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일본인들이 정치에 관심 없다는 건 틀렸다고 봄

과연 일본인들은 정말 단순히 정치에 관심이 없고 잘 몰라서 자민당 장기집권을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는 걸까?

난 아니라고 본다

사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뭔가 바뀔 수 있는, 바꿀 수 있는 적기였음

아베가 말년에 똥 푸짐하게 싸고서 그거 치우러 들어간 스가는 아베똥은 안치우고 되려 지가 똥 더 쌈

결국 내각 지지도 역대 최하수준 찍고 자민당은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은 분위기

그 틈을 타서 턱주가리 고노 다로가 하극상 벌이고 개혁 이미지 들고 나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뜯어고치겠다 천명하며 유력한 차기 총리로 부상

그동안 바보 행세 하며 밈화나 되던 고이즈미도 이때다 싶었는지 180도 다른 사람처럼 돌변해서는 공개 기자회견 열고 열변을 토하며 고노 다로 지지 선언

결국 국민 인기도 2위였던 이시바 시게루에게까지 지지 선언 받아내고 공투共闘 하게 되면서 사실상 자민당 내의 중앙 파벌들을 제외한 아웃사이더 세력, 즉 여당 내의 야권 세력들을 총결집 시킴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고노 다로의 국민 인기도는 가히 압도적

결과는? 응 기시다야~

믿던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정작 뚜껑 따보니까 아무리 아베가 다카이치를 내보내며 표 분산 작전을 실행했다 하더라도,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로 당내 의원들뿐만 아니라 전국 토도후켄 자민당 당원들조차도 고노 다로 별로 안찍었음 ㅋ

그래도 이걸 보고 야당들이 자극을 받음

국민들이 원하지도 않던 기시다를 자민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총재로 앉혀놨으니, 당연히 국민들의 자민당 염증은 극에 달했을 것이라 예상

그 증거로 각 유력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제1차 기시다 내각의 발표 직후 내각 지지율은 역대 최저를 찍음

이번에야말로 자민당의 콧대를 확실하게 꺾어줄 절호의 찬스라 본 야당들은 일본 정치사상 최초로 범야권 공투를 결성

결국 무려 140개 선거구에서 자민당과 야권 후보가 사실상 1대1로 붙을 수 있도록 후보 단일화를 성공함

이에 일본의 여러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에야말로 자민당의 의석 과반수 확보는 힘들 것이라 예견

대망의 선거날, 출구조사에서도 자민당의 단독 과반은 사실상 실패로 조사되며 야권은 드디어 자민당에게 한 방 먹여줄 수 있게 됐다며 환호

결과는? 응 자민당 압승 단독 과반 확보 261석이야~

역시나 정작 뚜껑 따보니까 사람들 죄다 자민당만 찍고 중도진보인 민주당과 좌익인 공산당은 개망함

그나마 크게 약진을 이룬 야당 세력이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일본유신회인데, 오사카 지역쪽은 얘네가 완전 싹쓸이 해버림

근데 얘네는 자민당이 중도보수라면 오히려 더 우경화 된 우익이라 할 수 있는 정당이라, 걍 오히려 일본이 더더욱 우경화 되고 보수화 됐다고 할 수 있는 거임
결론은, 우린 지금껏 일본을 바라볼 때 ‘국민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저 모양 저 꼴인 거다.’ 라고 바라봤었음

물론 나도 그랬고.

근데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된 게, 절대 관심이 없어서 저러는 게 아니라 그냥 일본 국민들이 원하는 게 저거라는 것임

일본 투표율 낮다 낮다 하지만 이번 총선거 투표율이 55%임

우리나라 지난 총선 투표율이 66%였고

물론 우리보다 낮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이 막 국민의 절반도 투표를 안하는 레알 막장 상태인 것도 아님

걍 찍을 사람들은 다 투표장 가서 찍고 온단 소리

그럼에도 온갖 똥이란 똥은 다 싸면서 철면피 깔고 낄낄 웃기나 하던 애들이 그나마 주둥이로라도 바꾸겠다 개혁하겠다 외치던 턱주가리 밟고 총재선거도 이기고, 이후 치뤄진 중의원 총선거에서도 단독 과반을 먹음

결국 그렇게 똥을 몇바가지를 싸대고 비리를 저지르고 막말을 해대고 해도 다들 여전히 자민당을 찍는다는 건, 반대로 말하면 그냥 일본 국민들 스스로가 그런 정치가들을 원하고 좋아하며, 그런 국가를 바란다는 거임 ㅇㅇ

내가 그래도 일본 정치에 관심 가지며 지냈던 이유가 내가 한동안 일본에서 살기도 했었고, 또 앞서 얘기했듯이 일본 국민들이 아직 눈을 뜨지 못해서 정치가 저 모양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음

근데 이번에 여실히 깨달은 게, 그동안 일본인들이 눈을 못뜬 게 아니라, 이미 진작에 두 눈 시퍼렇게 뜨고서 다 바라보고 스스로 결정한 것이 바로 지금의 일본 정치라는 거임

이젠 걍 일본 정치도 관심 끊어야겠음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