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후보. 저런 후보를 지지하기도 싫다.
그러나 다섯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윈도우즈 동지가 밴 되었다 하오."
전해 듣게 된 그 흉한 소식. 윈도우즈. 그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짐승이었다.
그때, 무효포를 쓰기로 서로 사이에 말이 맞았다.
막다른 골목에서 얼이 빠져 주저앉을 참에 난데없이 밧줄이 내려온 것이었다.
그때의 기쁨을 그는 아직도 간직한다. 군대게시판... 시게인들 앞에서처럼 시원하던 일이란, 그의 지난날에서 두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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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창의 생김새는, 본문보다 조금 높게 시게인들이 앉아 있고, 군게인은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시게인과, 양복을 입은 국회의원이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당원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님, 앉으시죠."
빌런은 움직이지 않았다.
"님은 어느 쪽으로 가겠어요?"
"무효표."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당원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님, 무효표도, 마찬가지 적폐의 방관자예요. 굶주림과 범죄가 우글대는 적폐 진영에 가서 어쩌자는 거예요?"
"다시 한 번 생각하세요. 적폐를 청산할 기회란 말이예요. 자랑스러운 선거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죠?"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당원이 나앉는다.
"님, 지금 달님께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공약을 냈어요.
님은 누구보다도 먼저 일터를 가지게 될 것이며, 민주당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거예요.
전체 민주당은 님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오유의 시사게시판도 님의 개선을 반길 거예요."
"무효표."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당원이, 다시 입을 연다.
"님의 심정도 잘 알겠어요.
오랜 비공감 폭탄에서, 박사모 분탕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어요.
그런 염려는 하지 마세요. 민주당은 님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님이 조국과 달님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해요.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합니다. 님은……"
국회의원이, 짧게 무어라 댓글을 남겼다. 설득하던 당원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빌런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맘대로 하시져."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군게인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시게인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게시판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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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는 어디 출신이노?"
"……"
"음, 서울이노 이기."
박사모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무효표라지만 막연한 얘기 아니겠노. 레드준표보다 나은 후보가 어디 있겠노 이기야.
다른 후보 유세에 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레드준표가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지 않겠노?
게이가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안다 이기야.
자유한국당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하겠노?
그러나 애-국보수엔 군가산점이 있다 아니겠노.
남성에겐 무엇보다도 남성인권이 소중한 것 아니겠노.
게이는 군대게시판 생활과 닥비공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끼지 않았겠노. 인간은……"
"허허허, 강요하는 건 아니다 이기.
다만 내 나라 내 민족의 한사람이, 무효표로 허망하게 투표권을 버리겠다고 나서서,
같은 애-국자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노.
우리는 이곳에 태극기 16% 박사모의 부탁을 받고 온 것 아니겠노.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레드준표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게이는 고등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아니노. 레드준표는 지금 게이의 한 표를 요구하고 있다 이기.
게이는 위기에 처한 박사모를 버리고 떠나 버리는 거노?"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 아니겠노. 그러나, 그렇다고 제 투표권을 없애 버리노?
게이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촛불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애-국보수의 손실 아니노.
게이는 아직 투표를 안했다 이기. 우리 박사모에는 필요한 표가 태산 같다 이기야.
나는 게이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노.
박사모의 품으로 돌아와서, 레드준표를 당선시키는 투표노예가 되어 달라 이기야.
무효표로 날려버리느니, 그쪽이 게이 너한테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기...
나는 게이를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노.
뭐 이상하게 생각지 말라 이기야.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 아니겠노.
만일 레드준표를 뽑는 경우에, 메갈을 박살내 줄 용의가 있다. 어떻노?"
빌런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댓글창 모서리를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분탕러는, 손에 들었던 마우스로, 키보드에 샷건을 치면서, 곁에 앉은 베충이를 돌아볼 것이다.
베충이는,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정보변경 창의 회원탈퇴 메뉴에 놓인 빈칸에 비밀번호를 적고 오유를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기다린 보람이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추천하고, 댓글달고 정주행~~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모예요 ㅋㅋㅋㅋㅋ
아니. 이거 쓰기만 하면 베오베 직행이라 하신 분 나와서 칠판 짚고 엎드리세요.
찾았다 ㅋㅋㅋㅋ
이거 "중립국" 그거 패러디네요 ㅋㅋㅋㅋㅋㅋ
적절합니다 ㅋㅋㅋㅋㅋㅋ
패러디도 이만하면 예술의 경지가 아닌가!
정말 잘쓰셨어요 꿀잼ㅋㅋ
에잇....
이런건 빨리 베오베행 가시죠
미친 ㅋㅋㅋㅋㅋ
유머싸이트와서 열흘만에 웃어보네 ㅋㅋㅋ
민주주의는 광장의 시끄러움의 다른말이죠.
빌런님의 뜻은 동의하지 않지만 존중합니다.
우리는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자 같은 오유인입니다.
유게에 올리셔도 좋은 글이네요. 많이 웃었습니다. ^^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캬~~
이제는뭐 애잔하네요.