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다 걸린 여우 요괴 이야기(4)

지난 이야기

 

 

왕서방은 요즘 들어 아주 신이 났던 차였어.

 

남의 집 귀한 딸들과 정을 맺은 것이 십수회를 넘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게다가 이번에 만날 여식은 마을에서 가장 가는 미인이라고 하였지!

 

'낮에 듣기로는 모두 바람의 아내가 되길 선망한다고 했으니 이 집의 처녀 또한 그럴 것이야!'

 

왕서방은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와 집 안을 거닐었어.

 

어머나! 그런데 왕서방 눈에는 부호의 딸이 보이지 않는 것이야!

 

도사가 바닥에 쓴 글씨들은 요사한 것들로부터 대상을 볼 수 없게 했거든.

 

어디로 갔을까 고민하던 차에 경문을 읊는 소리를 따라 방에 들어갔지.

 

그 곳에는 붓글씨로 써진 원이 있었고 그 안에서는 경문이 들려오고 있었어.

 

신기한 일이라 손을 뻗으니 젖가슴이 잡혔어.

 

십수명의 처녀를 만져본 왕서방은 단 번에 알았지.

 

'옳거니, 내가 올 줄 알고 도사를 부른 것이로구나!'

 

왕서방은 가슴으로 시작해 배, 가랑이에 손을 뻗었지.

 

그러자 갑자기 부적들이 뜯어지면서 왕서방의 팔다리를 묶는 것이 아니겠어?

 

왕서방이 놀라서 엎어지니 원이 지워지고

 

그 안에서 부호의 딸이 나타났지

 

온 몸에 쓰여진 경문을 보고는 왕서방은 놀라 자빠졌어.

 

몸에 쓰여진 경문은 괴쩍은 것들을 물리치는 힘이 있었지.

 

왕서방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자 도사가 뛰쳐나와 재를 태운 물을 소리가 난 방향으로 뿌렸어.

 

그러자 온 몸에 털이 부숭부숭나고 뚱뚱한 여우 한마리가 잡히는 것이 아니겠어?

 

"네 이놈! 인간의 정기를 뺏으려하는 요호를 내가 심판하겠다!"

 

"제가 여우라고요? 아녜요! 전 인간이에요!"

 

소리가 시끄러워지자 부호도 일이 끝난 것을 알고 뛰쳐나왔고

 

도사가 인간이라고 말하는 여우에게 자초지종을 묻기도 전에 부호의 일꾼들이 여우를 때려죽였지.

 

아침이 밝고 도사는 찝찝한 채로 부호의 저택을 나왔어.

 

그리고 가는 길에 목을 축일 겸 양조장으로 들어왔지.

 

그 곳의 술은 기가 막히다고 들었거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맛봐주시길..."

 

소문 이상의 술을 마신 도사는 양조장의 주인의 이름을 물었어.

 

"주변에선 저를...호(狐)서방이라고 부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