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편집 제작에서 독자배송에 이르기까지 늦게까지 일한 모든 동료 여러분에게 ‘모처럼 기쁜 마음’으로 고맙다는 인사 전합니다. 제가 느낀 ‘모처럼 기쁜 마음’이란, 지 랄같은 9년을 끝내고 국민여망을 끌어안은 민주정권이 들어섰다는 안도감에서 싹튼 것입니다. 다들 저와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을 보고 느낀 점 몇 가지를 올립니다. 분석도 있고 당부도 있습니다.
1. 예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바뀌고, 대선 국면에서 보수 표를 빠르게 흡수하는 것을 보고 사실 경악했습니다. 국정농단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집단이 오히려 색깔론을 들먹이며 큰 소리를 치는 현실이 참 암담했습니다. 아무리 한국사회 꼴 통본색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회칼로 나라를 아작 낸’ 당사자들에게 한가닥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묻지마 지지에 나서는 민심이란!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이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에 성원을 보내는 것을 두고 ‘계급투표 배반’이니 ‘분단이 낳은 비극’이니 하는 표현들이 등장하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서구식 분석 잣대로 본다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국사회는 그런 식으로 쉽게 풀어헤칠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뿌리 깊은 유교문화는 인간과 인간이 다층적인 차원에서 끈적끈적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합니다. 이는 서구식 합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잘 난 사람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정서도 생기고, 행색은 소시민이지만 정치의식은 거대 담론을 지향하는 경향도 강하고... 한 마디로 복잡합니다.
아직 이런 의식을 제대로 짚은 ‘한국학 이론’이 없기에 저 또한 주저리 주저리지만 어쨌든 명확한 결론은 어떤 큰 문제가 터지더라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낙동강 오리알’ 이 되는 일이 더 빈번하기에 이런 무책임은 당연한 문화가 되고 있습니다.
‘저급한 양아치’인 홍이 대선에서 한 껏 행패를 부린 것도 이같은 역사적 축적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2.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제가 보기에 그래도 양식이 있을 것 같던 보수 인사들이 홍과 함께 게거품을 물고 색깔론을 비롯한 온갖 마타도어에 동참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 같은 사람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은 제가 알기로 상당히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정당인이라는 한계를 인정하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으로 나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새누리당 분당 과정에서, 홍이 주자로 나서는 대선국면에서 목을 놓아 ‘자유대한 수호’니 ‘좌파 척결’이니 하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지르는 걸 보니 무섭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일일이 이름을 들먹이진 못하지만 빨간 옷 입은 사람들 중엔 저를 놀라게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김재철 전 문화방송 사장이었습니다. 추레한 몰골로 홍준표 뒤에 서서 손으로 브이 자를 그리는 그 모습이 얼마나 측은한지...
3. 문재인 승리가 사실상 확정된 어젯 밤 지인들에게서 몇 통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남 캠프에 죄다 도민일보 사람들이데?’ 하는 이야기부터 ‘이제 뭐 좀 좋은 일 생기지 않겠소?’하는 기대섞인 물음까지.
9년간 우리를 짓눌렀던 무거운 짐이 사라진 건 맞지만 그렇다고 무슨 선물궤짝이 통째로 굴러들어올리는 만무합니다. 사실 그럴 일도 없고요. 그래서 괜한 오해를 받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직 대표가 두 명이나 민주당에 있다지만 어쩌다 이런 저런 의견을 교환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굳이 기대를 하자면 홍준표 똘마니들이 장악하고 있는 도정이 하루 빨리 정상화돼 경남도민일보가 받고 있는 불이익과 차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대선 과정에서 홍준표가 우리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 지원을 끊은 것을 놓고 ‘좌파세력 배제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마디로 얼척이 없었습니다.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솔직한 심정은 이랬습니다. “뭔 이런 또 라이 새 끼가 다 있노?”
전 KNN 사장인 김석환씨가 오늘 페북에 재미있는 글을 올렸더군요. ‘전쟁이 끝나면 전우는 뭉치지만, 혁명이 끝나면 동지는 서로를 배신한다.’ 같은 맥락으로 다룰 말은 아니지만, 이 말은 곧 새 정권이 그만큼 순탄치 않으리라는 걸 예견하는 듯 합니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 제가 말한 것처럼 새 세상에서는 또다시 ‘잘 해먹던 놈’이 더 설치는 법입니다.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 묵묵히 우리 길을 가면 그뿐입니다. 물론 회사차원에서는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겠지만! 없는 말도 만들어내는 세상입니다. 진심도 오해를 피할 순 없습니다. 다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사장
글쓴이 :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 사장 구주모
https://cohabe.com/sisa/219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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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흠....
“뭔 이런 또 라이 새 끼가 다 있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수 짝짝짝
혁명이 끝나면 동지는 서로를 배신한다... 역사를 통해서 배운 것이죠.
최대한 빨리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겠네요.
와 진짜 좋은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