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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가면 이 회사 망할까..? 했는데 망함. Ssul

별건 없고, 

회사라기 보단 입시 학원이었음.

 

그래도 나름 30년 정도 이어졌던 학원이었는데,

영어강사로 일을 함.

 

그 학원은 나한테 있어 세 번째 학원이었고, 

앞의 두 학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장하고 첫 면접부터 근무 조건으로 꼴통반 달라고 함. 

 

그랬더니 원장이 사내 답다며 좋다고 그냥 합격시키대? 

 

이유인 즉, 다 그런건 아니지만 

잘하는 반 애들 아무리 잘 가르쳐서 중간, 기말 고사 시험보고 100점 맞아야 중간은 가는거고, 

한 두개 틀리면 학부모들한테 컴플레인 전화오는게 너무 짜증났었음. 

거기에 여자애들은 하나만 틀려도 질질 짜는거 보는 것도 열 받고... 

게다가 공부 잘하는 반 애들은 자존심이 너무 세다보니 영악하기까지 함. 

 

그에 반해 꼴통반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험 대비기간 되면 대놓고 말함. 

 

'늬들의 목표점수는 100점이 아니라 60~70점이다.'

'왜요?'

'생각을 해봐라, 맨날 20~30점 맞는 애색히들이 100점 맞으면 학교에서 늬들 실력이라고 생각하겠냐? 당연히 뭔가 있다고 생각하겠지. 컨닝이든 뭐든.'

'오~~!!!(납득)'

 

거기에다 꼴통반 애들은 학원측에서 문제가 있는 애들(일진 같은 애들)은 걸러주니 순수한 꼴통 그 자체라 말은 또 지지리 잘들음.

 

여튼간에 이렇게 꼴통 애들 60~70점으로 올려주면 얘네 부모님들한테 무수한 감사의 전화와 악수가....

 

그래도 말이 쉬워보이지 나름 노하우가 있던 일이었고, 원장은 수학과다보니 나를 엄청 좋아함. 

 

문제는 실장이었음. 

이 양반이 시간표 및 반배정을 다 함.

 

원장 친구였는데 과는 영어과임. 

그리고 나이도 있고 지 수업 편하게 하려고 항상 잘하는 반을 지가 가져감. 

 

수업 할 땐 좋지. 

애들 단어 몇 백개 씩 외워오라고 하면 칼같이 해오고,  숙제 해오라고 몇 십 페이지씩 내줘도 해와, 문제 풀리면서 이해 안가는 부분 물어봐도 그냥 넘어가.... 얼마나 편해.

 

근데 맨날 학부모한테 전화가 옴. 

우리애가 어떻느니, 성적이 어떻느니...

 

영어과 선생이 5명이었는데, 이런 전화에 지쳤는지 맨날 나한테만 상담전화 돌리라고 ㅈㄹㅈㄹ함. 

 

근데 안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화공포증 있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 꼴통반은 상담 전화 해봤자 할 얘기도 없어.

어떤 부모가 자기 애 꼴통 인증해달라고 전화 부탁하겠나. 자기 자식 공부 못하는거 뻔히 알고 친구 따라 간 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원장은 나를 좋아했음. 

결국 순수 꼴통 애들이 지들 친구들 데려와서 학원서 놀고 결국엔 학원 등록하니까. 


그에 비해 윗반 애들은 오히려 학부모들이 반에 인원 수 많은거 안 좋아해서 늘어날 기미는 안보이고.

자기 자식한테 조금이라도 더 관심 가져주길 바라니까. 

 

 

사건은 한 순간이었음. 

원장이 자기 자식 대학 보내니까 이제 학원 나올 일 없다 생각하고 학원을 실장한테 인계함. 

실장은 좋다고 학원 인수하고. 

 

나는 ㅈ됨을 감지하고 실장 체게 된 후 1주일 만에 RUN.

