화장품을 사보고, 외모에 좋다는 경락 마사지도 받아보고.. 매번 소용없단 걸 알면서도 그 순간에는 돈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 나도 정말 행복해지고 싶다.. "

더는 눈물이 날 것 같아, 얼굴을 미운 듯 빡빡 지우고, 화장품을 정리하는 임여우. 그때,

" 응? 이건 뭐야? "

처음 보는 립이 있었다. 자신이 산 기억이 없는 새하얀 립이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뚜껑을 열어보자-,

[ 안녕하세요? ]

" 꺅?! "

작은 인간이 립에서 튀어나왔다!

" 뭐,무,뭐! "

[ 그 표정 불쾌하군요. 요정입니다. 좀 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봐주세요. ]

" 예...? "

임여우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요정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 날개까지 달린 예쁜 인형 같았다.

[ 행복해지고 싶다고 하셨죠? 저는 사람의 눈에 마법을 걸어, 그 사람 눈에는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만들어줄 수 있어요. 딱 한 명에게만 걸 수 있으니, 신중하게 선택하세요. 누구의 눈에 마법을 걸어드릴까요? ]

" ?! "

금방 요정의 말을 이해한 임여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당장에 짝사랑 김남우의 얼굴이 떠오르고-,

" 기, 김남우의 눈에 마법을 걸어주세요! "

[ 정말요? 그걸로 행복해질 수 있겠어요? ]

" 예! "

요정은 아무 말 없이 임여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저는 다른 정답을 추천하지만... 본인이 정 그렇다면야~ ]

한순간 요정이 눈부시게 빛나더니, 서서히 형체가 투명해졌다.

" 아! "

[ 행복하시길...! ]

그 말을 끝으로 감쪽같이 사라진 요정.
임여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립만 꽉 쥐었다.

.
.
.

요정의 말은 사실이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일부러 김남우의 앞에 나서봤는데, 그가 혼이 나간 얼굴로 물었던 것이다.

" 호,혹시 연예인이세요? "
" 아뇨.. 학생인데요.. "
" 세상에...! "

김남우는 이후 노골적으로 임여우의 주변을 맴돌았다. 
대학 최고 훈남이었던 김남우가 임여우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했다.

" 너 설마 임여우 좋아하냐? "
" 아니 뭐~ 그냥.. 하하하..예뻐도 너무 예쁘잖아? "
" 뭐? 임여우가 예쁘다고? "
" 난 태어나서 그렇게 예쁜 여자 처음 봤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예쁠 수 있지? "
" 뭐야?? "

친구들은 모두 김남우를 이해할 수 없어했지만, 김남우는 오히려 그들을 이상하게 보았다. 임여우가 못생겼다니? 눈깔이 삔 놈들이었다.
임여우는 기쁨을 감추고, 김남우에게 먼저 고백했다. 평소의 임여우와 달리 엄청난 자신감이 있었다.

" 선배 저랑 사귀실래요? "
" 뭐? 진짜? 거짓말 아니지?! 장난 아니지?! "

뛸 듯이 기뻐한 김남우는 당연히 승낙했다.
둘의 소식은 대학 내 최고의 미스터리였다. 그 수많은 예쁜 여학생들의 고백을 마다하고, 임여우랑 사귀다니? 김남우를 이해할 수 없어 했다.

" 임여우가 돈이 엄청 많은 집 딸인가? "
" 마음씨가 엄~청 착한가 보지. "
" 에이~ 아무리 마음씨가 착해도 정도가 있지.. "

어딜 가든 둘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김남우가 진심으로 임여우의 외모를 떠벌리고 다녀서 더 그랬다.

" 수지보다 더 예쁘다고? 미친... "
" 뭐? 전지현 김태희 한가인 다 합쳐도 안 된다고? 아무리 콩깍지가 씌어도 그렇지! "
" 세상에 천사란다 천사! "

처음에는 좋아하던 임여우도, 점점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엄청난 약점을 잡고 있을 거란 말까지 돌 정도니!

