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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단골은 아는척 하면 도망간다는거 다 거짓말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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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이면 6년차가 되는 지도교수의 노예다. 

 

인생이 역마살이 씨게 낀건지 고등학교에 올라간 이후로 항상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살았고

 

고등학교 - 재수 - 대학 - 인턴 - 대학원까지 전부 다른 지역에서 다니다 보니까 그간 단골 음식점을 만들기가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어디 음식점을 가도 사장님이 날 아는척 한다든가 이런건 겪어보질 않았고, 어디 한군데 정착할 때 까진 그럴 일이 없겠거니 싶었는데...

 

---

 

꼴에 나같은 놈도 졸업을 하고 논문을 쓴다고 쥐를 가지고 동물 실험을 하고 있다.

 

그 중에도 내가 하는 코웍 프로젝트의 경우 쥐 췌장에다가 암세포를 심어서 그걸 관찰하는데, 필연적으로 수술이 동반 될 수 밖에 없다.


마취하고 배를 7mm정도 째서 그 구멍 사이로 비장을 집어 올리면 췌장이 딸려오고 

 

거기에다가 주사기로 암세포를 찌른 다음 다시 췌장과 비장을 원위치 시켜서 꼬매고 나서는

 

아이고 허리야 목이야 진짜 졸업하기 전에 목이랑 허리부러져 디지겠네 야 니는 사수가 고생하는데 불쌍하지도 않냐, 오빠 개소리 하지 말고 빨리 다음꺼 털 미셈 

 

하면 끝나는 대충 그런 실험인데

 

대학원생은 인권이 없어도 저 쥐시키들이 죽으면 마리당 30만원돈이 낭비되는 지라, 수술 이후 죽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연구실에선 실험자의 부담 경감과 실험동물의 빠른 회복을 돕는 최첨단 약물 및 체온 유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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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자 부담 경감 약물 (사비로 구매)

 

이걸 먹으면 실험하는 동안 체력과 집중력이 올라가는 대신 3시간 뒤에 뻗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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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수동) 체온 유지 시스템 (사비로 구매)  

 

그냥 쓰면 쥐들이 화상을 입을 수 있으니 실험 30분전에 흔들고 상온에 두면 딱 적절한 온도가 된다.

 

교수님이 체온 유지 기기 사준다고 할때 살걸 내가 왜 핫팩으로 된다고 개소리 했지?


연구비 카드로 핫팩과 몬스터를 구매하긴 애매해서 교수님이 자기 카드로 사줄테니까 말 하라고 하는데

 

교수님 저 쥐 수술하게 몬스터 2캔이랑 핫팩좀 사주세요, 라고 하는건 뭔가 모양새가 이상해서 그냥 내 사비로 사고있다. 

 

이 글은 교수님의 감시 없이 작성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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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난주에도 쥐 수술이 있어서 저 셋트를 사러 매점에 갔는데

 

이번엔 마릿수가 좀 많다보니까 핫팩을 열개정도 구매를 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평소 같으면 학식에 딸려있는 매점서 구매했을텐데, 거긴 여름이라고 핫팩을 다 창고에 넣어 놓아서 재고가 없었다.

 

해서, 퇴근길에 기숙사 매점에 들려서 핫팩 10개를 딱 집어 드니 계산하시는 여사님이 추위를 많이 타냐고 물어보시더라.

 

그야 한 여름에 핫팩 10개씩 사가면 좀 수상해 보일 수 있지.

 

아니요, 그건 아니고 실험에 써야되서요. 내일 쥐 30마리 수술이 있어서..

 

쥐 수술같은걸 얘기하는게 아니였다.

 

졸지에 매점 여사님이랑 내일 쥐 수술 - 어머 나는 쥐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 - 저도 쥐 싫은데 졸업하려면 해야지요 - 학생은 나중에 취업은 어디로 해요? - 일단 연구는 안할거에요. -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버렸다.

 

가끔은 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서 주절주절대다 나왔는데

 

 

그 다음부터 새벽 퇴근길에 매점에 포카칩 사러 가면 여사님이 항상 나만 보면 쥐들 잘 있냐고 물어보시기 시작했다..

 

여사님은 내가 한 쥐 수술이 아픈 쥐들 고쳐주는 그런건줄 아셨나보다.

 

현실은 한달 뒤에 죽는 시한부로 만드는건데..

 

그보다 난 빨리 들어가서 포카칩 먹고선 씻고 자고 싶은데..

 

그 쥐들 지금 췌장암으로 복수차고 황달와서 설사하면서 오늘내일 하는데..

 

어차피 앞으로 며칠 뒤면 죽여서 배가르고 장기자랑 해야되는데, 그땐 뭐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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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맞는 말이었다.

 

덕분에 한 3일정도 기숙사 매점을 못가고, 굳이 멀리 있는 편의점까지 자전거 타고 갔다오고 있다.

 

쥐새끼들 제발 내일까진 휴일이니까 죽지말고 버텨주면 좋겠다.

 

쓰고보니까 재미없네. 쥐 사에나 보고 가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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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 쥐 사에 일러스트 보고 있으니까 연구실 후배 형이

 

쥐가 얼마나 좋으면 씹덕질하면서도 쥐를 보고있냐고, 1년차들 다 불러다가 야, 여기 봐라. 우리 왕고가 진짜 과학자다.

 

이랬던 기억이 난다.

 

수치스럽다.

 

빨리 졸업하고 싶다..


댓글
  • 루리웹-7490607702 2021/08/16 00:38

    그래도 안가....

  • 루리웹-4545551727 2021/08/16 00:37

    킹치만 존예알바가 그렇게 드립치면
    머릿속에서 손자까지 보면서 또옴

  • CV-3 Saratoga 2021/08/16 00:38

    결론 : 글쓴이 대학원생

  • Kasumigaoka_Utaha 2021/08/16 00:37

    아니 쥐 시한부 만드는 역할이 쥐 코스프레한 여캐 보고있으면 무서운게 정상아냐?..

  • ATTESA 2021/08/16 00:38

    모르겠고 맨 마지막만 기억나
    쥐가 얼마나 좋으시길래..


  • 뫼까치
    2021/08/16 00:36

    (3RSr2c)


  • 루리웹-4545551727
    2021/08/16 00:37

    킹치만 존예알바가 그렇게 드립치면
    머릿속에서 손자까지 보면서 또옴

    (3RSr2c)


  • 루리웹-7490607702
    2021/08/16 00:38

    그래도 안가....

    (3RSr2c)


  • Kasumigaoka_Utaha
    2021/08/16 00:37

    아니 쥐 시한부 만드는 역할이 쥐 코스프레한 여캐 보고있으면 무서운게 정상아냐?..

    (3RSr2c)


  • ATTESA
    2021/08/16 00:38

    모르겠고 맨 마지막만 기억나
    쥐가 얼마나 좋으시길래..

    (3RSr2c)


  • CV-3 Saratoga
    2021/08/16 00:38

    결론 : 글쓴이 대학원생

    (3RSr2c)


  • 루리웹-4493558977
    2021/08/16 00:38

    그 아지매도 일할때 말 한마디 없이 심심해서 그나마 면튼 손님이랑 애기한거겟지만 그래도 무안하긴해

    (3RSr2c)


  • 근방패전사
    2021/08/16 00:46

    귀찮음 진짜로
    빨리 밥먹고 쉬고 싶을뿐임

    (3RSr2c)


  • ETS토익
    2021/08/16 00:47

    아줌마도 사람 말 통하는 사람 만나기 쉽지 않을겨..

    (3RSr2c)

(3RSr2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