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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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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
전화기에 등록이 안되있는 번호가 스팸은 아닌듯해서 받았더니, 대뜸 반말이다.
“누구시죠?”
“아… 씨… 목소리도 모리것나? 창원에…”
이년짜리 현장에서 감정 쌓다가, 심하게 욕좀하고 나이차따위 개나 줘버리고 막말하며 마무리했던 사람이다. 혈압이 올라가며 목소리가 따라간다.
“아~ X발! 목소리 알고나니 욕나오네?
욕이 처먹고 싶어서 연락했나?”
“야~ 잊을때도 됐다아이가? 옛날이고… 마… 미안했다.”
생각조차 없었던 갑작스러운 전화에, 그보다 더 황당한 음성에 잠깐 머릿속이 멍해진다.
순간적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스친다.
잊었던 사람을 찾아 사과전화를 할 이유가 없을테고, 분명 뭔가 사정이 있을게다.
“그래? 그말 할라고 연락한건 아닐테고, 뭔일인데?”
“잘 지냈나? 궁금하기도 하고…
생각나서 해봤다. 어디고?”
“지랄을한다. 시발! 말 돌리지 말고, 원하는게 뭔지 말해라!”
잠깐 한숨이 넘어오고 뒤따라 소리가 들리지.
“일단은 그때는 내가 마이 잘못했다.
사과는 하고….”
“알았다. 나도 지난걸로 지랄하는거 싫으니까
옛날이야기 하지말고 신선한 이야기 한번 해봐라.”
“그래… 사람들 생각나서 쭉 전화했더니, 니 이야기 마이 하더라. 니한테 한번 연락 해보라고…
사실은 내가 어디 일을 좀 해볼라니까 나이가 있어서 갈때도 없고….
여기저기 연락했더니, 니한테 연락 해보라고….”
나는 놀아도 남 노는꼴을 못보는 성격이라, 여기저기 회사마다 사람들 연결해주는 취미가 있어서, 그런저런 부탁을 많이받곤 한다.
“시부럴~ 니 나이가 몇인데 지랄이냐?
손주들 재롱이나 보면서 여행이나 다니지,
지랄하냐?”
“민이 장가갈때, 대출받아서 집해준거 겨우 끝냈더니, 작은년 결혼하면 또 대출 받을판이다.
일단 막내 시집가면 아파트 평수 좀 줄일 생각이다.
사람도 없고, 청소하기도 힘들거고……”
“답답하다! 시발, 지들 결혼하는데 부모 등골 빼가냐?”
“그래도 내새끼 아이가? 더 못해주는게 내가 미안하지….
남들만큼 못해주는게 쪽팔리고 미안하고….
개새끼 저거느… 생각하니까 욕나오네….
회사 좀 가라니까 성질머리 때문에 못간다고 시발 내내 적자보면서 장사한다고 지랄이고, 보는내가 미치겠다. 죽일수도 없고….”
정말 이런류의 대화에 적응하기 힘겨워서 대충 의무적 한소리 던지고 마무리 짓고싶다.
“알았다. 함 알아보고 연락할게….”
“고맙다. 내려오머 연락해라. 술한잔 하자.
사실은 니한테 전화 할라고 번호 누르는기 두달만이다.
아…. 시발… 별것도 아닌데….
부탁 함 하자!
할말인지 아닌지 모리것다만, 내가 나이들수록 겁이난다.
지금이야 내 감당할만큼 아-아이-들 봐주지만, 더 나이들어서 내가 힘이딸리머….
아들한테 짐이될까봐….
그기 겁이난다.”
아주아주 짧은 한순간에 가슴속 무언가 내려앉는 기분이 바이킹타고 스치듯 지나간다.
삶이겠지…..
댓글
  • delmarnorth 2021/08/05 22:58

    일상의 에세이 현장감 있어 좋네요

    (16mU7Z)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1/08/06 13:58

    스무살 넘어서 일기를 써 왔는데,
    늦게 스마트세상 적응하니
    짬시간이 즐겁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6mU7Z)

  • hwangking 2021/08/05 23:29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 것 같네요. .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일화입니다..

    (16mU7Z)

  • 알고보니할부36개월 2021/08/06 13:59

    세상 부모들의 공통사가 아닐까요?
    주는것에만 집중된 삶…
    시원하고 알찬 주말이길 바랍니다

    (16mU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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