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미쳤던 미군 중사

용산에서 카투사 복무했는데

내 위에 미군 중사가 한명 있었음

보통 한국군 중사는 FM에 미친(사실 장기복무에 목을 맨) 개꼰대가 연상되잖아?

얘는 꼰대는 아니었는데 참군인이긴 했음

일화가 있는데

부대 사무실에 새로 사물함들이 들어와서 몇십개를 조립하고 배치해야했음.

배달 들어온 날이 금요일이라 다 끝내진 못하고 우리는 다 집에 갔는데

하필 토요일 당직이라 나는 혼자 우울하게 사무실에 앉아있었음.

근데 이 중사가 갑자기 들어온거임.

그리고 어떤 여자 기사랑 함께 뚱땅대면서 사물함들 조립하는거임.

난 한참 구경하면서 '와 수리공 군무원 중에 여자도 있었나보네' 하면서 당직 섰는데

한 몇시간 지나니까 이상하게 소란스럽길래 확인해보니 군무원하고 중사는 아직도 쉴새없이 조립중인데

옆에 이상한 미취학아동 두명이 서로 재잘대면서 놀고 있음.

?? 얘네 누구에요? 하고 물어보니

자기 자식들이래.

갑자기 소름이 쭈뼛 서서 설마하고 물어보니까

군무원이 아니라 자기 아내였음...

그러니까 이 중사는 휴일인 토요일에 가족들 다 데리고 부대로 와서 아내하고 하루죙일 사물함 조립하고 있었던거임

중사도 중사인데 아내 분 참 대단하시다고 느꼈음

*좀 외적인 얘기지만 이 중사는 평소에 할일 없으면 휴일에 자전거 가지고 한국 온 산을 돌아다녀서

우리보다도 한국 산을 많이 등산한 사람이었고 가끔 차 타고 어디 갈 때 한국 판소리를 틀어놓는 기행을 벌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