" 오빠! 제발 어디 가서 나 예쁘다고 좀 말하고 다니지 마! "
" 왜? 자랑하고 싶은데.. "
" 자랑은 무슨! 오빠 눈에나 예쁘다고! "
" 에이~ 무슨 소리야? 전 세계를 뒤져봐라! 너처럼 예쁜 여자는 없을걸? "
" 어휴! "

임여우는 갑갑했다. 게다가, 김남우는 멀리서 보던 것만큼 멋진 남자도 아니었다.
잘생긴 외모를 꾸미는 건 잘했지만,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고, 술자리에서 노는 것만 좋아했다.
말과 행동도 경박해서 진중한 맛이 없었다.
처음 며칠이야 잘생긴 외모를 보는 맛에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렸다.
그녀는 차라리 헤어지고 싶었지만, 그건 또 못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예쁘게 봐주는 남자란 생각 때문이었다.

" 왜 요정이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는지 알겠네...씨. "

후회해도 늦었고, 헤어지기도 두려운 상황. 그 와중에 그녀는 공치열이란 남자를 알게 되었다.

" 조별과제 조원들이 모두 도망갔으니..어쩔 수 없이 우리 둘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그래도 그냥 하는 건 억울하니까, 마지막에 빅엿을 먹이자고. 하하 "

조별과제를 떠맡은 임여우와 공치열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공치열은 외모는 못생겼어도, 사람이 괜찮았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성격도 성실했다. 그러면서도 유머 감각이 있고, 사람을 편하게 하는 매너가 있었다.
임여우는 어느새 김남우와 공치열을 비교하면서 깨달았다.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마음이구나!

공치열과 급속도로 가까워진 임여우는 그에게 호감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공치열도 그녀에게 호감을 숨기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녀에게 특별한 일이었다. 눈에 마법이 걸린 김남우와는 달리,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좋아해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핑계를 대며 김남우와의 시간을 점점 줄여가는 임여우. 급기야는,

" 오빠..우리 헤어지자. "
" 뭐? 왜, 왜 여우야? 내가 뭐 잘못했어? 미안해! 응? 내가 다 잘못했어! "
" 아니..그만하는 게 맞는 것 같아. "
" 여우야 제발...! 너에게 내가 턱없이 모자란 건 알지만, 제발 한 번만...! "
" 미안해. "

임여우는 매달리는 김남우를 차갑게 뿌리치고, 공치열을 찾아갔다.

" 치열아. 나 널 보면서 깨달았어. 중요한 건 외모가 아니라 마음이었어. 나...오빠랑 헤어졌어. 이제 우리- "

한데, 

" 푸하하하하! "
" ?? "

공치열은 임여우 커플의 파경 소식을 듣자마자 박장대소하더니, 표정을 굳혔다.

" 드디어 복수를 성공했네. "
" 뭐? "
" 김남우 그 자식이 예전에 내 여자친구를 가로챘었지. 드디어 나도 똑같이 되돌려줄 수 있게 되었어. "
" ...! "

임여우는 충격으로 멍해졌지만, 공치열에겐 더 독한 말이 남아있었다.

" 그 자식이 너랑 사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난 속으로 만세를 불렀어. 예쁜 여자였다면 몰라도, 너처럼 못생긴 여자는 나도 꼬셔볼 수 있겠다 싶었거든. 아니나 다를까, 역시 가능하더라? 고맙다. 네가 넘어와 준 덕분에 이런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 "
" 그, 그럼 그동안 그 모든 게 다 연기였다고...? 나를 좋아한다던 그 말도- "
" 당연하지! 거울도 안 봐? 누가 너처럼 못생긴 여자를 좋아하겠어? 그 자식이 미친 거지! "
" 너...너...너가 어떻게...! "
" 김남우를 원망해라. 그럼, 난 어서 가서 이 소식을 소문내야겠다. 천하의 김남우가 나 때문에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말이야. 하하하 "

공치열이 떠나고, 홀로 남겨진 임여우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곧, 이를 악무는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그녀는 김남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오빠.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댔지? 지금 당장 공치열한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해줘. 자세한 사정은.. "

.
.
.

인적없는 늦은 밤의 동아리방 건물. 공치열이 김남우를 만나기 위해 복도를 걷고 있었다.

