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년소녀가 실 전화기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을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보고
참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신혼 시절, 월말이 되면 백엔짜리 몇개만 남는 날이 며칠 생기곤 했다.
남편에게 좀처럼 말하기 힘들던 와중에 실 전화기에 생각이 미쳤다.
'돈이 없어서 오늘 저녁 반찬은 생선 한마리예요'.
실 전화기를 귀에 댄 남편의 옆 얼굴이 풀어지고 입모양이 웃었다.
'아기가 생겼어요'
큰아들이 생겼을 때도, 둘째 아들이 생겼을 때도, 실 전화기로 알려줬다.
둘 만의 세계가 그곳에 있었다.
요양시설에 있는 남편은 지금 걷지도, 말을 자아내지도 못한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실 전화기를 만들었다.
남편의 귀에 대고 말을 걸어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여보세요' 라고 하면 입을 움직여주세요.
'내일 또 올게요' 라고 하면 끄덕여주세요.
'그럼 또 봐요' 라고 하면 조금이라도 좋으니 손을 흔들어주세요.
하지만...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남편은 제일 먼저 '날 마구 애 취급 했지' 라고 하며 웃을 거라고.
그렇게 된다면 나는 실 전화기의 컵이 찢어질 정도로 큰 소리로 마주 웃어주자고.
카나카와현 야마다 쿠미코 주부 79세
집에가고시퍼 2021/10/13 22:18
날 울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