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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님이 치매가 아닐까 싶을 때 (참고하세요)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2020년 7월, 시아버님을 우리집 가까운 곳으로 모셨습니다

그러다 올 해 7월, 아버님 사시는 집에 도둑이 들었다 해서 가 보니

안방 침구와 가재도구가 흐트러져 있고, 주방과 다른 방, 화장실과 세탁실 등은 흔적이 없었습니다.

분실 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신고는 하지 않고, 지구대애 이런 일이 있었다 - 고 알리기만 했습니다.

 

분실한 것이 없어도 일단 기분이 나쁘니 전세 기한이 다 되지 않았어도 이사하기로 결정한 후 

지난 8월 중순, 또 다시 아버님이 도둑이 들었다고 하십니다. - 이번에도 분실물은 없슴.

이번에는 경찰 신고를 하고 경찰+형사+과학수사대 분들이 와서 출입구와 창문, 옥외 CCTV등을 샅샅이 확인하더니 저를 따로 부릅니다.

 

외부 침입 흔적이 아무것도 안 나왔고, CCTV에도 아버님과, 같은 건물 거주자들 말고는 찍힌 것이 없다.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 가끔 이런 경우가 있는데, 자식들 관심을 끌기 위해서 이거나, 치매 증상이었다.

앞으로 빈도가 더 높아질테니 빨리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 는 얘기를 듣고 저도 수긍했습니다.

냄비 태워 먹는 일도 자주 있었고 새벽에 산책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리신 일도 있었거든요.

 

일단 주변 분들께 물어보니, 보건소에서 무료 치매검사를 해 주는데, 노인분들이 보건소만 가면 멀쩡해지더라- 

즉, 보건소에서 하는 검사로는 잘 안 나온다... 고 합니다.

치매 진단 병원에서 전문상담사 문진하고 MRI 찍어 봐야 제대로 결과 나온다고.

 

참고 해서, 최대한 빠르게 검사 받을 수 있는 종합병원에 예약을 해 놓고 보건소 검사 부터 받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보건소에서 검사 받아서 치매 판정이 나오면 이미 손 쓸 수 없는 중증] 이라고 하더니,

너무 쉽고 기본적인 질문들이 이어져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질문 내용은 비공개이나, 아버님 귀가 어두우신지라 상담하시는 분이 큰소리로 말씀하셔서 다 들렸;;;;)

10분 정도 질의 응답 후 '아버님 치매 아니세요' 합니다....... 뭐야 이게.

 

이틀 뒤, 종합병원 신경과에서 의사를 만난 후 MRI를 찍고 다음날 전문상담사에게 문진 형식의 치매 검사를 받았습니다.

MRI 대기 시간 외에도 30분 정도 촬영 시간이 소요 되었고, 치매 검사는 1시간이 좀 넘게 소요 됐습니다.

일주일 뒤에 결과 들으러 오라고 합니다. 

(MRI와 치매 검사 비용 47만/12만 정도)

 

중간에 추석 연휴가 있었는데, 두번째 도둑이 집안 여기저기에 똥을 싸 놓고 갔다고 주장하심...... 없었는데.. ㅠ 

 

일주일 뒤 의사의 진단명은 [노인성 우울증 + 뇌 동맥경화].

기본적인 기억력과 인지능력은 떨어지지 않았는데, 

피해망상+환청+같은 말 반복+순간 기억 장애+같은 증상 질환 반복 호소+물건 분실 등 치매와 같은 증상으로 나오는 것이 

노인성 우울증- 이라고 합니다.

 

65세 이상 된 분들 중 배우자와의 사별이나 중병을 앓고 난 후에 많이 발병된다고.

-우리 아버님은 6년 전에 어머님을 먼저 보내시고 난 후 우울증이 쭉 지속 발전 되신 듯 합니다. 

워낙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못하시는 성격이시라... 혼자 계시는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더 안 좋았던 듯 합니다.