" 이제 와서 사과하고 싶다고? 흥! 그래 봤자 벌써 소문은 퍼지고 있네요~ "

실실 웃음이 새어 나오는 공치열. 자신의 계획이 제대로 먹혀들어 갔단 생각에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여자친구를 빼앗긴 이후 다시는 오지 않았던 동아리방 문을 오랜만에 열었다.

" 무슨 일로 사람을 오라 가라-, 응? 저런 저...! "

사람을 불러놓고, 의자에 잠들어 있는 김남우의 모습에 어이가 없는 공치열. 김남우에게 가까이 다가가는데,

" 어, 어, 어어어?? "

김남우의 가슴에 피가 흥건했다. 
화들짝 놀라며 물러나는 공치열!

" 김남우...! 김남우! 김남우!! "

아무리 불러도 미동도 없는 김남우.
공치열은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동방을 벗어났다.

.
.
.

" 야! 소문 들었어? 김남우 선배 죽은 거 말이야! 우리 과 공치열이 범인이래! 지금 경찰에 조사받고 있다던데? "
" 어어! 자기 전 여자친구를 빼앗아간 것에 앙심을 품고서 그랬다던데? "
" 임여우가 증언했다더라. "
" 그나저나 여우는 어떡한대? 자기 남자친구가 그렇게 되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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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지만, 이미 공치열의 평판은 바닥이 되어 있었다.
그의 살해동기와 정황은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스토리를 만들기에 너무나도 좋았다. 
게다가, 그가 주장하는 이야기들도 사람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 그게 말이나 되냐? 임여우가 뭐가 아쉬워서 그 잘생긴 김남우를 버리고 못생긴 공치열을 만나? 되지도 않는 소리지! "
" 그러니까! 임여우도, 김남우가 자길 만나주는 것에 감사해 하며 살았을 텐데 말이야! "
" 임여우 펑펑 우는 거 봤지? 김남우를 얼마나 사랑했으면...어휴! "
" 그 얼굴로 이제 다시는 김남우 같은 남자 만나지도 못할 테니까 그랬겠지 뭐. "
" 하긴... "

사람들은 그렇게, 마음대로들 떠들었다. 너무나도 임여우의 예상대로.

.
.
.
.
.
.

몇 달 뒤.
원피스에 챙이 넓은 모자, 큰 선글라스를 낀 임여우가 한 회사를 방문했다.
가린다고 가려도, 여전히 못난 외모. 그러나 복도를 지나치는 그녀의 걸음은 당당했다.
그녀를 주시하다가 급히 다가가 막아서는 직원.

" 저어, 무슨 일이시죠? "

그녀는 무시하며 그를 지나쳤다.

" 사장님 뵈러 왔어요. 저기가 사장실이죠? "
" 아, 저! 예약은...! 저기! "

무시하고 곧장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임여우.
책상에 앉아 있던 사내가 의아한 얼굴로 임여우를 보았다.

" 누구...? "
" 안녕하세요. 몇 달 전에 장기기증받으셨죠? 눈 말이에요. 그 사람, 제가 아는 사람이거든요. "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는 임여우. 그 얼굴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이 번쩍했다.

" 세상에...! 호,혹시 연예인이세요? "

임여우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 오빠.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준다고 했지? 그럼 우리 좋은 일 하나 하자. 장기기증 서약이라고-. . . ]
댓글
  • 복날은간다 2017/05/14 23:24

    그냥 그린 듯한 말만 떠들기엔 너무 뻔하고... 그래서 꼬아봤더니 이야기의 색깔이 이상해지네요. 하하하하!
    행복하세요~ 파이팅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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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펜타곤즈 2017/05/14 23:36

    헐 일빠!!!!!! 선댓글 후감상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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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앵이 2017/05/15 00:02

    우와!!! 진짜 흥미진진하네요 완전 빠져들어서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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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림 2017/05/15 00:29

    요정이 원한 답은, 자기 자신을 아름답게 보길 바란게 아니였을까요?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알려주려던게 아니였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도 재미있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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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eta 2017/05/15 00:39

    역시 김남우는 죽어야 제맛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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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Z 2017/05/15 01:16

    이번것도 흥미진진 .. 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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