 

물론 그 전부터 실장과의 트러블이 있었고, 

당시 와이프가 임신을 해서 생각이 많긴 했음. 

 

학원일이 재밌긴 한데, 자식 키우기인 그닥 좋지 않은 직업이었다고 생각이 들었었거든. 

어찌됐건 저녁과 밤이 없는 직업이다보니...


 

그나마 같이 일했던 선생님들하곤 친하게 지내다보니 자주 연락도 하고 얼굴도 봄.

 

그리고 나는 인테리어로 전향을 하고 

그만둔지 한 반년만에 실장한테 연락옴. 

 

투잡 뛸 수 없냐고. 

 

미쳤나....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현장 일 가고 

5시에 퇴근해서 또 수업 들어가서 12시에 끝내라고?

 

다른 선생님한테 연락해서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니 

내 후임으로 온 강사를 조금이나마 싸게 굴릴려고 대학생 알바를 썼다고 함. 

 

계속 베스트에 올라온 것 처럼 

10년 전임강사로 한거랑 갓 신입이 같은 퀄리티의 수업이 가능하겠냐고....

 

그 대학생 알바는 2개월을 다 못채우고 월급먹고 Run, 또 월급 먹고 Run, 또 월급 먹고 Run, 

이렇게 3명의 강사가 왔다갔다 함. 

 

그와 동시에 학원의 주 고객(이라 쓰고 학원의 전기세를 내 주는 고마웠던 친구들)인 성적 낮은 친구들도 다 그만 둠. 

 

(나중에 들은 사실이었는데, 후임 강사가 성희롱 발언도 해서 뒤집어졌다 함.)

 

이러니 저러니 해도 수학 에이스 원장도 나갔으니 

그 인원들도 학원 그만두고. 

 

거기에 중학교 1학년은 이제 무슨 자율 학기제라 해서 시험도 안본다고 하니 신입생도 안들어와. 

 

결국엔 강사 더 뽑을 필요가 없어질 정도로 학원 인원 다 빠짐.

 

그만둔지 1년 반 지났나...? 

 

킹시국됨. 

 

결국 30년 전통의 학원은 간판 내림. 

 

 

 

결론은, 

하나의 악재로 회사는 무너지지 않음.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면 망할 수 밖에 없음. 

 

얘전에 ㅈ소 박살낸 기가맥혔던 썰 처럼 

악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줘야 회사가 망함.

 


댓글
  • 시노부다이스키 2021/10/12 00:00

    어우 강사하다가 인테리어로 가게 된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네요
    잘 탈출하셨다니 다행입니다

  • 마망...! 2021/10/12 00:01

    글쓰다 실장한테 잡혀갔나


  • 시노부다이스키
    2021/10/12 00:00

    어우 강사하다가 인테리어로 가게 된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네요
    잘 탈출하셨다니 다행입니다

    (FkYt9C)


  • 마망...!
    2021/10/12 00:01

    글쓰다 실장한테 잡혀갔나

    (FkYt9C)


  • 닉만들기귀찮
    2021/10/12 00: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정함.

    (FkYt9C)


  • 토쓰
    2021/10/12 00:03

    님이 나가서 망했다기 보단 실장이 인수해서 망한거 가타요! 영향이 없지는 않았겠다만 실장이랑 사이가 좋았으면 너도 노하우 전수해주고 왔을거같은데

    (FkYt9C)


  • 루리웹-6786327170
    2021/10/12 00:03

    능력있는 원장님은 자식 다 키우고
    엑시트 하고 나가셨네ㅋㅋ
    사업 역시 아무나 하는게 아니여ㅋ

    (FkYt9C)


  • Moon流
    2021/10/12 00:03

    오...

    (FkYt9C)


  • 루리웹-3526779281
    2021/10/12 00:04

    대단하다..

    (FkYt9C)


  • 띄어쓰기족고수
    2021/10/12 00:12

    오... 이런 썰 참 좋아

    (FkYt9C)

(FkYt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