 

다행하게도 치매는 치료가 불가능한 반면(현재 의학으론 더 나빠지지 않게만 할 수 있다고) 우울증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개선된다고 합니다. 치매에 비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지만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지요.

 

치매의 원인은 50%가 알츠하이머, 나머지는 혈류성 치매(뇌혈관 순환 불량으로 인한), 파킨슨 증후군에 의한 뇌손상, 사고로 인한 뇌손상이라고 하며, 4대 중증질환에 해당되어 의료보험 산정특례가 적용 됩니다. 의료비 대부분을 국가가 지원해 줍니다.

(재가 요양복지사 신청도 치매 판정을 받으면 거의 100% 신청 가능 해 집니다)

치매는 일단 발병하면 최대한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 가족의 불행을 막는 일입니다. 보건소에서 해서 해 주는 수박 겉 핥기식 검사가 아닌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구요. - 여유가 된다면, 연세 좀 있으신 부모님 1~2년에 한번씩 검사 해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할 듯.

 

9월 30일에는 아버님 집 이사하면서 가스밸브자동잠금장치를 달았습니다. 

기계를 개인이 구입해도 되지만, 개인이 설치 할 수는 없어서 인터넷 구매가 4~5만원 + 출장비 생각하면 얼마 차이 안 나서

이전 개통하면서 9만 5천원에 설치했습니다. (치매 판정 받으면, 이것도 지자체에서 지원 해 줍니다)

그리고 자꾸 도둑 걱정 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집 안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안방과 주방을 비추고, 카메라 추가하면 4채널까지 가능.

인터넷 연결해서 수시로 저와 남편이 확인합니다.

 

 

우리집이 엘베 없는 4.5층이라.. 계단 때문에 당분간은 살림을 합칠 수 가 없어 이모저모로 고민이 많았었습니다.

집이 팔리고 엘베 있는 곳으로 이사 할 동안 더 나빠지는 일 없이 무탈하시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연세 있는 부모님 모셔야 하는 분들 참고하시라고 글 남깁니다.

 

댓글
  • 홍까고야만다 2021/10/05 16:11

    늙으면 철든다는게 30대에 애키우기 바빠서 부모님 찾아뵙는것도 핑계되서 안갔는데 애들이 혼자 라면 끓여먹을 나이가 되니 부모님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어머니 만66세, 아버지 만69세... 해드리고 싶은게 많은데 금전적 핑계로 못한다고 판단했던 비싼걸로..건강검진 신청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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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VIOR 2021/10/05 16:20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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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쿠』 2021/10/05 16:23

    저희 할머니는 작은아버지, 어머니랑 같이 사시는데 손가방을 장농 이불속에 넣어놓고 잃어버렸다고 온 동네를 찾아 다니신걸로 치매가 시작이 되었어요. 그 일이 있기 몇달 전부터 그렇게 어릴때 부터 살아온 얘기를 자주 하시는데 놀랍도록 생생하게 얘기하셔서 오히려 치매 걱정은 없으시겠다 했는데 몇달 후에 치매가 온게 정말 이상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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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ucky 2021/10/05 16:33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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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haraja82 2021/10/05 17:07

    엄청 유용한 정보네요
    그런데 이런 정보가 유용한 나이가 됐다는게 슬퍼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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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리미 2021/10/05 21:14

    저희 어머니도 작년에 아버지 돌아가신 후
    올 봄부터 치매증상이 급격히 나빠지셨습니다
    올해 참 많은일이 있었는데…
    치매라는게 늦추거나 하는 약이 없고
    심해지면 본인이나 자식들이나 정말 너무 힘들어져요..
    저희 어머니도 약한 치매에 우울증이 있으셨는데
    나빠지는건 순식간이고
    요즘같은 코로나시국엔 아는사람없이는 병원입원도
    어렵더라구요
    미리 증상이 보이시면 병원가서 검사 받아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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